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국내기업의 사장들은 체계적인 교육이나 훈련을 통해 경영자로 다듬어지기보다는 대개 혈연에 의한 상속이나 근무기간 동안의 업적평가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장학이라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최근 대기업들이 사내에서 최고경영자를양성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마련하고 있지만 사장만들기로서의 성과는 아직 미지수다. 중소기업의 경우 경영자양성과정은 엄두도 못 낸다. 기껏해야 혈연관계의 후계자가 회사에 직접 입사해영업 마케팅 재무 인사 기획 등 업무를 두루 섭렵하면서 배워나가는 정도가 사장만들기라고 할 수 있다.◆ 중소기업 사장 경영훈련 대부분 받지 못해그래서 사장의 자리에 오르고 난 뒤 회사경영에 있어 난관을 한두번쯤 겪는 게 다반사다. 부산을 기반으로 하는 중견기업인 S사의경우 기계 섬유 제지 등 몇 개의 기업을 거느린 「미니그룹」으로지난해 창업주인 회장이 사망하고 나서 장남이 사장직을 이어받아회사를 꾸려나가고 있다. 신임 C사장의 취임은 어느 정도 예견된사실이었으나 급작스런 선친의 유고에 따른 상속이라 미처 준비가부족했다. 『이전에도 선대 회장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하면서조금씩 어깨너머로 배웠지만 실제 기업경영에는 부족함이 없을 수없다』는 것이 C사장의 말이다.특별한 경영수업을 받지 못한 C사장은 취임후 얼마 지나지 않아S사가 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던 H사에 대한 다른 주주기업의 경영권장악을 위한 M&A시도로 시련을 겪기도 했다. 『회사경영과 무관한존재였다가 (선대회장의 사망으로)급하게 경영권을 이어받아 얕잡아 봤기 때문』이라는 것이 C사장의 생각. 그만큼 『사장직에 오르기 전에 충분한 경영수업을 받지 못한 사실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는 C사장은 『회사안팎의 일을 통해 경영을 배운다는 생각』이라고 말하고 있다.가전제품류를 만드는 인천의 또 다른 S사의 경우 창업주인 부친이3명의 아들과 영입한 전문경영인을 통해 3개의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도 역시 형제들이 어차피 가업을 이어받을 것이 정해진사실이었지만 특별한 경영수업과 같은 사전준비는 없었다. 『기업경영의 어려움 등을 집안에서 대화로 듣는 정도였지 특별한 교육이나 트레이닝 같은 것은 없었다』는 것이 곧 한 기업의 사장직에 오를 것으로 예정된 차남 K이사의 말이다. 본격적인 사장교육은 S사에 직접 입사하고부터라는 게 K이사의 말이다. 그러나 S사의 경우지금 전무 이사 평사원으로 근무중인 3명의 자식으로 회사를 꾸려나가는데는 한계가 있어 회사경영의 틀을 갖추고 경영훈련을 겸해얼마 전에 전문경영인을 영입했다.사장이 된 경위나 기업이 처한 환경은 각각 조금씩 다르더라도 사장들이 일반적으로 지적하는 사장의 자질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C사장의 경우 『얼마 되지 않은 기간이지만 회사를 경영하면서사장으로서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며 아울러 조직내 업무추진과정에서 조직원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사장이 반드시 갖춰야 할 능력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고 말한다. 동업자들과 함께 W제약을세운 C사장의 경우 『앞날을 미리 예견하는 능력과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 강력한 추진력』을 사장의 자질로 꼽았다.◆ 예견력·지도력 필요 … 최근 변화 적응 강조지난 95년 대기업 및 중소기업 등 5백명의 사장을 대상으로 한 본지와 LG경제연구원의 공동조사(본지 3호 12월 26일자 커버스토리<「마이더스의 손」 한국의 사장들> 참고)에서는 21세기의 경영자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예견력을 꼽았으며 지도력, 전문지식, 기획력·결단력, 건강 및 체력, 객관적 안목, 섭외능력,자금조달능력 등의 순으로 꼽았다. 지난 94년 능률협회에서 국내매출액순위 1백대기업사장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나타난 사장의자질로는 결단력 건강 균형감각의 순으로 나타나기도 했다.최근에는 급속한 정보화와 변화의 기류속에 사장의 자질이 변화의시류를 빨리 파악하고 변화에 적응하는 한편 관리자가 아니라 리더의 역할을 해야한다는 말도 요즘 많이 나오고 있다. K이사는 『회장으로부터 특정 사안에 대한 정확하고 빠른 판단과 결단력 등을사장의 자질로 갖춰야 한다는 교육을 받았다』며 『여기에 최신의변화를 감안하면 정보화와 변화에 대한 적응이 필요할 것』이라고말했다.미국이나 일본의 경우는 후계자양성에 관한 한 국내기업과 판이하게 다르다. 한마디로 지독하다고 할 정도다. 독특한 경영자선발시스템으로도 유명한 미국의 세계적인 다국적기업제너럴일렉트릭(GE)사는 사내에서 리더감을 찾아내는EMS(Executive Management Staff)라는 조직을 통해 리더를 양성한다. 대학교수 인재관리전문가 등 사외스태프으로 구성된 EMS는 수년간에 걸쳐 후보를 몇 명으로 압축해 그 가운데 가장 적합한 리더로 평가되면 사장으로 뽑는다. 물론 중간중간에 최고경영자 후보로선택된 여러명의 예비사장들은 갖가지 분야에서 경영자로서의 경험을 통해 평가를 받는다. 예를 들면 반년단위로 여러 곳의 사업부장을 잇달아 경험케 하고 반년동안에 업적을 올리지 못하면 탈락이다. 적자생존의 원칙이 철저히 적용되는 것이다. 덕분에 현재의 잭웰치회장을 포함해 최근 50년간 GE의 최고경영자자리를 거친 4명은모두 시대변화에 걸맞는 기업의 리더로서 성공을 거두었다는 평판을 듣고 있다.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타사나 자사에 입사해 근무하면서 경영수업을 혹독히 받는다. 일본 와콜사의 창업자인스카모토사장은 회고록에서 경영권을 물려줄 장남에 대해 『2세 경영자는 창업자를 이길 수 없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비교되는 것은할 수 없더라도 아무 고생도 안하고 사장이 됐다는 말을 듣는 것은본인에게도 불행이기 때문에 장남에게 혹독한 경영훈련을 시켰다』며 『한때는 아버지공포증에 걸렸었다고 그가 나중에 고백할 정도로 아주 엄격하게 대해 왔다』고 밝혔을 정도다.★ 후계자의 자질 평가 기준신한종합연구소에서는 지난 94년 신한은행과 거래중인 1천2백여개의 중소기업경영자를 무작위로 추출, 설문조사 후 「중소기업 사업승계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여기서 제시된 후계자결정 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10계명」을 간추려 소개한다.1. 사람을 좋아하는가 여러 연령층의 직원들을 책임져야 할 경영자가 사람을 싫어한다면 기업경영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가족적이며 탄력적이고 높은 성취력을 장점으로 갖춰야하는 중소기업의경우 특히 중요하다.2. 사업을 즐길 수 있는가 기업의 목적은 소속 조직원 모두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물질적 부라는 이점만이 후계의 사유가 되기에는 경영자에게 요구되는 책임이 크다. 사업을 좋아하고 책임과의무를 자발적으로 짊어지려고 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3. 간판이라는 명예를 포기할 수 있는가 대기업에 비해 소속감이나 자부심이 약한 중소기업의 가장 큰 자산은 인적자원이다. 이들에 대해 우월감을 가지면 안된다.4. 지방사람이 될 수 있는가 대다수 중소기업의 기반은 지방. 따라서 대도시의 프라이버시 문화생활 편의생활 등을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5. 술좌석등 사석에서 마음껏 즐길 수 있는가 중소기업의 최대자원인 내부조직원과의 격의없는 유연함을 갖춰야 순발력이나 적응력이라는 장점을 살릴 수 있다.6. 고참사원을 잘 관리할 수 있는가 선대 때부터 근무한 고참창업멤버는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선대의 의리를 유지하면서 무능력한 사람을 솎아내되 불만을 사지 않는 수완이 필요하다.7. 선대의 경영자와 비교되는 것을 참을 수 있는가 성실 노력 등을 특징으로 하는 창업자에 비해 후계자는 다른 성향을 가진 경우가 많다. 후계자에 대한 평가는 선대에 비해 가혹한 것이 일반적이다.8. 후계자의 부인은 어떤가 중소기업경영자의 부인은 사원들과 일상적인 접촉이 많다. 게다가 가정내에서의 역할외에 사원의 역할을맡아야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남에 대한 배려 건강 등이 전문지식 교양 지성보다 중요하다.9. 고독을 견딜 수 있는가 고독한 자리가 사장의 자리. 특히 결단의 순간에는 더욱 그렇다. 이런 고독을 극복하고 자기판단에 의존해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10. 30세 이전에 결단을 내릴 수 있는가 후계자가 될 사람은 30세이전에 회사에 입사해 나이에 맞는 지위부터 근무하면서 경영수업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