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는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요즘 연예계종사자들은 스타가 대중 앞에 우뚝 서는 과정을 이렇게 부른다. 하나의 상품이 기획과 생산, 마케팅의 단계를 거쳐 소비자의 손에 전달되듯 스타도 똑같은 절차를 밟아 정상의 자리에 오르는 사례가급증하고 있는 까닭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홀로서기 스타는 있을 수 없다는 성급한 결론을 내리는 사람들도 많다. 잠재력이 무한하고 능력이 탁월하다고 하더라도 가다듬어 광택을 내고, 대중에게널리 알리는 작업을 하지 않고는 스타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현실때문이다.◆ 한번 뜨면 ‘고생 끝, 행복 시작’스타는 이제 그 자체가 하나의 가치이자 상품이다. 스타 한사람이다른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 수백, 수천명의 몫을 하는 꿈같은 현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1년에 1백만장 이상의 음반 판매력을 갖춘톱스타 한명만 데리고 있어도 연간 매출액이 웬만한 중소기업보다낫다. 줄잡아 수십억원의 수입을 올리게 된다. 연예산업의 특성상무한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다. 게다가 마음만 먹으면 세계시장으로 진출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 최근 톱가수들이 앞을다투어 세계시장을 노크하는 것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수백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 기획회사나 매니지먼트회사들이스타 하나 띄우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번만 뜨면 「고생 끝, 행복 시작」이라는 시나리오가 현실로 다가온다. 실제로 하루 아침에 스타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한 매니지먼트회사들은 돈방석에 앉는다. 출판가에서 1백만부짜리 베스트셀러가한번 터지면 적어도 3년은 버틴다는 얘기와 비슷하다. 하지만 책은단발로 끝나지만 스타는 잘만 관리하면 주기적으로 「대박」을 터뜨릴 수 있어 잠재적인 가치 면에서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너도나도 스타가 되는 꿈을 꾸고 이를 바탕으로 연예산업이 날로 번창하는 것이 당연해 보이는 대목이다.가수라기보다 하나의 기획상품이라는 평가를 받는 대표적인 연예계스타로는 최근 돌풍을 몰고온 5인조 남성댄스그룹 H·O·T를 들수있다. 지난해 가을 첫 모습을 드러낸 H·O·T는 데뷔곡으로 앨범판매 1백만장을 돌파했고 최근 내놓은 2집도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며발매 20여일만에 1백만장을 넘어서는 등 엄청난 히트를 기록하고있다.데뷔곡이 1백만장을 돌파한 사건(?)은 지난 91년 신승훈 이후처음이고 그룹으로는 최초다.H·O·T 성공의 가장 큰 이유는 철저한 기획에 있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최고의 인기그룹이 만들어지기까지는 1년여의 시간이 걸렸고 그 기간 동안 철저한 준비작업이 진행됐다. 특히 소속회사인 SM기획은 신세대문화 대변자와 우등생이라는 다소상반된 이미지를 만들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노래에는 신세대들이느끼는 감정을 듬뿍 넣되 전달자 역할은 착한 학생의 이미지가 풀풀 풍기는 고등학생이 맡는 것이 좋다는 계획을 세웠던 것. 팀을구성하는 과정에서 이례적으로 신문광고까지 낸 것도 이런 이미지에 딱 들어맞는 재능있는 멤버를 영입하기 위해서였다. H·O·T의이미지가 아주 깨끗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도 이런 전략적인 계산이빚은 결과라고 할수 있다.여기에다 SM기획은 춤과 구성원들의 캐릭터를 상당히 중요시했다.멤버들을 선발할 때도 우선적으로 춤실력을 테스트했다. 사전조사를 통해 중고생 팬들이 노래보다는 춤을 잘추는 가수를 훨씬 더 선호한다는 사실을 알았던 것이다. 또 노래와 춤만으로는 팬들을 끌어들이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 5명의 멤버들에게 한가지씩의 특징적인 캐릭터를 부여했다. 예를 들면 영어랩이 특기인 토니안에게는 귀여운 이미지를, 말을 잘하는 문희준에게는 우스갯소리를 적절히 활용하라고 주문했고 외모가 출중한 리드보컬 강타는 남성다움이 돋보이도록 유도했다. 의상 역시 각자의 캐릭터에 맞춰 입혔다.매니저인 정해익씨는 『H·O·T는 일종의 전략상품으로서 기획사의치밀한 계산과 철저한 조사를 통해 탄생했다』며 『당초 생각했던것 이상의 대성공을 거두었다』고 말했다.최근 데뷔 두달만에 50만장의 음반 판매고를 올리며 H·O·T의 아성에 강력히 도전하고 있는 신세대 6인조 그룹 젝스키스도 마찬가지다. 재미있는 것은 젝스키스를 만든 대성기획 이호연 사장이 처음부터 철저하게 H·O·T를 의식해 이미지를 창출했다는 점이다.6인조로 결성한 것을 비롯해 음악적인 면에서 헤비메탈과 힙합을합친 강한 장르로 승부를 건 것 등 하나에서 열까지 라이벌을 염두에 두고 작업을 진행했다. 물론 일부에서는 H·O·T를 너무 의식한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성기획측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색깔을 입히는데 주력, 결국 H·O·T의 유일한 라이벌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켰다.이밖에도 연예인이 누군가에 의해서 하나의 상품으로 만들어지는예는 적지 않다. 특히 최근들어 나날이 늘어만 가는 댄스그룹은 거의 대부분이 특정한 프로그램에 따라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만만찮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구피, 영턱스클럽, UP 등이 모두 이런 케이스에 속한다.또 영화배우나 탤런트들 가운데도 이런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수 있다. 대표주자로는 영화 <서편제 designtimesp=5126>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오정해를 꼽을 수 있다. 대학에서 판소리를 전공한 오정해는 우연한 기회에 임권택 감독의 눈에 띄면서 주연으로 발탁됐고 체계적인 연기수업을 통해 배우로 거듭났다. 단 한편의 영화로 벼락스타가 된 오정해는 그후로도 <태백산맥 designtimesp=5127> 등 임권택 감독 작품에 잇따라 캐스팅되며 90년대를 빛낸 영화배우의 한사람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렇다면 스타를 모델로 한 기획상품의 경제적인 가치는 어느 정도나 되고 탄생하기까지 비용은 얼마나 들까.먼저 앞서 설명한 H·O·T의 예를 들어보자. H·O·T가 1년여의 연습기간을 거쳐 1집 음반을 내기까지 쓴 돈은 대략 2억5천만원으로추산된다. 소속사인 SM기획의 H·O·T에 대한 초기 투자비용이 2억5천만원인 셈이다. 물론 이는 다른 가수들이 음반을 낼 때 들이는비용 7천만~8천만원에 비해 월등히 많은 액수임에 틀림없다. 오랫동안 체계적으로 준비해 상품을 내놓다보니 비용이 많이 들었다는것이 기획사측의 설명이다.◆ 재능·운·기획사 능력 3박자 갖춰야 성공그러나 음반업계 관계자들은 상품의 가치 면에서 볼 때 H·O·T에대한 투자는 대성공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1, 2집을 통틀어2백만장을 넘어선 음반판매량만 보아도 쉽게 알수 있다. 불과 1년여 만에 보통 1만원인 CD와 6천원 안팎인 카세트테이프를 합쳐 2백만장이 팔려 나갔다. 이를 돈으로 치면 어림잡아 1백50억원이 넘는천문학적인 액수가 나온다. 물론 여기서 음반 생산비와 유통마진,그리고 멤버들에게 돌아가는 것을 빼야 회사의 몫이 남는다. 이런경우 일반적으로 각종 비용을 뺀 순수익의 60%는 회사가, 나머지40%는 가수가 가져간다.여기에다 공연을 다니거나 방송스케줄을 소화하면서 쓰는 돈도 엄청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기획사 입장에서는 지난 1년여 동안 엄청나게 남는 장사를 했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특히 H·O·T는 그동안 광고에 4차례 출연, 약 8억5천만원의 수입을 올리기도 했다.하지만 H·O·T의 성공이 모든 연예인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뿌린만큼 거두는 게 인생사라지만 연예가에서는 거두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공을 들여 만들었는데 전혀 소비자들의 눈길을끌지 못하는 상품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연예매니지먼트 사업이도박에 비유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A기획사의 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는 K씨는 그룹을 만들어 6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친 후 올해초 음반을 냈는데 5천여장밖에 안팔려 완전히 실패했다며 대략 계산해보니 1억여원쯤 밑진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그는 국내 연예계의 특성상 크게 성공할 확률은 10%도 채 안된다고 귀띔했다. 이러한 사실은 수치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가요시장을 예로들면 1년에 대략 1천여장의 음반이 발표되지만 손해보지 않는 수준인 3만장 이상이 팔리는 것은 고작 50여종 내외에 불과한 것으로집계되고 있다.한사람을 키우는데 연기지도비와 몸매가꾸기 비용이 3천만원 가량든다는 탤런트나 영화배우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해에도 수십명씩 선발대회나 공개오디션을 통해 뽑힌 다음 일정한 훈련을 거쳐연예계의 문을 두드리지만 일회용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타만들기에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존재한다는 점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중소규모인 H기획사의 L실장은 『스타를 만드는 관건은 재능, 운, 기획사의 능력이 3박자를 이뤄야 가능하다』며 『그런 점에서 자금력이 떨어지고 인맥이 약한 소규모 기획사나 매니지먼트사가 설 길은 아주 좁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