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미디어」와 「정보통신」.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를 규정짓는용어들이다. 이 두 단어를 들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는 컴퓨터와 인터넷, 휴대폰, 얼굴을 보며 말할 수 있는 전화기, 사진까지도 전달할 수 있는 팩스 등이다. 사람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편리하게만들어 주는 각종 매개체들인 셈이다. 이런 연상작용에 의하면 결국 두 단어가 뜻하는 핵심은 커뮤니케이션 매체의 다양화와 신속화라고 정의내릴 수 있다. 바로 우리 시대의 화두다. 이 화두를 풀기위해 담보돼야 하는 첫번째 요건은 기술의 발달이다. 컴퓨터와 휴대폰 기계 자체가 발달해야 하고 통신 속도를 높이기 위한 여러가지 기술들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기술이 어느 정도 충족된 그 다음엔 무엇이 오는가.「내용(컨텐츠:Contents)」이다. 다양하고 신속한 매체들을 채울수 있는 소프트웨어다. 멀티미디어와 정보통신 시대 이후는 「문화전쟁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컴퓨터를작동시킬 좋은 소프트웨어, 텔레비전을 채울 좋은 프로그램, 테마파크를 채울 모형들과 영상물, 오락기기를 채울 게임 소프트웨어,오디오기기에 얹을 좋은 음악 등.애니메이션은 컨텐츠 산업 중에서도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핵심으로 꼽힌다. 애니메이션 하나를 제작하면 애니메이션 안에서 움직이는 캐릭터가 나오고 음악이 나오고 캐릭터를 이용한 게임 소프트웨어가 개발된다.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는 테마파크에서 퍼레이드를벌이는 캐릭터로 이용되고 테마파크 안의 놀이기구를 채울 소재가된다. 물론 극장에서 상영되고 TV로 방영되고 비디오로 팔린다. 광고에까지 이용된다. 하나의 애니메이션은 여러 가지 「컨텐츠」로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흔히 말하듯 「원 소스 멀티 유스(One-Source Multi-Use)」전략이 가능한 것이다. 하나의 애니메이션은 여러 통로로 다양하게 상품화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당연히 투자비 대비 수익률도 높을 수밖에 없다.◆ 문화산업의 핵 부상그러나 애니메이션이 중요한 이유는 단지 유망한 「컨텐츠 산업」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애니메이션의 중요성은 오히려 산업성보다는 문화성 때문에 더욱 절실하다. 모든 컨텐츠 산업이 「문화의 일종」인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컨텐츠 산업 자체가 아이디어, 상상력, 창조력으로 「내용」을 만들어내는 산업이다. 문화가 기반이되지 않고는 시도할 수 없다. 그러나 애니메이션은 다른 컨텐츠 산업보다도 문화적으로 더욱 중요하다. 주요 소비자가 미래 사회를책임질 어린이라는 점에서 그렇다.세계의 애니메이션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월트 디즈니사는 디즈니애니메이션을 통해 세계 어린이들에게 미국 문화를 심는다. 일본은<파워레인저 designtimesp=5092>나 <세일러문 designtimesp=5093>이라는 히트 애니메이션을 통해 아시아는 물론 유럽 어린이들에게까지 일본의 정신을 보여준다. TV에서,비디오에서, 극장에서 미국과 일본 애니메이션에 길들여진 어린이들이 미국과 일본 애니메이션에 등장했던 상품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다. 애니메이션으로 인한 문화 침공은 단순히 어린이들의 「문화적 정체성의 혼란」에서 그치지 않는다. 경제적인 문제로까지 확산된다. 컨텐츠 산업이 중심이 되는 앞으로의 시대에서는 문화적상실이 곧 경제적 상실로 직결된다.한 나라를 이끌어 가는 경쟁력에는 발전 단계가 있다. 첫단계는 값싼 노동력에 기반을 둔 가격 경쟁력이다. 좀 발전하면 질로 싸우는기술 경쟁력으로 승격한다. 기술 다음엔 독특하고 흥미롭고 팔릴만한 「컨텐츠」를 만드는 창조 경쟁력이 필요하다. 창조력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를 올리는 문화산업의 핵-애니메이션을 지금 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