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그룹의 미래는 자구계획이 일정대로 진행되느냐에 달려 있다.매각하겠다는 계열사나 내놓은 부동산이 계획처럼 제때 팔려나가야살수가 있다. 「기아 회생의 열쇠」인 셈이다.기아그룹이 지난 22일 내놓은 자구계획의 골자는 모두 3조1천억원규모의 자산을 매각하고 인력감축 등을 통해 1조원 이상의 수익성개선효과를 내겠다는 것. 또 그룹 구조조정을 위해 현재 28개 계열사중 11개 업체를 분리하고 기아특수강을 매각하며 5개 계열사를5개 계열사로 통폐합하기로 했다.기아그룹은 이같은 강도높은 구조조정이 계획대로 실행될 경우 잔여 13개 계열사 재무구조는 현재 총자산 14조6천억원,부채12조2천억원,부채비율 5백17.3%에서 총자산 8조8천억원,부채 6조7천억원,부채비율 3백20. 5%로 크게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물론 이같은 자구계획에 대해 채권은행단은 결코 만족스럽지가 않다. 30일 채권은행단 회의때까지는 모든 것이 결판나겠지만 아직아시아자동차의 3자 매각여부에 대해서는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경영권 포기각서 요구는 기아그룹이 경영권 포기각서를 낼만한 대주주가 없다는 이유로 자구계획 이행각서 제출로 대신했다. 자구계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다면 모든 경영진이 퇴진하겠다는 약속이다. 임원을 50% 감축하라는 요구에는 기아그룹이 후퇴했고 계열사나 임원이 갖고 있는 주식을 담보로 제출하라는 요구도 대충 승낙한 상황이다.따라서 아시아자동차 매각을 비롯한 몇가지 변수는 남아 있지만 대체로 기아그룹의 자구계획은 완성된 상태다.자구계획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역시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매각이다. 물론 애로사항이 없지는 않다. 진로 대농등 부도유예협약에걸려든 기업들이 자구계획이행에 가장 애를 먹는 부분이 불황과 겹쳐 내놓은 부동산이 거의 팔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아그룹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다른 기업처럼 덩어리 땅이 아닌전국 곳곳에 알짜배기 땅을 갖고 있다는 것과 덩어리 땅이라도 노른자위라는 점이 기아의 자구계획이 다른 기업에 비해 괜찮게 평가되는 이유다.◆ 노른자위 부동산 ‘매입 문의’ 많아기아가 내놓은 부동산 가운데 핵심은 아시아자동차 광주공장이다.기아그룹은 아시아자동차 자체를 팔게되지 않더라도 26만평 규모의노른자위 땅인 광주공장 부지는 팔겠다는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땅은 광주시 내방동 고속버스터미널 바로 옆에 위치해 있어 입지가기가막힌 땅이다.여의도 신사옥 및 구사옥과 기산사옥 부지도 노른자위다. 이미 쌍둥이빌딩이 서있고 기산사옥이 올라서면 국내 최초의 트리플(세쌍둥이)빌딩이 될 대규모 사옥이다. 국회 바로 앞에 위치해 워낙 입지가 좋다. 이미 매각대상에 포함됐다는 보도가 나가자 매입문의가들어오고 있다. 시흥공장도 만만치 않다. 시흥대로변에 위치한 1만3천평 규모의 덩어리 땅으로 지금은 AS센터 기술센터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아파트부지는 물론 용도변경만 되면 상업지역으로도 좋은 땅이다. 7백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기산이 갖고 있는 김포 장기리부지,정주 수성지구부지,포항 하정부지 등 아파트부지와 송도비치타운 원정스포렉스 충주이화호텔 아산이화호텔 등도 적게는 1백억원에서 많게는 5백억원대를 호가한다. 물론 각종 연수원 부지나 속리산 관광단지 조성부지등 팔리는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도 꽤 있다. 그러나 기아그룹은 올해안에 부동산매각계획의 3분의1에 해당하는 1조원규모의 자산을 매각할 계획이다. 올해 이 계획을 달성하느냐가 자구계획 향방에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수익성 개선을 위해서는 인건비 부분에서 4천9백억원,재료비3천7백73억원,제경비 1천8백80억원등 연간 1조5백억원의 절감을계획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힘들면서도 가장 시급히 처리해야하는 문제가 인력감축방안. 임원 30%와 간부사원 18% 등 5천3백여명을 감축하고 임금동결 상여금 반납등을 포함. 모두 4천9백억원의 개선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 23일 원로급 고문 23명을 내보내면서 시작되고 있는 이 작업은 이미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룹계열사 28개서 13개로 축소구조조정방안은 원칙적으로 완성차사업을 중심으로 회사를 정상화시켜 나가며 비자동차사업부분은 계열분리 또는 매각을 원칙으로한다. 법인매각으로는 기아특수강의 경우 산업은행 부채를 출자전환 또는 제3자 인수를 추진하며 아시아자동차 전 공장부지를 순차적으로 매각해 나가기로 했다. 아시아자동차 특장차부문과 주조공장은 분할 매각키로 했다.계열사 분리 대상은 (주)기산과 기산의 계열사 6개사. 대경화성다스코 (주)케이티 화천금형 등 11개사이며 기아자판에 대전판매기아인터트레이드를 흡수시키기로 했다. 또 기아정기에 한국AB시스템을 흡수하는등 기존 3개 계열사를 통폐합시키기로 했다.이에 따라 그룹 계열사는 기존 28개에서 13개로 축소된다. 물론 여기에 아시아자동차와 아시아자동차판매가 포함되면 11개사만 남게된다.문제는 매각대상인 기아특수강. 지금으로선 이 회사에 어느 기업도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 지난해 그룹 전체적자 1천2백90억원의68%에 달하는 8백79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기아특수강은 은행부채가 1조원 이상이고 이자부담만도 연간 1천억원이 넘는다.인수를 할만한 포철은 인수불가방침을 굳힌지 이미 오래전이고 인천제철 동국제강 동부제강 등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해결책은 산업은행 대출금을 출자전환하거나 아시아자동차를 붙여 팔아야 가능하다는 시각이다.★ 정부, 직접 개입 '득보다 실 많다' 자제부도위기에 몰린 재계8위의 기아그룹에 대한 정부의 공식입장은 △기아자체문제에는 개입하지 않되 △금융질서안정 하청중소기업지원대외신인도유지를 위해서는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한다는 것이다.이같은 입장에서 기아그룹의 부도유예적용 직후인 7월16일 하청중소기업지원 금융기관유동성지원 대외신인도제고대책등을 발표했다.7월19일에는 재경원차관을 위원장으로하는 실무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보다 강화된 대책을 내놓았다. 하청업체에 상업어음특례보증을 1조원추가로 공급하고 금융기관에 대해 기아의 진성어음할인과대출전환을 유도한다는게 골자다.정치권과 재계에서 정부대응이 미온적이라는 비판이 거세지자 28일에는 강경식 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이 직접 금융기관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하청업체지원에 대한 압력의 강도를 한단계 높였다. 원칙적인 시장경제론자들인 강경식 경제팀의 입장에서는 구시대적인「창구지도」나 다름없는 일이지만 금융시장붕괴위기까지 거론하는데에는 밀리지 않을수 없었다. 금융시장안정만큼은 지켜야된다는데동의한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임시방편조치는 해서는 안되지만 더이상 강제로 할수는 없다는게 고민이다. 또 크라이슬러처럼 정부가기아채무를 보증해주거나 산업은행대출을 출자로 전환하는 것은WTO(세계무역기구) 협정에 정면으로 위배돼 기아차를 한대도 해외에 팔아 먹을 수 없게 된다며 반대하고 있다.어쨌든 정부는 기아그룹자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만을 빼고는다만 금융기관도 기아의 부실화에 책임이 있는 만큼 책임질 부분은책임을 져야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강경식 경제팀은 기아자체의 문제에 대해서만은 채권금융기관과 기아가 알아서 할일이라며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확인하고 있다. 강부총리는 25일 국회답변에서 『기아사태는 경영의 문제이며개별기업의 경영에는 간섭하지 않는 것이 정부입장』이라고 답변했다.기아자체의 문제에까지 정부가 개입하면 자율적인 구조조정은 물건너 가고 설마 대기업을 부도내랴는 식의 정부의존적 태도는 심화된다는 것이다. 기아사태가 경영의 문제라고 한 것도 기아가 전문경영인이 경영하는 그룹이지만 오너가 있는 대그룹처럼 선단식경영이나 방만한 경영관리에 부실화의 원인이 있기 때문에 이를 스스로시정하도록 해야한다는 시각에서 나온 말이다. 정부는 특히 상반기자금악화설이 나돌았던 아시아자동차의 자구노력이 지지부진한 점과 기아자동차가 포철의 원자재공급중단을 스스로 언론에 공개해대외적인 신인도를 실추시킨 점에서 기아가 국민기업이라는 여론을등에 업고 위기를 모면하려는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있다.결국 정부는 개입하지 않음으로써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부실경영에책임이 있는 기아경영진을 물갈이하고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강요하도록 함으로써 강력한 노조와 방만한 관리 집단이기주의를완전히 뿌리뽑도록 하겠다는 생각이다. 이처럼 스스로 해결해서 정상화되는게 특정기업인수시 특혜논란에 시달리지도 않아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렇게 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채권은행의 시각을빌려 대선이후에는 제3자인수를 용인하는 시나리오를 생각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에도 삼성그룹에는 인수시키기가 어려울 것이라는게 재경원의 시각이다.재경원이 특융을 요청하는 은행에 대해 강도높은 자구노력의 선행을 제시한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시도하는강경식 경제팀의 과감한 시험이 성공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