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예술이나 영상사업의 중심에는 항상 사람(연기인)이 있다. 다른 예술장르와 마찬가지다. 뛰어난 연기자 없이 연예산업의 발전을기대할 수 없다. 연예산업의 승부는 결국 연기자가 풀어놓는 표정하나 몸동작 한가지에서 판가름나게 된다.예전에는 타고난 끼와 천운을 지니고 있으면 은막의 스타가 되며부러움을 한몸에 받을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것만으로 부족하다. 스타에 버금가는 탁월한 연기력까지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만큼 강도높은 연기연습 등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그래야 연기자가 되기 위한 높은 벽을 뛰어넘을 수 있고 좁은문을 비집고 들어갈수 있다. 연기자를 필요로 하는 기관들에서도 이제는 프로같은 아마추어를 원한다. 예비연기자들의 수준이 그만큼 높아졌는지 모른다.내일의 스타들이 한동작을 1백번씩 반복하며 스튜디오를 후끈 달구는 것도 거울과 비디오를 보며 훈련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런 이유에서다. 내일의 연기자를 양성하고 있는 액터스쿨과 대학 연극영화계열 학과의 현황을 알아본다.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액터스쿨은 여의도에 있는 세기탤런트예술원이다. 충무로에서 첫강의를 개설한 이후 19년째 연기자들을 양성해왔다. 당시에는 충무로에서조차 버젓한 연기학원을 찾아볼 수 없었던 시대였다. 연예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좋지 못했다. SBS드라마 <자전거를 타는 여자 designtimesp=5112>에서 깔끔한 연기를 선보여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김수정씨와 <만강 designtimesp=5113>의 안연홍씨는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10년동안 세기에서 연기를 익혀 빛을 본 케이스이다.현재 유아반 성인반 등에서 1백여명의 수강생이 연기연습을 위해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학원대표는 정지원씨로 수익보다 문화사업을 위해 학원사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학원측은 설명했다. 따지고보면 정씨가 사재를 털어 연예인양성에 힘쓰고 있다고 볼수 있다.한달 학원비는 10만원으로 경쟁 학원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세기의 이미경실장은 광고비가 상승하는등 경상경비는 꾸준히 증가하고있지만 2년째 학원비를 동결해 건전한 예비연예인이 자신들의 꿈을펼치도록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기는 연기연습 못지않게 인성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매니지먼트회사인 세기 엔터프라이즈를통해 자체에서 양성한 연기자를 드라마 영화 광고(CF) 등에 출연시키고 있다.국내에서 가장 큰 연기자 전문학원은 MTM이 운영하는 한국방송문화원이다. 유아반 초중반 주니어반 성인반에서부터 주부 모델 연기반, 매니저 캐스팅 디랙팅반, 방송작가 시나리오반 등 프로그램도다양하다. 여기에 입시반의 수강생을 합하면 수강생 규모가 줄잡아3,4백명이 넘는다. 이곳에서 캐스팅한 스타들이 많아 그만큼 유명세를 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MTM은 최진실 심은하 신은경 감우성 김민종 염정아 고소영 김소연 등을 발굴, 캐스팅에 성공했다.연예인 사관학교라는 소리도 그래서 나오고 있다.한국방송문화원에서 적절한 연기교육을 실시해 진주를 발굴하고 이렇게 발굴한 신인들을 매니지먼트회사인 MTM이 TV드라마 CF 등에캐스팅해 성가를 높이고 있다. <천국의 계단 designtimesp=5120>의 이아로씨와 <먼나먼 쏭바강 designtimesp=5121> 등에서 열연했던 이승형씨 등이 한국방송문화원에서 양성된 연기인들이다.한국방송문화원은 10여년간의 현장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수강생의 잠재된 능력을 끌어내 개인능력에 맞는 연기를 닦을수 있도록해주고 있다. 또 어떠한 상황에서도 대처할 수 있도록 반복훈련을시켜 예대 영연과에 지난 11년동안 5백64명의 합격자를 배출하기도했다. 학원측은 수강생의 특성에 맞는 완벽한 커리큘럼을 확보하고스튜디오 무대등 연기환경이 제대로 조성된 것도 강점이라고 자랑했다.종합프로덕션인 제일채널이 운영하는 한국방송연극영화예술원은 전국적인 교육망을 확보하고 있다. 지방에 적절한 액터스쿨이 없다는점에 착안, 지방시장을 파고 들고 있다. 현재 부산 대구 광주 전주마산 창원 포항 등 7개 도시에 학원을 열고 있으며 서울 못지 않게수강열기가 뜨겁다고 박중원 제일채널 전무는 밝혔다. 서울 본사에서는 소규모로 가능성이 높은 예비연기자를 선발해 집중 육성하고있다. 이처럼 소규모단위로 교육프로그램을 이어가는 학원들도 적지 않다. 신라방송예술원은 한 클래스를 10명 이내로 꾸려가는 것을 학원방침으로 정하고 소수 정예로 수강생을 교육하고 있다.이밖에 중앙배우예술학원 등은 정규교육과정을 마친 강사진을 자랑으로 내세우며 수강생들의 내실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테면 마임, 화법 화술, 신체트레이딩을 전담하는 강사를 두고 수강생들의연기력을 질적으로 향상시켜주고 있다고 박홍란 실장은 말했다. 이에따라 4년제 영연과 지망생들의 발길이 잦은 편이다.액터스쿨은 방송국이 있는 여의도 일대와 강남 신사동 등지에 몰려있다. 연기학원의 기본 코스는 대개 6개월이다. 이 기간동안 연기의 기초와 대사 행동 등에 관해 교육하고 곧바로 실습등 개별훈련과정이 진행된다. 수강생들의 노력이 뒤따르면 연기에 대한 어지간한 맛을 느낄수 있다. 물론 교육과정에서 탈락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생각보다 힘들기 때문이다. 유아반인 경우 3개월단위로 교육이진행되기도 한다. 수강료는 학원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12만원에서 17만원까지 받고 있다. 일부 유명학원들은 수강료와 별도로등록비를 받기도 한다.연기자 학원은 서울에만 3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물론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사설학원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엄청나게 증가한다. 그러나 학원간 경쟁이 치열하고 경기도 침체돼 연기학원도 경영난을 겪는 경우가 잦다. 이에따라 삼진방송예술학원등은 이미 액터스쿨을 폐쇄하는등 올들어서만 10여개의 액터스쿨이간판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연예인들도 의욕을 갖고 연기학원사업에 참여했으나 고배를 마신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일부연기학원들은 출연보장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후 수강생을 모집해잡음을 일으키는등 사회문제를 야기시킨 적도 있다.◆ 대학요즘 대학에서 가장 인기있는 과중의 하나가 연극영화계열 학과이다. 예술적 재능이 탁월한 교수들로부터 체계적인 연기교육을 받을수 있는데다 잘하면 스타로 진출할 수 있어서이다. 중앙대 연극과영화과 동국대 연극영상학부 등의 입시경쟁률이 매년 평균 40~50대1을 넘는 것도 이런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이들 영극영화과들은 대학마다 모집요강이 다르다. 한양대의 경우실기 시험없이 내신과 수능 본고사만으로 입시를 치르는 반면 중앙대 동국대등은 꼼꼼한 연기테스트를 거쳐 학과생을 선발한다. 중앙대는 입시생이 준비한 연기를 직접 발표하도록 하고 있고 동국대는2개의 지정작품에서 한 장면씩 준비하여 연기하도록 하고 있다.이런 과정을 거쳐 대학에 들어가게 되면 연기에 필요한 이론과 실기를 동시에 배우게 된다. 특히 마음에 맞는 친구들끼리 연극이나영화서클을 결성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예술적 감각을 쌓게 된다.중앙대 연극과에 재학중인 김모씨는 이들 서클에서는 극적 동작 표현하기, 마임과 표현력 개발, 배역만들기(장면 꾸미기), 장면과 상황에 따른 행동, 집단 즉흥연기등을 반복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또연극이나 영화를 관람한후 감상문을 쓰거나 토론회를 갖는 경우도있다.전문대에도 연극영화관련 학과가 개설된 곳이 적지 않다. 굵직굵직한 연예인을 배출하기로 이름난 서울예전과 수원방송전문대 대경전문대 동아방송전문대 백제여전 서일전문대등이 비교적 우수강사진을 확보하고 체계적인 연기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예비연기자 천지영씨 24시"연기공부 할수록 내재된 '끼' 느껴요"신데렐라를 꿈꾸는 천지영씨(22). 그녀는 뭇소녀들이 앓고 있는 공주병 환자가 아니다. 기회가 오면 화려하게 은막에 오르기 위해 부단히 구슬땀을 흘리며 연기의 기본을 닦고 있다.고향이 전라도 무안인 천양은 서울 정화여상을 졸업하고 약국에서경리일을 6개월정도 했다. 그 사이에 대학을 진학하기 위해 재수를하기도 했다. 그러나 모든게 뜻대로 이뤄지는게 없었다. 공부와는역시 인연이 없었다. 그래서 천양은 머리를 쥐어짜며 백지에서 다시 자신의 인생을 그리기로 했다. 밑그림구상을 위해 남보다 뛰어난 자신의 소질이 무엇일까를 생각했다. 선뜻 떠오르는게 없었다.그러다가 초등학교 중학교 학창시절을 회상하게 됐다. 천양은 친구들 앞에 나가 말하길 좋아했다. 장기자랑을 할 때면 자신의 독무대가 오랫동안 계속됐다. 천양은 그래서 대중앞에 또다른 자신의 세계를 펼쳐보이는 연기인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참으로 오랜 방황끝에 인생항로를 잡은 것이다.그때부터 천양은 잠잘 때를 제외하고 연기와 관련된 일로만 하루를보냈다. 연예잡지를 닥치는대로 읽고 어지간한 TV드라마도 놓치지않고 시청했다. 시간이 날땐 혼자서 동숭동과 홍대근처의 연극무대를 찾기도 했다. 그렇게 서너달을 보냈다. 그동안 영화계 신인공채나 CF모델진출을 위해 여러차례 출사표를 던져봤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셔야 했다. 연예인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불안감이 먹구름으로 다가왔다. 1백대 1이 넘는다는 방송국 탤런트공채에서 행운을 잡기란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뭔가 체계적인 연기학습이 필요하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그녀는 서울시내에서 꽤 이름난 액터스쿨을 찾았다. 올초 얘기다. 등록비와 한달수강료로 34만원을 냈다.월수금 1주일에 세 번 학원에 나와 2시간 30분씩 5개월째 연기공부를 하고 있다. 천양은 연기연습중 발성연습이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연기는 말과 표정 행동으로 하는 것이다. 이중 하나의 자질이라도 부족하면 훌륭한 연기자가 될 수 없다. 그래서 뚜렷한 발음을위해 노력하다보니 쉰 목소리가 자신의 목소리로 자리잡았다고 설명한다.학원에서 가장 재미있는 프로그램은 희곡작품의 특정 장면을 정해주고 연기를 하면 연기강사들이 잘못된 부분을 지적해주는 대목.이때는 수십번의 반복연기가 뒤따르게 마련이다. 한가지 표정을 백번씩 만들어 볼때도 있다. 자연스럽게 해낼 때까지 반복은 계속된다. 시선을 집중해 무언가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은 이제 자신의습관처럼 돼버렸다. 긴대사를 할 때 호흡을 제때제때 가다듬어야한다든지 대사를 하면서 감정을 추스르는 등 연기의 묘미를 조금씩느끼게 됐다. 천양은 액터스쿨에서 연기를 배울수록 누군가에게 뭔가를 드러내보여주고 싶다는 충동을 더욱 강하게 느낀다고 털어놓는다. 연기공부를 할수록 자신의 「끼」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아직은 예비연기자지만 자신은 「신데렐라」의 황신혜처럼 개성이강한 역을 맡고 싶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미모에 대한 그녀의 대답도 당차기는 마찬가지다. 균형잡힌 몸매, 뚜렷한 이목구비를 갖고있다면 치장하기에 따라 자신도 신데렐라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1백66cm의 천양은 오히려 키가 좀 더 컸으면하는 생각을 가져봤다고 말했다. 그녀는 비록 예비연기자지만 스타만큼 바쁘다. 연기수업이 끝나면 곧바로 직업전선에 뛰어든다. 그녀가 새로 택한 직업은 화장품세일이다. 메이크업에 대한 감각을 키우기 위해 이길을택했다. 일이 끝나면 자신이 사는 경기도 부천에 있는 댄스학원을찾아 재즈 댄스를 배운다. 연기자를 꿈꾸고부터는 하루 24시간이짧게만 느껴진다. 고단한 일과가 끝나면 피로가 엄습해온다. 그리고 신데렐라를 꿈꾸며 잠을 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