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경씨는 새로 가입한 이동전화의 첫달 요금고지서를 보고 감격한다. 생각지도 않았던 할인서비스를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달김씨는 주로 심야에 사용했는데 전화사업자가 「이코노미 요금」을적용, 부과한 것이다. 새로운 요금정책으로 타사 가입자가 크게 늘어난데 자극을 받은 다른 경쟁사는 곧바로 자주 사용하는 전화번호10개에 대해 월 사용요금의 10%를 할인해 주는 서비스를 개발, 맞받아치기에 나선다.」올연말부터 5개 이동전화사업자들이 벌일 요금전쟁의 상상도이다.요금전쟁의 양상은 직접적인 요금인하보다는 선택요금제확대 또는판촉행사일환으로 할인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형태로 진행될 전망이다.PCS사업자들이 당초 저렴한 이동전화를 표방한만큼 통신요금을 둘러싼 경쟁은 치열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그러나 요금인하는 가장단순하면서도 확실한 방법이지만 자칫 기업 수익성악화로 연결될수도 있어 각 사업자는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두고 있다. 흔히 통화요금을 경쟁적으로 인하하는 등 가격파괴 대란이 일어날 것처럼 예단하지만 각 이동전화사업자들은 요금인하경쟁의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연말부터 기본요금·통화료 인하 경쟁SK텔레콤은 현재 기본요금 2만1천원에 10초당 28원을 받고 있는 요금을 오는 9월에 기본요금을 1만9천원으로 내리고 통화료도 10초당26원으로 인하할 계획이다. 신세기통신도 조만간 기본요금을 SK텔레콤과 비슷한 수준으로 내릴 전망이다. SK텔레콤의 요금인하기준은 원가보상률이다. SK텔레콤의 경우 1995년이 1백13.3%였고 지난해는 1백5.4%였다. 10초당 26원과 기본요금 1만9천원이란 수치는바로 원가보상률을 1백%수준에 근접시킨 것이다. 이는 SK텔레콤이더 낮은 수준으로 요금을 내릴 명분이 없다는 의미다.더구나 통신요금이 전면 자율화되더라도 사후규제수단을 갖고 있는정보통신부를 무시하고 사업자 마음대로 요금을 정할 수 없는 사실을 고려하면 선발사업자가 후발사업자들을 죽이기 위해 약탈적 요금을 책정하지는 못할 것이란 점은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게다가 조금이라도 비싸게 받으려는게 사업자의 심리라는 점을 고려하면 웬만큼 극한 상황이 아니면 수익성 악화로 직결되는 통화요금의 인하는 쉽지않다고 봐야 한다.가격인하경쟁이 어떤방향으로 진행되든 지난해 순이익규모가1천9백55억원이나 되는 SK텔레콤이 유리한 입장에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할 극약처방임을 잘알고 있는 사업자들은 통화요금인하보다는 다양한 할인프로그램과 선택요금제를 이용하는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실질적인 요금인하 효과와 함께 가입자유치를 위한 특판용 아이템으로 적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 사업자들이 선택요금제와 할인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전제가 있다. 바로 가입자들의 통화내역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이 데이터를 요금부과시스템 및 고객지원시스템과 연계할 수 있는 통합된 전산시스템의 개발이다. 이것이 있어야만 통합정보시스템에 축적된 가입자들의 통화내역을 바탕으로 다양한 선택요금제와각종 할인프로그램을 만들어 낼수 있기 때문이다.통합정보시스템이란 점만 고려하면 단연 후발사업자가 선발사업자보다 유리하다. 후발사업자는 최신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선발사업자의 시행착오를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셀룰러사업자인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의 전산시스템은 1995년초부터구축해 1996년에 완성됐다. 1995년의 기술수준으로 만들어졌다는의미다. 후발사업자인 한국통신프리텔, LG텔레콤, 한솔PCS 등PCS사업자들은 지난해말부터 구축, 셀룰러사업자들보다는 약 1년반만큼의 최신장비와 기술을 이용해 구축했다. 정보기술분야가 6개월단위로 신기술이 개발되고 신상품이 쏟아져 나오는 특성을 고려하면 PCS사업자들의 시스템이 3세대는 앞서있다고 볼수 있다.PCS 3사는 특정 가입자가 주로 전화를 거는 지역, 전화를 사용하는시간대, 주로 거는 번호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가입자에게 적절한 선택요금을 제시할 수 있다. 가입자의 통화내역은 방대한 규모의 저장장치에 보관돼 언제든 검색해 분석할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일이다.PCS 3사는 각사마다 약간씩은 다르지만 하드디스크용량은 약 5테라바이트(1테라=1조). 2백만명의 통화내역을 3~5개월간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이다.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데이터는 기간이 지나면 카트리지로 돼있는 자기테이프나 광자기테이프에 저장돼 1년간 보관한다.이렇게 저장할 수 있는 데이터는 15~20테라바이트나 된다. 사람의손으로 시스템에 걸어야 하는 릴테이프와 달리 카트리지테이프는시스템에 늘 연결돼 있어 별도의 수작업 없이도 이곳에 저장된 데이터를 곧바로 분석할 수 있다.그러나 2년전에 시스템을 구축한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은 PCS사업자의 최신시스템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가입자의불만을 접수하고 안내·상담하는 시스템, 신규가입·사용요금청구등을 처리하는 시스템이 실시간으로 연동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통합전산시스템 마련 선행돼야이 때문에 신세기통신은 최근 분리돼 있던 시스템을 실시간으로 연동하는 작업을 마치고 가입자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데이터웨어하우스를 구축했다. 현재 데이터웨어하우스는 2단계로 진행되는데 1단계가 마무리돼 부분적으로 사용중이다. 데이터웨어하우스로 분석한 정보는 마케팅 자금 회계등의 부서에서 활용하고 있다.전산시스템 때문에 어려움을 겪기는 신세기통신보다 SK텔레콤이 더심하다. SK텔레콤의 고객지원시스템인 CIS(Customer InformationSystem)에는 요금 주소 신상 등 가입자의 인적사항이 담겨 있지만교환시스템과 실시간으로 연동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월 1회 통화내역이 담긴 자기테이프를 CIS에 일일이 걸어야 한다. 통화내역을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없다는 의미다. 따라서 가입자의 통화내역을분석해 다양한 형태의 분석자료를 만들기 힘들다.그렇다고 최신시스템으로 무장한 경쟁상대를 그대로 맞이할 수는없는 일. SK텔레콤은 올해말부터 제2전산시스템을 구축한다. 고객신상정보와 교환시스템 과금시스템을 실시간으로 연결, 가입자들의통화성향을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전면적인 교체는 피할 예정이다. 새 시스템의 안정성이 검증된 후에 점진적으로 사용을 늘릴 계획이다.통합정보시스템은 이동전화시장 대격전의 보이지 않는 전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