세계 철강산업은 70년대까지는 EC, 일본, 미국 등 선진국들이 주도했다. 일찍 산업화에 성공한 나라답게 기술력의 우위를 바탕으로세계의 시장을 휩쓸었다. 그러다가 80년대 이후 개도국의 철강수요증가라는 새로운 변수가 생기면서 이러한 기본구도에 변화가 생겨났다.특히 이들 개도국들은 70년대까지는 대부분의 철강수요를 수입에의존했지만 70년대 후반부터 생산설비를 지속적으로 확장, 철강강국으로 올라섰다. 이에 따라 세계의 철강산업이 선진국 중심에서한국 브라질 등 개도국의 역할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로 바뀌어왔다고 할 수 있다.세계 철강수급 동향을 생산 및 소비 측면에서 보면 80년대를 통해선진국은 생산이 소비를 초과하고 있으면 반면 개도국은 생산이 소비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90년대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선진국의 공급초과분이 동남아 중동 중남미 아프리카 등의개발도상국에 수출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그러나 선진국은 아니지만 중국 한국 브라질 등 일부 국가는 80년대 이후 철강강국으로 부상, 입지를 확고하게 다져나갔다. 이러한현상은 90년대에 들어와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독일·한국, 5, 6위 놓고 공방전현재 세계에서 철강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나라는 중국이다. 80년대 이후 생산설비를 크게 늘려온 중국은 95년 2위에서 지난해 드디어 1억t(정확하게는 1억30만t)을 돌파하며 1위로 올라섰다. 이어2위는 95년까지 1위를 지켰던 일본으로 지난해 총 9천8백80만t을생산했다.일본은 95년 세계 최초로 1억t을 돌파하며 1억1백만t으로 정상에섰었으나 지난해 그 자리를 중국에 내줬다. 이는 일본이 불황을 고려해 생산량을 줄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세 번째로 많은 철강을생산하는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은 지난해 총 9천4백만t의 철강을만들어 중국 일본과 함께 빅3의 자리를 지켰다.러시아 역시 세계적인 철강강국으로 손색없다. 비록 구소련 시절의위상은 가고 없지만 여전히 풍부한 원료를 바탕으로 정상권을 지키고 있다. 지난해는 4천9백만t을 생산, 전체 4위를 차지했다. 러시아에 이어 3천9백80만t의 독일과 3천8백90만t의 한국이 뒤를 잇고있다. 특히 두 나라는 엎치락 뒤치락하며 5위와 6위 자리를 놓고치열한 경합을 벌이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는 근소한 차이로 독일을제치고 5위를 기록했으나 하반기에 다소 밀리며 연간 기준에서는6위에 그쳤다. 이밖에 나머지 10위권 국가로는 브라질(2천5백만t),이탈리아(2천4백만t), 우크라이나(2천2백만t), 인도(2천1백만t) 등이 있다. 이 가운데 특히 브라질과 인도는 최근 들어 급부상하는나라로 세계 철강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철강은 얼마나 만드느냐 하는 양적인 능력도 중요하지만 대외적인경쟁력을 가늠하는 생산성 또한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 아무리 많이 만들더라도 생산성이 떨어지면 경제적으로 별 이득을 볼 수 없는 까닭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우리나라의 철강생산비용이 임금상승 등 외부적인 영향으로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 볼 만하다.지난해 단국대 김세영 교수가 발표한 논문 「한국 철강산업의 분석과 전망」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t당 4백89달러가 들어 지난 84년의2백56달러에 비해 거의 2배 가까이 늘었다. 이는 해마다 6%씩 늘어났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84년에는 일본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브라질 등 주요 7개국 가운데 생산비가 가장 낮았으나 이제는 중위권을 이루게 됐다.한편 t당 생산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나라는 6백27달러의 일본으로나타났다. 인건비가 가장 비싼데다 원료수입에 많은 돈이 들기 때문이다. 이어 독일(6백26달러), 프랑스(5백39달러), 미국(5백14달러) 등이 뒤를 잇고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제품의 질을 고려하지 않은 비교다. 논문을 발표했던 김세영 교수는 일본의 경우생산비가 가장 많이 들지만 제품의 질적인 면에서 세계 최고수준이라 대외적인 경쟁력에서 전혀 손색이 없다며 우리나라도 질을 높이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