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자들은 고달프다. 풍부한 자금력을 갖춘 웬만한 「고수」가 아니고선 좀체 주식시장에서 승자가 될 수 없어서이다.그만큼곳곳에 지뢰밭이 널려있다. 예측하기 힘든 현상들이 빈번하게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해박한 경제상식을 갖추고 있어도 지뢰를 밟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알아야 할것이 그만큼 많아졌다. 재복만 믿고 증시에 발을 내딛는 맹목적 투자자가 설땅은 없어졌다. 소액투자자들이 증시를 등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올들어 주식투자척도로 떠오르는 대표적인 변수가 환율이다. 한때는 소액 투자자들중 환율추이를 꼼꼼하게 챙겨보는 경우는 드물었다. 환율에 대해 아무런 지식이 없어도 증시에서 재미를 봤다는 이들도 많았다. 환율은 환전할 때나 확인해볼 정도였다. 과학적인 투자기법을 구사한다는 기관투자가들조차 환율에 대한 중요성을 미처의식하지 못했다. 그저 금리(자금시장)나 경기전망 수급사정을 감안해 투자전략을 세우는 정도였다.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싹 바뀌었다. 환율에 대한 정보가 없으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환율이 오르고 내리냐에 따라 증시에 훈풍이불수도 찬바람이 일수도 있다. 소로스나 타이거펀드등 헷지펀드(환투기꾼)들도 환율추이를 봐가며 사냥대상을 고른다. 빈틈이 보이면시장을 교란시키고 빠져나가는게 그들의 생리이다. 자본시장의 개방으로 외국인 투자비중이 높아질수록 환율은 증시 움직임을 결정하는 메가톤급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환율이 오른다는 것은 원화의 돈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외국인투자가 입장에서는 주가가 올라도 환율이 상승하면 수익을낼 수 없게 된다. 따라서 환율예측에 따라 외국 기관투자가들의 한국 주식투자전략이 바뀌게 마련이다.실제로 지난 2월말부터 한달여동안 8백55원대에서 8백97원대로4%이상 치솟자 외국인들은 수천억의 주식을 내다팔았다. 주식시장의 전망이 불투명한데다 환율까지 불안하니 일단 주식을 처분하자는 심리가 팽배했다.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인 것은 당연하다. 물론환율급등은 자금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환율이 상승하자 기업과 개인들이 달러사재기에 나서며 2조원이상의 자금이 거주자 외화예금에 묶이는 기현상이 빚어지기도 했었다.환율상승세 지속시 외국인 순매도 대형제조주로 확산 가능환율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최근에도 확인됐다. 그동안 안정세를보이던 환율이 동남아 통화위기가 확산됨에 따라 상승세로 돌아서자 외국인들은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기아에 대한 정부의부도유예조치는 서울 외환시장을 급속히 냉각시켰다. 「기아사태」후 원/달러 환율은 15일 8백91.90원에서 16일 893.50원으로 가파르게 상승한 후 18일 8백94.90원까지 치솟았다.지난 7월16일 외국인들이 1백2억원의 주식을 순매도한 것도 이같은원화평가절하추세를 반영한 탓이다. 외국인들이 주식순매도를 기록한 것은 지난 6월19일 이후 처음이다. 환율급등으로 외국인들의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것이다. 일부 증권전문가들은 환율상승세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외국인의 순매도가 대형제조주로 확산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환율은 국내 경제의 힘을 반영해 결정된다. 우리 경제의 거울인 셈이다. 경제성장률과 국제수지 등에 따라 움직이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환율전망에 따라 증시향방이 결정될 수 있다.이를테면 환율이 계속 오르면 우리경제가 뭔가 삐걱대 빨간불이 켜졌다고 보면 된다. 국내 자본시장의 매력이 떨어지게 된다. 반대로안정세를 보이면 마땅한 투자대상을 찾고 있는 외국인투자가들에게유망한 투자대상으로 떠오르게 된다. 따라서 증권투자가들은 환율추이를 면밀히 지켜보면서 투자전략을 세워야 성공할 수 있다. 시대가 바뀌면 새로운 투자기법과 분석틀을 찾는게 현명한 주식투자자가 지녀야할 으뜸 덕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