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만화영화 제작 전문가인 애니메이터가 유망직종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일을 할수 있는데다 잘만 하면 고소득도 올릴 수 있다는 이점때문에 젊은이들로부터 많은 주목을 끌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학 진학을 앞둔 학생들은 물론이고 20대 직장여성들까지도 전문교육을받기 위해 관련 교육기관의 문을 두드리는 실정이다. 최근 들어 기대와 관심 속에 성장을 거듭해가고 있는 국내 애니메이션 교육기관의 실태를 살펴본다. 아울러 유수의 외국 교육기관을 소개한다.◆ 대학 및 전문대학학과 신설 증가 달라진 세태 반영요즘 들어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음을 엿볼 수있는 곳이 바로 대학(전문대학 포함)이다. 최근 2년 사이에만도 거의 10여개에 이르는 대학이 만화영화 관련 학과를 설치, 애니메이션 전성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지난 95년까지만 해도 만화학과하면 전문대학을 떠올릴 정도였으나 최근 들어서는 4년제 대학들이 앞을 다투어 관련 학과를 설치, 달라진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올해 기준으로 전국의 13개 대학에서 신입생만도 6백여명을 뽑았을정도다. 재학생까지 합칠 경우 전공자가 무려 1천명이 넘는 실정이다.대학들의 움직임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우리나라를 대표할전문 예술인 양성이 주목적인 한국종합예술학교다. 개교 이후 줄곧음악과 미술 전공 신입생을 뽑아오다 올해 3월부터 영상만화학과를설치, 애니메이션 분야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특히 관계자들은 이 대학이 국립이라는데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정부가 만화영화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라는설명이다. 입학정원은 비교적 적은 15명이다. 그러나 실기위주의대학인만큼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고급인력을 양성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서울소재 대학인 세종대와 추계예술대 역시 영상만화학과와 만화예술학과를 만들어 애니메이션 전문교육을 시키고 있다. 세종대의 경우 지난해 3월 애니메이션 관련 전문가를 키운다는 목표 아래 학생들을 뽑고 있다. 정원은 40명으로 기초에서부터 제작에 이르기까지다양한 커리큘럼을 마련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학교측은 학과의 특성을 최대한 감안해 학생들이 직접 제작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가능한 한 많이 준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애니메이션 관련 학과 설치붐은 지방대학에서 더욱 두드러진 모습이다. 지난 95년 한서대(충남 서산)가 영상미술학과를 만든데 이어96년에는 상명대 천안캠퍼스와 순천대(전남 순천)가 나란히 만화예술학과를 신설했다. 한학년 정원은 3개 대학이 30~40명선으로 비슷하다. 또 학과의 명칭은 약간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만화의 기초와 애니메이션을 골고루 가르친다는 점도 아주 유사하다. 특히 이들 대학은 애니메이션의 기본기인 기초디자인 뿐만 아니라 첨단 응용분야라고 할 수 있는 컴퓨터애니메이션에 대해서도 교육과정에포함시켜 학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요즘은 4년제 대학에 가려 약간 빛이 바랬지만 대학내 만화 관련학과의 원조는 전문대학이다. 지난 90년 공주전문대학이 만화예술학과를 만들면서 만화를 학문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이후 6개의 전문대학이 차례로 동참했다. 지난 95년 경민전문대(만화예술과), 계원조형예술대(애니메이션과), 웅진전문대(만화예술과), 부산예술전문대(만화영화과) 등 4개 전문대가 합류했고 지난해에는 청강문화산업전문대가 개교와 함께 애니메이션과를 설치했다.올해도 지난 3월 천안예전이 만화영화과를 신설, 애니메이션 붐을이어가고 있다. 이 가운데 몇몇 전문대는 이미 졸업생도 배출, 애니메이션 제작회사나 게임소프트웨어 개발회사 등에 진출시켜 놓고있다.그러나 이러한 양적인 팽창에 비해 질적인 수준은 아직 초보단계도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과를 설치만 했지 아직 투자가 충분히 이뤄지고 있지 않은까닭이다. 특히 교육의 가장 기초가 되는 시설과 교수확보 면에서아주 열악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K전문대 만화예술과의 K교수는 우리나라 대학의 환경이 열악하다는점을 새삼 말할 필요는 없지만 어쨌든 애니메이션 관련 학과도 예외는 아니라면서 과의 특성상 실기의 중요성이 큰데도 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효과적인 수업을 진행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학생들의 자질에도 많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 교수들의 지적이다.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애니메이션을 전공하는데 적합하지 않은학생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특히 일의 특성상 그림에 대해 기본적인 자질 정도는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학생도 수두룩하다는 후문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지만 수능점수에 대학과 전공학과를 맞춰 별 생각 없이 들어오는 학생들이 적지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갖는다.◆ 사설학원자유로운 분위기 선호 여자수강생 70%애니메이터가 유망직종으로 떠오르면서 학원가에도 새로운 바람이몰아치고 있다. 애니메이션 전문학원이 속속 문을 여는가 하면 수강생들의 면면도 전과는 크게 달라지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일의특성상 학력에 제한이 없는데다 근무여건이 자유롭다는 점 때문에신세대 여성들의 발길이 부쩍 늘고 있다. 또 일정한 수준에 이르면재택근무도 가능해 주부와 직장여성들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직장여성의 경우 최근 들어 명예퇴직확산 등으로 고용이 불안해지면서 프리랜서로 활동할 수 있는 애니메이터를 선호, 학원을 찾고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공식적인 집계는 아니지만 전체 수강생의약 70%가 여성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애니메이션 전문학원은 현재 서울에만 10여개가 있다. 대부분 90년이후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문을 열었다. 지난 5월에는 동아그룹이 애니메이션 교육기관인 다스(DASS)를 앞세워 대기업 참여시대를 열기로 했다. 다스는 수강료가 월 80만원으로 상당히 비싼 편이지만 첨단시설을 갖추고 있다.애니메이션 전문학원은 보통 6개월 과정으로 커리큘럼은 학원마다약간씩 다르지만 크게 입시반, 애니메이션반, 컴퓨터애니메이션반,캐릭터디자인반 등으로 나누어진다. 애니메이터반의 경우 다시 동화부, 배경부, 선화부, 채색부 등으로 분류된다.교육은 주로 실기 위주로 이루어진다. 수료 후 당장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실전훈련을 많이 시키기 위해서다. 수업시간은 주로 오전, 오후, 저녁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저녁시간에는 직장여성들이 대거 몰려와 학원마다 북적거린다. 수강료는 대개 월15만~20만원선이다. 일반 학원에 비해 다소 높게 형성돼 있지만 특성상 기자재가 많이 필요한 까닭에 실제로는 그다지 비싸지 않다는것이 학원측의 주장이다.애니메이션 학원을 마치면 취업을 하는데는 별 어려움이 없다. 따로 정부에서 실시하는 시험제도가 없어 자격증을 딸수는 없지만 일자리를 잡기는 쉬운 편이다. 애니메이션 전문인력에 대한 수요가공급을 웃돌기 때문이다. 다만 대부분 전속이 아닌 프리랜서 형태로 일을 한다. 일을 하는 곳으로는 애니메이션제작사나 비디오 프로덕션이 주류를 이룬다.수입은 경력과 능력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고정급이 아니라 일한것만큼 받는 능력급제라 개인에 따라 차이가 많은 것이다. 한가지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일이 서툰 처음 1년 동안은 상당한 고생이뒤따르고 월 수입도 30~40만원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다가 1년쯤 지나 일이 능숙해지기 시작하면 대략 월 1백만원쯤은 거뜬히 벌수 있다. 또 이때부터 재택근무도 가능하다. 경력이 5~10년쯤 되어 베테랑 대접을 받으면 월수입이 3백만원을 웃돌고 독자적인 프로덕션을 만들어 독립할 수도 있다.현실적으로 애니메이션 학원이 전문인력 양성에 많은 기여를 하고있지만 아직은 미흡한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다. 우선 꼽을 수 있는것이 능력있는 강사진의 부족이다.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인력이절대적으로 부족해 강사를 모셔오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시설도아주 형편없는 경우가 적잖다. 일부 학원의 경우 컴퓨터는 고사하고 일반 기자재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까닭에 아예컴퓨터애니메이션반을 운영하지 못하는 곳도 있다. 김혜선 애니아트만화영화학원 원장은 『대부분의 전문학원들이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애니메이션이 우리나라를 대표할 유망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만큼 육성책 차원의 정부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외국 교육기관이론 체계적으로 배울 기회애니메이션을 체계적으로 배우려면 유학을 가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특히 우리나라보다 한발 앞서 학문적으로 정착시킨 곳이라면더할 나위가 없다. 실제로 최근 들어 훌륭한 교육기관을 많이 갖고있는 미국과 일본 등지로 떠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여기에다 유학을 알선하는 업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인력배출의 산실로서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세계의 애니메이션 대학을 소개한다.1.UCLA애니메이션 워크샵(미국)3년과정과 4년과정이 있고 해마다 가을학기에 8~10명의 학생을 선발한다. 1947년 개설된 워크숍 과정으로 애니메이션에 대한 모든것을 강의하고 있다. 석사학위를 받으려면 3편의 애니메이션을 직접 만들어야 한다.2.텍사스 A&M 대학(미국)2년 과정의 컴퓨터애니메이션 전문강좌가 개설돼 있다. 입학정원은1년에 15명으로 외국인 학생은 토플시험을 반드시 통과해야 입학할수 있다. 전체 강의를 이론과 실기로 반반씩 나누어 기초부터 체계적으로 교육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3.샌프란시스코주립대학(미국)4년 과정의 애니메이션 전공이 개설돼 있다. 입학정원은 20명이고1,2학년때는 애니메이션의 일반론에 대해 가르치고 본격적인 전공은 3학년 때부터 시작한다. 전공은 다시 애니메이션제작, 각본, 음향 등의 세부과정으로 나누어진다.4.무사시노예술대학(일본)4년 과정의 애니메이션 관련 학과가 설치돼 있다. 지난 90년 영상학부가 새로 들어섬으로써 스틸필름, 시나리오, 전자사진, 비디오아트, 컴퓨터아트 등을 수강할 수 있다. 정원은 60명이고 애니메이션과 관련이 있는 모든 과목을 강의한다.5.오사카예술대학(일본)영상학부 안에 애니메이션 전공이 포함돼 있다. 기초과목으로 영화제작, TV영상, 비디오아트 등이 있고 2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애니메이션 이론에 들어간다. 입학을 하면 애니메이션의 이론과 실제에 대해 두루 배울 수 있다.6.요요기애니메이션학원(일본)1년제와 2년제로 나누어져 있고 도쿄에 위치해 있다. 애니메이션의전반에 대해 가르치고 전체 학생수는 1천7백명쯤 된다. 2년제의 경우 1학년때 애니메이터로서의 기초적인 테크닉과 지식을 배울 수있다. 2학년때는 현장실습을 하고 직접 제작에도 참여한다.7.로열예술대학(영국)영국 런던에 자리잡고 있는 2년제 대학으로 애니메이션 전공과정이있다. 1학년때는 공업디자인, 유리패션, 직물그래픽, 일러스트레이션, 영화, 사진예술 등 기초과정을 강의한다. 이어 2학년 때 실제로 제작에 참여, 안목을 키운다.8.쉐리단대학(캐나다)캐나다 토론토 시내에 있는 대학으로 애니메이션 전공의 경우 3년제로 되어 있다. 학년별 강의내용은 1학년 애니메이션 제작기술,2학년 작품제작, 3학년 3차원 애니메이션 연구로 짜여져 있다.이론과 실기를 적절히 조화시킨다는 평을 듣고 있다.★ 미니 인터뷰 / 황선길 MBC아카데미 교수"이론무장 전문인력 양성 필요해"MBC아카데미 황선길 교수는 국내 애니메이션 이론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30여년 동안 PD로 일하면서 주로 만화영화 연출을담당했고 현장을 떠난 요즘도 대학 강단에서 애니메이션을 강의하는 등 열정적으로 뛰고 있다. PD 시절 직접 만든 작품만도 <독고탁 designtimesp=5159> 등 장편 11편, <펭킹 라이킹 designtimesp=5160> 등 시리즈 26편이 있다. 또 <애니메이션의 이해 designtimesp=5161> 등 애니메이션 관련 책도 여러권 냈다.▶ 국내 애니메이션의 수준은.양적으로는 세계 정상급이다. 그러나 질적으로는 아직 해결해야 할문제가 많다. 특히 전체 의 90%가 하청생산이라 독창성이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외국 업체의 종속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 전문인력 양성은 잘 되고 있다고 보는가.대학과 전문대학에 관련 학과가 많이 생겨 자리를 잡아가는 느낌이다. 또 사설학원들도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애니메이션 수준이 한 단계 올라설 수 있는 호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문제점도 적지 않다고 들리는데.물론 그렇다. 아직은 초보단계라 시설이라든가 교수진이 선진 외국에 비해 많이 떨어지는 실정이다. 그렇지만 학생들 개개인의 자질이 뛰어난데다 주변 여건도 무르익고 있어 희망적이다.▶ 인력양성에 대한 개선방안이 있다면.정부가 지원을 확대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다행스러운점은 정부 관계자들도 애니메이션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한가지 덧붙인다면 이론을 강의할 전문인력을 체계적으로 키울 필요가 있다. 실기에 밝은 사람은 많지만 이론가는 드문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