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샐러리맨들이 오르고자 하는 목표이자 정상이다. 수많은 사원들이기업에 들어오지만 이 자리에 앉는 사람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그만큼 사장 자리에 오른 사람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버텨낸 강인한 인물일 수밖에 없다. 이들은 내부의 경쟁 뿐만 아니라 외부의경쟁에서도 끝까지 버텨낸 존재다. 어떠한 형태든 경쟁기업들과의싸움에서 이기지 못하면 정상의 자리에 오를 수 없기 때문이다. 내부의 동료장수들과의 선의의 경쟁에서 살아남고 외부 적과의 전쟁에서도 승리를 거둔 개선장수 중의 수장이 바로 기업의 사장이랄수 있다.국내기업에서 막강한 사장 자리에 오르는 길은 대개 몇가지로 대별된다. 그 하나가 사원으로 들어와 20~30년 동안 각 단계를 거치면서 능력을 인정 받아 사장의 자리에 오르는 경우다. 대부분 샐러리맨으로 출발해 전문경영인의 경지에 이른 사람들이 그들이다. 둘째는 온갖 고난을 딛고 기업을 일으켜 스스로 사장 자리를 쟁취한 부류다. 이들은 사장이 되기 위해 일정한 경영자과정을 거치기 보다는 몸으로 체득하고 자신의 머리로 정상에 오른 사람들이다. 셋째는 재벌 2,3세를 비롯해 기업을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사람들이다.이들은 대부분 어릴 적부터 사장학을 뛰어넘어 제왕학을 몸에 익힌사람들이다. 문민정부가 세대교체론을 주창하는 틈을 타 몇년 전부터 대거 경영일선에 진출하면서 이들이 국내경제계에 미치는 입김이 어느 때보다도 거세어지고 있다. 이들은 한국기업의 독특한 풍토로 인해 전문경영인들과는 다른 「사장 만들기」과정을 거쳤거나생략한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이들 부류 중 첫번째인 전문경영인 사장이 되기 위해서는 「사장만들기」과정에서 두각을 나타내야 한다. 이들은 소유주인 회장이나 오너 밑에서 자신의 능력만을 무기로 사장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만큼 진정한 프로정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그러나 시대와 각 기업의 상황에 따라 요구되는 최고경영자의 상은급격히 변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경영자 양성과정의 내용도 급격히바뀌고 있다.◆ 세계화 의지·전문가 자질·창의력 지녀야삼성그룹은 지난 2월 17일 21세기 글로벌경영시대를 대비한 예비경영자 양성제도를 발표했다. 「시니어(senior) 지역전문가 제도」가바로 그것이다. 삼성은 올해 부장과 임원급 95명을 선발, 국제화된경영자를 육성하기 위해 이들을 해외 16개국에 파견하기로 결정했다. 임원과 부장들을 해외본사나 대형생산법인이 진출해 있는 지역은 물론 앞으로 전략적으로 진출을 검토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임원과 부장들을 파견해 국제화된 경영자로 집중 육성하겠다는 내용이다. 현재의 경영체제와 구조 그리고 한국적 경영관행과 풍토에 젖어있는 경영자들로는 더이상 생존자체가 힘들 것으로 판단했다.이 제도는 기존에 운용해온 임원대상의 「21세기CEO(최고경영자)」과정과 부장 대상의 「21세기 리더」 프로그램과정을 확대 개편한 것으로 21세기에는 국내중심의 경영체제에서완전히 탈피해 본격적인 글로벌 경영을 도입하겠다는 삼성의 장기경영전략과 맞물려 있다. 경영전략 변화에 따른 바람직한 새로운최고경영자를 지금부터 양성하겠다는 계산이다.9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대기업들은 개방과 국제화로 상징되는21세기를 맞아 이에 부응하는 인재양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중에서도 기업의 사활과 장래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최고경영자들을길러내기 위한 종합적인 프로그램개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자동화의 진전과 정보통신의 급속한 발달로 개인의 역량이 조직에 크게 미치면서 의사결정권을 가진 최고경영자의 안목과 지혜가 조직전체의 사활을 좌우하는 변수로 급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삼성그룹 이외에도 대우그룹은 몇년 전부터 미시건프로그램을, 선경그룹은 선더버드란 최고경영자 양성프로그램을 운영해 오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그룹마다 명칭은 다르지만 그 내용에 있어서는 모두 21세기에 대비해 각 그룹이 요구하는 최고경영자의 양성을목표로 하고 있다. 이제 최고경영자는 더이상 개인의 노력으로 자연히 자라는 것이 아니라 조직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음을 뜻한다.실제로 최근 2,3년전부터 임원인사에 나타난 특징을 살펴보면 경영자상이 크게 바뀌고 있음을 증명해주고 있다. 그 한가지가 세계화에 대한 의지와 감각이 있는 인물이 대거 발탁되고 있다는 점이다.둘째는 해당분야의 전문가로서 실적이 뚜렷이 나타난 사람이 임원으로 승진했다. 셋째는 창의와 개성이 넘치는 인물로 젊은 층이 대거 승진대열에 올랐다. 경험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활동력이 강한인물 그리고 정보화 물결에 과감히 뛰어드는 인물이 새로운 경영자상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기업들은 이같은 경영자의 양성은 애시당초 훌륭한 인재의 선택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믿고 사원채용 때부터 우수한 인재의 발굴에안간힘을 쏟고 있다. 「될성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는 속담처럼 최고경영자란 거목은 떡잎부터 좋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고유한 기업문화에 적합한 인물을 선택, 간부과정을 거쳐 최고경영자로 양성하는데 주력하고 있다.현대그룹은 「하면 된다」는 강인한 정신력을, 삼성은 「열린 사람」을, LG는 「도전의식」 소유자를, 선경은 「패기」있는 자 등을바람직한 인재상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같은 인재상은 각기업들이장기경영전략과 함께 고유의 기업문화에 부응하는 인재상이기도 하다. 개인도 어느 부류의 인재군에 속하는가를 따져 기업을 선택한다면 최고경영자의 길을 걷게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고 할 수있다.◆ 대기업 오너들, ‘사장 만들기’에 골몰사원들은 여러가지 업무의 체득은 물론 직급에 따른 다양한 실무교육 코스를 거치며 간부로 육성된다. 간부는 다시 리더십개발을 중심으로한 간부교육프로그램을 거치며, 임원은 리더십개발과 함께회사를 경영하는데 필요한 최고경영자 프로그램을 통해 사장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개인으로 보면 실로 험난한 대장정이랄 수 있다.그렇다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올라온 많은 경영자들 중 마침내 최고경영자 자리인 사장에는 어떻게 임명되는가. 사장 임명과정은 기업과 오너의 스타일마다 다소 다르다. 삼성그룹의 경우 소그룹 단위로 적합한 사장 후보를 선발한 뒤 소그룹장의 결재를 거쳐 그룹비서실 내 인사팀으로 인계하도록 하고 있다. 그룹비서실은 각 소그룹에서 작성한 사장추천 제안서를 바탕으로 또다시 복수의 사장을 추천, 비서실장의 결재를 거쳐 최종적으로 이건희 회장의 재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소그룹 단위로 그동안의 경영실적과 개인의능력을 판단한 뒤 그룹 전체차원에서 또다시 검토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한화그룹은 사장의 임명에 관한한 정기인사에 관계없이 수시로 결정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경영상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새로운사장을 임명하고 있다. 사장의 대상도 정형화된 틀을 벗어나 해당기업의 역할과 규모에 맞는 사람을 우선으로 삼고 있다. 직급이 부장이나 이사라할지라도 필요한 사람이라면 사장으로 곧바로 앉힌다는게 김승연 회장의 사장 임명 원칙이다. 한화그룹은 사장의 임명도 공식적인 절차가 없다. 김회장은 사장의 교체나 임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비서실 인력관리부에 사장 대상자의 인사정보파일작성을 지시, 비서실장을 경유해 올라온 보고서를 바탕으로 회장이직접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대기업 회장들은 거의 모두 사장자리에 어떤 사람이 포진하느냐에따라 그룹의 장래가 좌우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자연히 사장의 지명에는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유능한 인재를 육성하고 그들 중에서 탁월한 사람을 사장에 앉히기 위해 대기업 오너들은 지금 이순간도 「사장 만들기」에 골몰하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