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인근에 가면 교보, 영풍, 종로서적 등 초대형서점들이 즐비하게 널려 있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왕래가 잦다. 이 대형서점들의 장서수는 얼마나 될까. 약 30만~40만권 정도라고 흔히 알려져있는데, 1백만권 수준이라면 이 초대형서점 3개를 합쳐 놓은 규모이다. 중심상가에 이만한 규모의 공간을 확보하고, 1백만권의 책을구비하고, 이를 관리하기 위한 인력들을 유지하자면 이만저만한 돈이 드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아마존이라는 당시에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회사가 시애틀에 위치한 한 차고를 빌려 직원 4명으로 인터넷상에서 책을 팔면서 1백만권의 초대형서점을 구축했다.현재 네티즌들 사이에서 「세계 최대의 가상서점」으로 알려진 아마존(http://www.amazon.com)의 사장은 제프 베죠스. 나이는 33세이다. 1986년 프린스턴대학에서 컴퓨터관련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월스트리트에진출하여 23세의 나이에 헤지펀드업체의 부사장 자리에 올랐으며아마존을 설립하던 31세가 될 때까지도 선임부사장 지위에 있던 촉망받는 젊은 기업가였다. 그러던 어느날 홀연히 「가상서점」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월가를 떠났다. 시애틀의 차고에서 시작한 사업이1995년에는 3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1996년에는 약 1천6백7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에는 1/4분기에만 이미 1천6백만달러어치의 책을 팔았다. 지난 5월 주식공개를 통해 수억달러의 자금을확보했고 베죠스사장 자신도 단번에 2억달러의 재산가가 됐다. 성장에 발맞추어 허름한 차고를 벗어나 의젓한 3층 건물로 회사를 이전했으며 직원은 그동안 약 40배가 늘어 1백60명이나 됐다. 현재직원의 2/3이상이 책쇼핑 관련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한 엔지니어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도 기존의 서점과는 판이하게 다른 조직구조다.◆ 아이디어·소자본·소인원 출발어디든지 잘나가는 사업에는 적이 등장하는 법. 같은 뉴욕을 기반으로 세계 최대의 서점체인망을 구축하고 있는 반스&노블의 레너드리조 회장(56)이 아마존의 인터넷상의 성공에 제동을 걸고 나왔다.반스&노블은 『아마존이 자사의 홈페이지에 「세계 최대의 서점」이라고 주장한 것은 허위과장광고』라며 뉴욕주의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아마존이 현재 2백50만권의 책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중 1백만권 이상이 절판된 책인만큼 실제로는 1백만권선이라는 것. 그런데 반스&노블의 장서는 1백10만권. 따라서 반스&노블이 진짜 세계 최대 서점이라고 주장했다.미국 전역에 1천여개의 서점 체인에다 연 25억달러의 판매시장을확보하고 있는 반스&노블이 뒤늦게야 인터넷서점의 시장성을 깨닫고 아마존을 공격하고 나선 이유는 인터넷시장에 적응하지 않으면 존립 자체도 위험해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서점에 가지않아도 신용카드 하나로 책을 주문하고 2~3일내에 집으로 책을 배달해 준다는 점, 쉬운 검색을 통해 굳이 돌아다니지 않아도 원하는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는 점, 재고비용이 덜 들기 때문에 40%까지도 할인이 가능하다는 점 등은 기존의 소비자구매행태 자체를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스&노블의 소송제기는 주식을 공개한 아마존에 플러스요인으로 작용했다.투자가들이 반스&노블같은 대형업체가 견제할 정도라면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가중에는 아마존의 주가를 버블로 규정하는 사람도 있다. 넷스케이프이후 계속된 인터넷관련주들의 인기에 편승하고 있다는 주장이다.어쨌든 반스&노블의 인터넷서점시장의 참여는 아마존에는 시련이될 전망이다. 아마존은 일부 서적에 한해 40% 할인하고 있는 반면반스&노블은 전품목에 걸쳐 20~30% 할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달면에서도 아무래도 창고를 가지고 있는 반스&노블이 유리하다.일본의 상황도 전반적으로는 미국의 그것과 유사한 점이 많다. 우선 다이이치라는 인터넷서점에 대해서 살펴보자.다이이치(http://www.daiichi.co.jp)도 아마존과 마찬가지로 실제매장을 갖추지 않은 순수한 인터넷상의 서점이다. 원래 다이이치는일본의 3위권안에 드는 가전양판점인데 신규사업으로 사이버서점을오픈한 것이다. 다이이치서점의 초기투자액은 2천4백만엔(약 2억원).이 비용은 인터넷상의 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데이터베이스 구축비 등을 모두 포함한 금액이다. 또 초기의 직원수는 정직원 3명과 아르바이트 3명이 전부이다. 인건비가매출액의 17~18%를 차지하는 정도이다.다이이치는 시작 당시 미국의 스탠포드대 출신 일본인 유학생에 의해 설립된 SPI(Stan-ford Publications International)라는 회사와제휴를 하고 일본 AT&T사에서 데이터베이스를 개발했다. 초기 데이터베이스에 집적된 서적의 수는 약 30만권. 1995년의 첫해 매출은약 2억엔이었다. 서적의 경우 순이익을 매출액의 10%로 추정하는데이 경우 2천만엔이 순이익으로 잡힌다. 사업 첫해에 손익분기점을넘었다는 의미다.◆ 찾는 네티즌 많아 성장성 커정보에 민감한 기술, 연구직종, 대학강사, 교수 등에게는 하루라도빠른 정보가 필요하고 아직까지는 많은 정보를 양서(洋書)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 기존의 서점이 1개월 이상의 배달기간이 걸렸던데 비해 다이이치는 주 1회 미국의 SPI사에 주문을 낸다. 주문을받은 SPI는 자사의 재고를 확인하고 없는 책은 다시 수소문을 한다음 책을 입수하여 일본으로 보낸다. 일본 히로시마에 있는 한 운송회사로 넘겨진 책은 다이이치의 직원에 의해 상태를 체크한 후택배서비스를 통해 주문자의 손에까지 전달된다. 명확한 타깃을 설정하고 기존의 책입수기간보다 절반 이하로 빨리 배달해 줄 수 있다는 것은 아주 큰 장점이 아닐 수 없다. 이 비즈니스는 일본에서는 가장 잘 알려진 성공사례이기도 하다. 또 다이이치는 인터넷 관련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위성방송을 통한 쇼핑 계획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가상서점을 통해 구축된 고객의 데이터베이스를 고유영역의 양판점사업과 신규의 쇼핑사업 등에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주목할 만하다.미국의 예와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다이이치의 성공에 자극을 받은 기존의 대형서점들이 속속 인터넷을 통한 서적판매사업에 뛰어들어 시장리더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반스&노블이 1백10만권의 장서보유로 자사를 세계 최대라고 이야기하지만 그 숫자에 비해서는 일본도 만만치 않다. 다이이치가 현재 약50여만권의 데이터베이스를가진데 비해 새로 인터넷사업에 뛰어든키노쿠니야서점(http://www.kinokuniya.co.jp)의 경우 일본서적1백20만권, 해외서적 1백80만권 등 총 3백만권의 방대한 양의 서적을 보유하고 있다. 또 약 1백년의 전통을 자랑하는마루젠(http://www.maruzen.co.jp)이라는 서점도 약 80만권의 데이터베이스를 자랑한다.마루젠서점의 한 관계자는 『현재 다이이치가 매우 고전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한다. 이미 아마존 등의 유명 온라인 북숍이 존재하고 있고 양서를 주문할만한 사람들의 지식수준이 높기 때문에 굳이일본의 대행업체를 통하는 이중경로를 밟지 않고 직접 주문하는 방법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단순히 데이터베이스의 숫자만봐서도 다이이치는 매력을 잃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일본전체를 보자면 인터넷을 이용한 서적판매 사이트는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으며 점차 컨텐트의 개선을 거듭해가고 있다.미국과 일본의 이러한 가상서점사업의 성공사례는 모두 기존의 서점이 먼저 진출한 것이 아니라 서점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아이디어와 소자본, 소인원을 가지고 출발한 벤처성 업체가 성공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이들 기업의 성공에 놀란 기존의 대형서점업체들이 다시 일대 반격을 꾀하기 위해 더 큰 자본과 노하우를 인터넷상에 옮겨놓고 있다.네티즌 입장에서 본다면 인터넷상의 벤처성 기업과 기존서점들의싸움들로 인해 더욱 좋은 가격에 보다 나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니 손해볼 것이 없다. 그러니 시간이 갈수록 온라인상의 서적구매는 늘어날 수밖에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