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4년 4월 국내 스포츠용품시장에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80년대 초반 스포츠화와 의류에서 유명브랜드바람을 일으켰던미국 나이키사가 당시 상표도입계약을 맺어 합작관계를 유지해오던삼양통상과의 합작관계를 청산하고 합작사인 삼나스포츠의 한국측지분을 모두 인수하겠다는 발표를 한 것이다.당시 나이키측은 국내파트너인 삼양통상과 합작으로 삼나스포츠를설립해 국내시장에서 활발한 영업활동을 벌이던 중이었다. 삼나스포츠는 주문자상표부착방식으로 나이키제품을 생산·판매해왔으며기술도입계약에 따라 신발류와 의류의 순매출액 가운데 3.5%를 각각 기술료로 지급했었다. 지분구성을 보면 삼양통상이 25.5%, 미국나이키사가 34.7%, 나머지 39.8%는 91명의 소액주주가 삼나스포츠의 지분을 나눠 갖고 있었다.나이키측은 결별선언후 공개매수를 통해 삼나스포츠의 나머지 주식모두를 주당 5만6천3백49원에 인수, 1백% 단독출자법인인 나이키코리아로 이름을 바꿨다. 결별선언이 있기전 삼나스포츠의 주가는5만1천9백원. 삼나스포츠의 주식 한주당 무려 4천4백49원이나 돈을더 들인 셈이다. 돈을 더 쓰면서까지 단독출자법인을 고집한 이유에 대해 당시 미국 나이키에서 파견된 삼나스포츠의 케빈 고즈니사장은 『한국시장이 충분히 성숙됐다고 판단해 마케팅을 대폭 강화하고 유통시장개방이후 다른 외국 스포츠용품회사들과의 경쟁에 대비하기 위한 사전포석』이라고 설명했다.아울러 정통 스포츠용품업체를 지향하는 미국본사와 달리 국내합작사의 지나친 캐주얼용품 치중, 들쭉날쭉한 매출, 품질상의 문제 등과 같은 불만도 작용했다고 나이키측은 말했다. 하지만 『이미 시장을 개척해 시장성이 충분하고 이제 혼자서도 해볼만하다는 것을확인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삼양통상측의 해석이었다. 대리점구축광고 판촉 이벤트 등으로 나이키브랜드를 알리고 영업에 힘써왔으나 한순간에 합작관계를 끊어버리는 매몰참에 대한 불만도 있었다.이런 나이키측의 조치에 대해 일부에서는 시장진입초기의 어려움을겪으면서 국내시장을 파악한 후의 일방적인 얌체결별이라는 비난이나오기도 했다.◆ 혼자 해볼만하다 ‘얌체결별’이로써 80년대 초반 화승과 제휴한 국내진출→86년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나이키제품을 만들던 삼양통상과의 합작, 삼나스포츠 설립→94년 삼양통상과 결별로 이어지던 나이키의 한국시장공략을 위한 「짝바꾸기」가 마침내 독자법인설립을 통한 직판으로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나이키 뿐만이 아니다. 2개월 뒤에는 화승그룹과 합작으로 판매업체인 화승리복을 세워 운영해오던 영국 리복인터내셔널도 종전에50대 50으로 나눠가졌던 지분을 80%까지 높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리복의 투자금액은 모두 1백1만3천달러. 리복측은 99년말까지화승의 리복상표판매계약기간을 연장해주는 대신 화승측의 지분을인수해 경영권을 완전 장악했다. 당시 리복의 결별선언에 대해 『화승리복의 매출이 30%이상씩 늘어나는 등 한국이 아시아 2대 시장으로 떠오른데다 시장파악도 어느 정도 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화승의 한 관계자의 말이었다. 이로써 86년 한국리복의이름으로 국내에 처음 진출했던 리복은 화승리복(91년)에서 다시한국리복이란 첫이름으로 되돌아간 셈이다.나이키나 리복의 경우처럼 외국 스포츠용품업체들의 국내시장공략은 적극적이고 공격적이다. 시장이 무르익고 혼자 충분히 해볼만하다고 판단되면 가차없이 파트너와 손을 끊고 홀로서기에 들어가는것이다. 그래서 이들 회사들은 언제든지 단독진출이 가능하도록 국내업체와의 계약기간을 1년씩으로 잡아놓고 있다는 말이 나오기도했다.최근에는 제우교역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오던 독일의 아디다스도제우교역과 합작으로 아디다스코리아를 설립해 이제 스포츠용품업계의 「빅3」는 모두 직접투자를 통해 국내에서 뜨거운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아디다스코리아의 지분은 제우교역이 51%를 투자했으며 아디다스본사가 49%를 투자했다. 로열티만을 받던 아디다스가 직접 투자한 것에 대해 제우교역 강형근대리는 『합작은 어림잡아 약 8천억원대에 이르는 국내스포츠용품시장에 대한 자신감의표현』이라며 『마케팅력 경영지원체계 투자 등이 강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아울러 『글로벌화하는 스포츠시장에서 글로벌브랜드로서 아디다스의 프로모션이 강해질 것』이라며 『국내시장은 물론 세계시장에서동시다발로 벌어지고 있는 나이키와의 치열한 선두다툼에서도 유리할 것』이라고 강대리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