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력 시사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미국의 호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지난해에만 3백만명이 일자리를 새로 찾았다. 기업의 매출이익은꾸준히 늘고 주식시장은 활기를 띠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서서히감소하고 있다. 게다가 이런 호시절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처럼 보인다. 자본주의의 가장 큰 근심거리인 경기순환이 사라진 것처럼보인다. 경기과열과 침체가 반복되기보다 경기는 지속적으로 꾸준히 좋아지고 있다. 기업들은 과거처럼 과잉투자와 같은 오류에 빠지지 않는다.』미국의 이런 호황의 배경은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이다. 컴퓨터와 통신기술을 이용해 재고를 조정하고 종업원들의 생산성을 높여놓았기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앞선 정보통신기술의 연구성과를 일선기업들이 사용할수 있도록 상품으로 만들어낸 벤처기업의 활약을빼놓을 수 없다.벤처기업은 일반적으로 「위험부담은 높지만 성공하면 높은 수익을올리는 신생기업」을 말한다. 기존의 기업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모험심과 기술력. 대개 개인이나 소수의 집단이 갖고 있는 기술혁신의 아이디어를 상업화하기 위해 설립한다. 그만큼 기업의 규모는 작고 민첩하다. 고유의 기술이나 신기술 첨단기술 혹은 독특한 서비스 등의 노하우로 무장, 아무리 자금력이 뛰어난 대기업도함부로 건드리지 못한다. 왕성한 기업가 정신으로 새로운 시장을적극적으로 개척하고 신기술을 개발하는 모험을 아끼지 않는게 벤처기업이다.현재 국내에 벤처기업으로 분류될 수 있는 기업은 1천7백여개로 추정된다. 벤처기업의 경영성과는 일반기업에 비해 우수하다. 지난해평균 당기순이익률이 15%로 일반기업 평균의 5배이상이다. 일반중소제조업체의 도산비율이 약 3.8%인데 비해 벤처기업협회소속1백70개사중 도산한 기업은 한곳도 없다.최근 벤처기업이 불황속의 한국경제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제철 조선 등과 같은 「양」위주의 장치산업으로는 21세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한보철강의 부도는 이런 인식전환의중요한 계기가 됐다. 정부는 다시 벤처기업의 육성을 들고 나왔다.그러나 한보부도는 단순한 「부패스캔들」이나 「장치산업의 종말」이란 측면 뿐 아니라 「전략산업육성정책의 실패」란 측면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가 나서 산업을 육성하겠다는발상의 오류는 벤처기업에 각종 혜택을 주겠다는 육성책에서 또 다시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창투사자본을 10%이상 유치하면 벤처기업으로 간주해 코스닥등록 때 혜택을 주는 제도이다. 이제도의 부작용은 벌써부터 현실화되고 있다. 오직 코스닥에 등록할목적으로 창투사의 자본을 정확하게 10%만을 유치하고 등록할 날만을 기다리는 기업도 있다. 마땅히 등록해야 할 기업의 자리를 빼앗는 셈이다. 정부의 육성책이란 것이 오히려 규제로 작용하고 있는 현상이다.◆ 국내 벤처기업 1천7백여개, 경영성과 우수벤처기업의 육성을 위한 인위적 정책보다는 여건조성이 필요하다는지적이 강하다. 미국에서 벤처기업창업이 활발하고 수많은 기업이성공할 수 있었던 여러 요인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 장외시장인 나스닥(NASDAQ)이란게 정설이다. 그러나 「한국의 나스닥」을 표방하고 나선 코스닥은 제약조건 때문에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이 거래부진이다. 연기금등 기관투자가들의 참여가 제약돼 있는 등 코스닥의 수요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이다.주식 액면가제도도 폐지돼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벤처기업가가 투자자금을 모을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주식발행이다. 회사의 주가가 크게 올라야 기업가는 사업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미국의 경우 주식액면가가 고정돼 있지 않다. 기업이 마음대로 액면가를 정할 수 있다. 때문에 1센트로도 주식을 발행할 수 있다.1센트짜리 주식이라도 「엔젤」이라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이 사업가치를 인정하면 1달러에 사들인다. 사업 성과를 내기 시작하는 성장단계에 들어가면 벤처자본을 주당 3달러에 유치한다. 이 과정에서벤처창업가는 1백배, 3백배의 수익을 거둘 수 있게 된다. 뚜렷한매출성과를 내는 성숙기에 들어가면 장외시장에 등록하고 주식은10달러선에 거래된다. 엔젤투자자와 벤처자본은 투자자금을 고스란히 회수하면서 10배, 3배의 이익을 거둔다.이렇게 되면 굳이 기술담보제도가 없어도 벤처창업가는 사업자금을조달할 수 있다. 개인투자자와 벤처자본은 여러번 투자에 실패해도한번만 성공하면 투자자본을 회수할 수 있는 메커니즘인 셈이다.그러나 국내 규정대로 액면가를 5천원으로 주식을 발행할 경우 주가가 1천배 오르면 5백만원이나 된다. 1백배만 올라도 50만원이다. 현재 50만원대를 넘은 주식은 한국에 없다. 사업자금마련이나투자자금 회수에 메리트가 없다는 말이다.『무액면주의를 바로 실행하기 어렵다면 주식정관에 액면가를 정하는 표시가 액면제도라도 도입해야 한다』는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벤처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은 결국 미국식 자본주의하겠다는 것아니냐』는 무한기술투자 이인규사장은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할 때』라며 『경제활동의 기본을 규정하는 상법의 사상부터 자유경쟁에 충실할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고의 근본부터 바뀌어야 할 때입니다. 담배는 한가치씩 끊을수 없습니다.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습니다.』LG창업투자의 김영준 사장 역시 『벤처산업은 철저히 자기위험을지면서 그에 상응하는 이익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의 전형』이라고강조한다.★ 벤처기업 성공조건자금·시간·가격 경쟁력 확보해야성공적인 벤처기업사장이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단연 지속적인 자금줄을 먼저 확보하는 것이다. 벤처기업의 성패는 시간과 돈의 싸움이라고 봐도 된다. 아무리 독창적인 기술을 갖추고 있어도사업초년생이 불모지에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그 시간을 줄이기 위해선 초기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외부에서 수혈해야한다. 사무실을 내고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국내외 시장조사도 제대로 해야 한다. 이미 실용화된 기술도 철저히 분석해야한다.벤처자금을 끌어쓰기 위해서는 자신의 기술과 실용화에 대해 홍보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하듯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 정도로 사업내용을 조리있게 소개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자신의 경력을 자세히 알려줘야 하고 영업전략도미리 짜 두면 효과를 볼수 있다고 벤처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그렇다고 서둘 필요는 없다. 벤처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진만큼 유리한 투자조건을 제시하는 투자자를 찾으면 된다. 특히개인 투자자를 찾을 경우 비즈니스 경험이 풍부하고 사업안목이 있는 사람을 택하면 자금이외의 부문에서도 많은 자문을 받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그동안 투자실적이 좋았던 창업투자회사를 찾는 것이다.홀로서기에 자신있는 경우 중진공의 「창업인큐베이터」의 문을 두드리는 것도 좋다. 사업에 필요한 기본설비가 갖춰져 있는데다 동료 사장들로부터 자문을 들을 수 있다. 자금과 인력을 확보한 다음에는 치밀한 프로세스에 따라 기존 제품보다 성능이 뛰어난 상품을생산해야 한다. 이때 가격경쟁력도 고려해야한다. 초기 납품은 가능하면 대기업이 좋다. 자사의 기술을 대외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어 영업에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매출이 급격히 증가한다고 사업을 확장할 경우 낭패를 볼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기업규모에 연연해하지 말고 신제품 출시스케줄을 마련해 실천하면 기업은 저절로 커간다는 것이다.벤처기업이 어느정도 자리를 잡으면 직원들의 신뢰를 얻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력유출은 곧 기술이 다른 회사로 빠져나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어주는 방안을 찾는게 중요하다.★ 유망 벤처기업 / 탄생·성장과정 거치는 유기체「사업구상 - 창업 - 보육 - 기술개발 - 신제품개발 - 안정적 수익기반확보」 등 기업도 유기체처럼 성장과정을 거친다. 기업가의 머릿속에 있는 구상이 어떻게 벤처기업으로 자라는지 살펴본다.●발아기: 기업가의 싹을 틔우는 단계. 주로 대학교의 벤처창업동아리들을 통해 장래의 벤처기업가를 육성한다. 대학생들에게 꿈을불어넣고 창업에 관심을 갖게 이끈다. 모의회사 설립을 통해 기업가 마인드를 키우는데 도움을 준다.●사업구상: 구체적인 벤처창업단계. 아이디어만 있는 상태로 시제품은 나오지 않는 단계다. 시장조사나 사업의 타당성을 타진하고사업자금을 마련할 계획을 세운다. 이때 사업계획서만으로 엔젤투자자를 설득, 사업자금을 마련한다. 개념단계(Seed Stage)에 해당한다.●창업 및 보육: 법적인 회사설립을 마치고 본격적인 벤처기업의길에 들어선다. 사업에 필요한 각종 장비와 시설을 갖추고 회사로서의 외양을 갖춘다.●기술개발: 회사를 설립한지 1년정도 지난후로 벤처자본의 시각에선 「출발단계(Start-up Stage)」로 분류하는 단계다. 사업계획에 따라 상품화에 필요한 기술과 각종 노하우를 확보하고 제품개발을 마친 단계다. 이때는 시제품을 생산해 시장에 선보여야 하므로생산과 마케팅을 위한 추가적인 사업자금이 필요하다. 엔젤투자자나 다소 모험적인 전문투자기관에서 자금이 들어오는 단계다.●신제품개발: 3~4년의 기술개발끝에 상품개발의 결실을 맺은 단계. 신상품에 대해 시장에서 반응을 보이기 시작하고 회사의 매출도 크게 오르기 시작한다. 생산시설과 판매망을 확보하기 위한 사업자금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 외부자본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단계에서 벤처자본을 유치한다.그후 상품판매가 호조를 보이면 생산시설을 보강하고 판매망을 확충할 필요가 생긴다. 또 한번의 투자가 이뤄지는 시점으로 많은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단계다.●안정적 수익기반확보: 상품에 대한 인지도도 높아지고 매출도 안정기에 올라 성숙단계(Mezzanine Stage)에 이르게 된다. 거래선과상당한 신뢰를 쌓은 상태에서 상품을 납품하는 단계다. 생산품목을다변화하거나 제품의 질을 더욱 높여 경쟁사가 따라오지 못하도록한다. 장외등록을 준비하고 주식옵션제 등의 도입을 검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