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 고학력 이민자가 증가하고 있다. 대학교수 언론인 엔지니어중소기업경영자·의사·약사 등 사회적 지위를 지닌 사람들이 해외로 빠져 나가고 있다. 뉴질랜드 호주에 이어 최근에는 캐나다가 이들의 새로운 패러다이스로 부상하는 중이다.고학력 고소득 이민자의 급증은 해외이민자 감소와 역이민자 증가라는 새로운 추세속에서 이뤄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해 해외이민자는 1만3천여명으로 95년의 1만5천여명에 비해 오히려 19%나감소했다. 이민 갔다가 다시 국내로 들어오는 역이민자는 지난해6천4백여명으로 95년의 6천2백여명에 비해 4%나 증가했다. 이같은와중에서 「배울만큼 배우고 살만큼 사는 사람」들의 이민이 증가하는 것은 흥미롭다.이들의 해외이민을 도와준 실무자들의 얘기를 종합해 보면 자녀교육과 보다 풍요롭게 살고 싶은 욕망에서 고국을 등진다고 한다. 즉과도한 사교육비와 입시위주의 교육, 갈수록 삭막해지는 사회분위기, 악화되는 환경오염 등이 이들로 하여금 해외이민을 선택하게한다는 얘기다. 60·70년대의 이민이 「보릿고개」를 벗어나고자하는 욕구였다고 한다면 90년대의 이민은 보다 풍요로운 낙원을 찾아 떠나는 대장정인 셈이다. 물론 이들중 상당수는 미국과 캐나다뉴질랜드 등에서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취득한후 양국을 왕래하면서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이들이 선호하는 나라도 변하고 있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가장 인기있는 국가로 지난해에도 7천2백여명이 이민을 떠났다. 전체 해외이민자의 56%다. 반면 미국에서 다시 국내로 들어오는 역이민자도지난해 4천3백여명이나 됐다. 지난해 전체 역이민자의 67%를 차지한다.최근 몇년새 급증했던 뉴질랜드 이민자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95년의 3천6백여명에서 지난해에는 2천여명으로 무려 43%나 감소했다.또한 뉴질랜드로 이민갔다가 되돌아오는 사람도 지난해 1천6백여명에 달했다. 95년의 1천여명에 비해서 49%나 증가한 셈이다. 뉴질랜드 이민자가 급감한 것은 95년 10월 이민법이 개정되면서 이민문호가 대폭 좁아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영어시험에 읽기 말하기 작문 등이 추가되면서 합격률이 현저히 떨어졌다. 반면 역이민자가급증한 것은 막연한 기대를 안고 뉴질랜드로 이민갔다가 현지적응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시장 협소하나 미래고객에 기대대신 캐나다가 새로운 유토피아로 각광받고 있다. 지난해 캐나다로이민간 사람은 모두 3천여명이고 현재 신청중인 사람을 감안한다면올해는 50%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캐나다 이민자들은 대부분이 경제력과 학력을 겸비했으며 영어에 자신있는30∼40대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전체 해외이민자중에서 고소득 고학력 이민자의 비중이 높아짐으로써 이들을 상대로 한 비즈니스가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이민자들의 해외이주비를 겨냥한 은행권, 이사를 대행해 주는 해외이삿짐업체 그리고 이민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해외이민 알선업체등이 이민비즈니스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중이다.특히 외환 하나 보람은행 등은 4인가족 투자이민시 최고 1백50만달러까지 정착비와 사업비로 가져가는 이민자들을 유치하기 위한경쟁이 한창이다. 이민을 가더라도 해외이주비를 국내에 일정기간유치하는 관행을 파고들고 있다. 또한 해외이주비를 전신환으로 보낼 때 매매차익을 노리기도 한다.이를 위해 시중은행은 송금수수료를 면제해주고 각종 세무와 회계서비스를 무료로 상담해 준다. 또한 해외이민자들이 현지에서 신용카드를 발급받거나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게끔 담보서비스를 제공한다. 보람은행이나 하나은행 등은 해외이민자의 국내부동산 재산세를 대납하거나 임대차 계약을 갱신해 주기도 한다.해외이민자를 겨냥한 비즈니스는 은행에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이나 캐나다 뉴질랜드 등 국내인들이 선호하는 이민대상국가의 교육이나 세무 행정정보를 알려주거나 이민에 필요한 실무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도 성업중이다. 일명 「이주공사」로 불리는 이들 업체는 95년이후 신고제로 전환되면서 현재 17~18개업체가 영업중이다.이밖에도 가전제품이나 의류 식기류 등을 해외로 운반해 주는 해외이삿짐업체도 이민비즈니스의 한 자리를 차지한다. 이들은 대사관이나 시중은행의 이민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이삿짐 수주경쟁에 나서고 있다. 2백여억원 시장규모에 비해 7백여개 업체가 난립함으로써업체간 경쟁이 치열하다.이같은 이민비즈니스는 해외이민자의 감소로 급속한 성장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해외이민이라는 특별한 절차와 이에 필요한 부대서비스가 요구되는 틈새시장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은행권은 해외이민자들이 고학력 고소득층이기 때문에 미래고객으로서의 가능성에 더 기대를 걸고 있다고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