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 한편의 애니메이션이 우리나라 극장가를 강타했다. <월레스앤 그로밋 designtimesp=5094>이었다. 미국과 일본 애니메이션에 길들여져 있던 우리문화계에 <월레스 앤 그로밋 designtimesp=5095>은 충격이었다. 클레이 애니메이션이란 새로운 기법과 유럽의 오랜 역사가 느껴지는 품위있는 유머까지이 작품은 미국과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맛볼수 없었던 즐거움을 선사했다. 이 작품을 만든 주인공은 영국의 아드만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다. 최근 세계에서 가장 각광받는 애니메이션 제작사 중의 하나로 90년대 들어와 프랑스 안시 페스티벌 그랑프리를 비롯해 아카데미상과 각종 애니메이션 관련 상을 휩쓸고 있는 신진 세력이다.아드만의 예에서 보듯 유럽의 애니메이션은 미국이나 일본과는 성향이 전혀 다른 제 3의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에 비해덜 상업적이고 제작사도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 독립 스튜디오들 중심이며 기법도 다양하다. 물론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 점유 정도에있어서는 미국과 일본에 비해 훨씬 뒤지지만 최근 유럽 각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성장세를 타고 있다. 유럽 국가들 중에서도세계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국가가 아드만이 있는영국과 프랑스다. 이 두 나라 모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애니메이션 산업이 급성장하게 됐다.80년대 초반 영국 TV에 채널4라는 새로운 채널이 등장했다. 이 채널의 주요한 목적 중의 하나는 독립적인 영화 제작사에 영화를 방영할 기회를 주는 것이었다. 이 채널4의 등장으로 영국의 소규모영화 제작사들은 자신들의 작품을 발표할 수 있게 됐다. 작은 애니메이션 제작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자신들의 작품을 방송국에서 방영하거나 판매하기가 어려웠던 소규모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은 채널4를 통해 마음껏 창작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이후 10년간영국 애니메이션은 눈부시게 발전했고 아드만과 같은 세계적인 스튜디오를 키워낼 수 있었다.프랑스는 애니메이션을 산업이라는 측면에서 보다 문화라는 측면에서 중요하게 생각한다. 게다가 애니메이션은 프랑스에서 탄생된 발명품이라는 자부심도 있다. 애니메이션의 상업화에서는 미국의 월트 디즈니에게 선수를 뺏겼지만 그래도 프랑스는 일본이 애니메이션의 강자로 등장하기 전까지 미국과 함께 2대 애니메이션 세력으로 자존심을 지켜왔다. 이 프랑스가 일본 애니메이션의 공격에 무너져 한때는 TV애니메이션의 80%를 일본 애니메이션에 장악당하기도 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프랑스는 자국 애니메이션을 육성하기 위해 쿼터제를 도입했다. 전체 애니메이션 방송 시간 중 일정 시간 이상은 의무적으로 프랑스 애니메이션을 방영하도록 한 것이다. 또 애니메이션에 대한 자금지원을 통해 애니메이션 제작이활성화되도록 유도했다. 쿼터제 시행과 자금지원에 힘입어 현재는프랑스 TV애니메이션의 60%가 프랑스 작품으로 채워지고 있다.◆ 유럽 각국 긴밀 협력영국과 프랑스 외에 동유럽 국가들도 애니메이션 기술 분야에서는상당히 앞서나가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동유럽의 애니메이션 기술이 뛰어난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오랫동안 공산주의 체제의 지배를 받았기 때문이다. 동유럽의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은 상업적 성공에 대한 부담없이 정부의 지원금을 받으며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물론 내용에 대한 제약은 심했지만 기술적인 면이나 새로운 기법시도에 있어서는 자유로웠다.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지면서 국가 지원을 받던 동유럽의 많은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이 어려움에 처하게된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저렴한 인건비와 뛰어난 기술로 인해 곧영국이나 프랑스 미국 일본 등 애니메이션 선진국들 사이에 인기있는 하청 제작사로 각광받게 됐다.유럽은 EU를 통해 경제적으로 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상당히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애니메이션 제작에서도 유럽 각국이 협력하는사례는 어렵지않게 찾아볼 수 있다. 유럽이 단결해 미국과 일본의문화 침투를 막아내야 한다는게 유럽 국가들의 공통된 인식이다.그런한 유럽 애니메이션은 제3의 세력으로 영향력을 키워나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