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은 여성경영인들에겐 통하지않는다. 이들 여성경영인들은 「여자」라는 단순한 잣대로 평가받기를 과감히 거부하고 남성도 버티기 힘든 경영현장에서 나름대로입지를 착실히 쌓아가고 있다.이같은 흐름이 재계에서 가시화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70년대 중반이후부터다. 처음에는 남편의 급작스런 사망으로 본의 아니게 경영일선에 나서는 여성경영인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러나 점차 사회가다원화되면서 경영현장에 뛰어드는 여성경영인들이 늘어났다.이 과정에서 특히 관심을 끄는 대목은 단순히 가업을 잇는 차원에서 벗어나 과감히 창업을 하는 사례가 두드러지고 있다는것이다.업종또한 과거에는 의류,패션업종이 대세를 이루었으나 건설, 철강, 기계제조 등 「금녀업종」에까지 그 영역이 확산되고 있다.◆ 건설 철강 기계제조 등 금녀 업종 진출 확산중소기업청이 지난 4일 발표한 여성경영인 실태조사(조사인원1천4백78명)에 따르면 여성경영인 67.6%가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었고 10.6%는 도·소매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숙박음식업과 개인서비스업에는 각각 4.1%, 운수창고업 2.8%,건설업 2.4%였다.특히 제조업종 경영자중에서 37.2%가 기계제조업, 22.7%가 섬유·의복제조업, 15.5%가 화공업종을 경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남성업종으로까지 여성의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다.창업동기에 대해 조사대상 여성경영인들은 능력발휘 및 성취욕구충족(46.4%), 자신의 아이디어를 상품화하기 위해서(19.6%)를 주된이유로 들어 공세적으로 경영일선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경영일선을 누비면서도 기본적인 업무인 가사에도 소홀히 하지 않는등 1인3역을 거뜬히 해내고 있다. 그래서 재계에서는 이들 여성경영인들을 「철의 여인」으로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과감히 남성업종에 뛰어들어 성공한 여성경영인으로는 우선 한도철강 최덕순사장과 수영전기 최근순사장이 꼽힌다. 한도 최사장은 철선업계의 홍일점으로 낯설기만한 이분야에 진출,성공했다. 무리수를 두지않는 내실경영으로 경영기반이 탄탄하며 사업에 뛰어든 뒤아예 말씨도 남성목소리로 바꿨다. 업계에서 여장부로 통한다.수영전기 최사장은 기계업종에서 알아주는 여성경영인으로 남편과함께 무정전전원장치를 생산하는 회사를 창업, 연 2백억원대의 회사로 키워냈다.섬섬옥수의 장점을 살려 의류업계에서의 여성경영인들의 활동은 두드러진다. 풍연물산의 김정은사장이 좋은 사례다. 김사장은 「쥴리앙」 등 3개 여성복 브랜드로 지난 90년이후 연 40%이상의 매출신장을 기록하는등 급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김사장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남성복도 생산하는 한편 유통업 진출도 모색하는등 사업다각화에 나서고 있다.캥거루표 장갑을 생산하는 한영기업 강혜숙사장은 가업을 이어 성공시킨 여성경영인이다. 강사장은 지난 81년 미국유학을 준비하던중 졸지에 부친이 쓰러져 가업승계의 길에 접어들었다. 그는 특히다른 가업승계자와는 달리 말단직원으로 출발, 경영노하우를 배운뒤 대표이사에 올랐다. 겨울 한철 장사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최근에는 골프장갑을 생산하는등 업종다각화에도 열심이다. 의류·패션업계에서는 이들외에 마담포라 이철우사장, 사라의 안윤정사장등이 뛰고 있다.도자기업계에서 성공한 여성경영인으로 하태리 동양도자기사장을빼놓을 수 없다. 하사장은 16년전 남편과 함께 창업한 뒤 이 회사를 도자기업계 3대 회사로 키워냈다. 저가보다는 고급화전략으로승부,성공을 거뒀다. 하사장의 억척스런 기업성공스토리는 최근 모방송국 라디오 프로그램에도 소개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유통 및 호텔업계에서도 여성경영인들의 활동은 활발하다. 광주 청전가든백화점 이화성사장은 이 지역에서 알아주는 재력가로 백화점을 기반삼아 청전건설, 청전주택 등 소그룹으로 성장했다. 현재 이사장은 호남대이사장을 맡아 교육사업에도 남다른 관심을 기울이고있다. 서울 뉴월드호텔의 박자금사장, 부산 코모도호텔 이영숙사장은 여성의 섬세함을 살려 호텔업계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다.◆ 패션 도자기업계등서도 두각맨손으로 창업했거나 가업을 승계한 여성경영인들의 활동도 활발하지만 재벌가 여성들도 최근들어 경영일선에 나서는 경우가 부쩍 늘고 있다. 김우중대우그룹회장의 부인 정희자대우개발회장은 호텔경영에 남다른 수완을 발휘하고 있다. 정회장은 호텔의 비품을 자신이 직접 골라 설치할 정도로 경영에 열정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삼성그룹 이병철선대회장의 딸인 이명희신세계백화점상무는 최근부회장으로 2단계 승진, 경영일선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는그동안 후선에서 경영을 해왔으나 부회장승진을 계기로 전면에 나서게 됐다.여성들의 사회진출과 맞물려 여성경영인도 늘고 있으나 아직 벽은많다. 남성위주의 비즈니스패턴이 여전하고 이렇다할 지원법도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미국과 같은 여성경제인지원법을 만들지않더라도 이들 여성경영인을 지원할 수 있는 대책이 아쉽다고 여성경영인들은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