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정보를 산다? 누구든 붙잡고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다면 아마 십중팔구는 그럴 필요가 있느냐고 대꾸할 것이다. 더 나아가 그거야 TV나 신문을 보면 얼마든지 알수 있는 것인데 무엇 때문에 돈을 주고 사느냐고 반문할 것이다. 별 생각없이우리가 항상 호흡하는 공기를 사는 것에 비유할지도 모를 일이다.물론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생활에 필요한 날씨정보 정도는 어디서든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는 까닭이다. 그러나 그 속을 자세히들여다보면 사정은 달라 보인다. 날씨를 사는 사람, 날씨를 파는사람이 분명히 존재한다. 특히 최근 들어 기상정보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면서 산업계를 중심으로 수요가 날로 늘어만 가고 있다.날씨 관련 정보가 비즈니스로서도 확고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음을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기상정보회사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것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다. 지난 7월1일을 기점으로 민간예보사업제도가 본격 시행되면서 날씨를 파는 업체들이 속속 등장, 기상비즈니스라는 새로운 분야를 열어가고 있다. 특히 기상비즈니스는 국가의 경제력과 1인당국민소득이 높아질수록 시장규모도 커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유망사업의 하나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같은 징후는 지난 6월 기상청이 기업체들을 대상으로 민간예보사업제도 설명회를 갖는 자리에서도 나타났다. 기상청에서 열렸던 이날설명회에는 대기업들을 포함, 무려 22개 업체가 참여해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이 가운데는 LG텔레콤, 한진정보통신 등이 포함돼 있어 재벌그룹들도 날씨사업에 참여할 의사가 있음을 짐작케 했다.또 설명회가 끝난 후에도 몇몇 대기업을 비롯한 많은 정보통신업체들이 구체적인 참여방법을 문의해오고 있어 과열조짐마저 보이고있다. 기상청의 한 관계자는 기존의 업체 외에 5개 업체가 8월중새로 허가를 받아 뛰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지난달 초부터 본격 영업현재 국내에는 모두 4개의 기상정보 회사가 날씨를 상품화해 팔고있다. 기상청이 내는 자료를 받아 이를 분석하고 재가공해 주수요층인 기업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7월1일 이전에도 날씨를 파는 업체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당시는 상품의 종류와 질이 달랐다. 기상청 자료를 이용하는 것이 법적으로금지돼 있었기 때문에 외국에서 자료를 받아 주로 해상날씨를 제공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자연 이용자도 적어 일부 선박회사들이 이용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다만 비영리법인인 기상협회만은 특수성을 감안해 기상청에서 자료를 받아 이를 재가공해 상업적으로 판매해왔다. 그러다가 이번에 기상정보 서비스가 완전 자유화되면서 기상청의 허가를 받은 업체들이 기선을 잡기 위해 첨단장비를 도입하고 전문인력을 보강하는 등 총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 업계 관계자들은 민간예보사업의 허가기준이 별로 까다롭지 않아 앞으로도 더욱 많은 업체가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허가를 받으려면 기상전문인력 2인 이상과 사무소(전용면적 30㎡ 이상), 그리고 전산기(기상정보 수집처리용)만 갖추면 된다.출발선을 막 떠난 기상정보 회사로는 우선 (주)한국기상정보를 들수 있다. 지난 66년 설립돼 비영리 단체로 운영돼온 기상협회의 인력과 노하우를 이어받은 이 회사는 기간과 내용별로 날씨에 대한정보를 팔고 있다. 식품 교통 건설 농림 등 8개 분야에 걸쳐 정기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고 주간예보, 월간예보, 계절예보도 내놓고 있다. 주수요자는 건설회사와 식품회사, 유통회사 등이고 월이용료로는 8만~10만원을 받고 있다.한국기상정보는 지난 7월1일 새출발을 하면서 국내 일기예보 분야의 간판스타인 김동완씨(전 문화방송 보도위원)를 영입, 체제를 크게 정비했다. 상품을 더욱 세분화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아울러 지명도가 높은 김씨를 통해 기상정보에 대한 기업체와 일반 사람들의 인식을 크게 바꾼다는 복안도 마련해놓고 있었다. 김씨 역시 회사측의 이런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스스로 사업이사직을 맡아 각 기업체들을 누비며 수요자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주)웨더뉴스도 상당히 의욕적으로 뛰고 있다. 지난 87년 설립돼그동안 법의 저촉을 안받아온 태평양 등의 해상날씨에 대한 정보를선박회사들에 제공해온 이 회사는 올해 들어 직원수를 크게 늘리는등 새로운 환경에 맞는 정보를 만들어내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있다. 특히 이 회사는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웨더뉴스사의 합자사라는 점을 십분 활용해 수요자에게 국내외의 날씨 관련 고급정보를 제공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이밖에 이 회사는 기상정보를 생활 속에서 개인들이 직접 이용할 수 있도록 지수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세탁지수를 비롯, 맥주지수 외출지수 야외경기지수 등은 개발을 완료해 언론사 등에 제공해주고 있다. 기상청 예보국장을 지낸 신현진씨가 회장으로 회사를 이끌고 있고 기상청 예보과장 출신 송남수씨와 사우디아라비아 기상청에 근무했던이색경력의 이태형씨가 기술자문역으로 있다.◆ 생활 관련 지수개발 박차PC통신에 기상정보를 띄워 젊은이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주)타이로스기상정보는 육상, 해상, 항공 분야의 기상정보를 제공하고 있어상품의 구색이 다양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기상정보 회사로는 유일하게 PC통신에 날씨와 관련이 있는 각종 정보를 띄우고 있다. 외국협력사로는 미국 플리트웨더(Fleet Weather)사와 일본의 해상기상 등이 있어 해양정보 분야에서 많은 정보를 교류하고 있다. 기상청 예보과장을 지낸 심재선 사장을 비롯, 문원식 전대한항공운항관리부장, 윤대영 전(주)한독기술개발실장 등이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기상장비제조 전문회사인 진흥공업도 최근 웨더원(Weather One)이라는 기상예보회사를 설립,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갔다. 기상비즈니스 전문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진흥의 야심작인웨더원은 특히 정보제공 방법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단순수요처에는 국내 PC통신망을 통해 Point to Point 방식으로 보내지만 정부기관이나 기업체 등 광대한 기상정보를 필요로 하는 곳에는별도의 전용회선을 연결해 제공해 줄 방침이다. 아울러 계절예보등 중요정보는 컨설팅이나 브리핑 형식을 빌려 제공해준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기상청 예보분석관과 대전지방기상청장을 거친윤용황씨가 기술이사로, 공군기상전대 기상반장을 지낸 양명기씨가기상사업본부장으로 참여하고 있다.★ 미니 인터뷰 / 김동완 (주)한국기상정보이사'기상정보 = 공짜' 인식개선 필요◆ 기업체 이사로 변신을 했는데 특별한 동기라도 있는가.명함의 직함만 바뀌었지 하는 일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도 예전과 마찬가지로 날씨와 관계된 일을 하고 있다. 하루 종일 기상정보에 묻혀 산다. 또 방송일도 매일 저녁 프리랜서 형식으로 라디오를통해 하고 있다.◆ 근무환경이 바뀌어 어려움이 많을 텐데.정년퇴직을 훨씬 넘긴 나이(62)지만 정신이나 체력적으로 떨어진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 오히려 기상정보를 이용할 고객을 한명이라도 더 모셔오기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니다보니 다시 젊어지는 기분이다.◆ 앞으로 어떤 쪽에 중점을 두고 일을 할 생각인가.기상정보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상당히 구체적이다. 특히 기업체들의 경우 자신만이 필요한 정보를 요구한다. 기상정보를 책임지고 있는 업계의 한사람으로서 이러한 고객들의 요청에 부응하는 기상정보를 제공하는데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국내 기상정보 분야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은 무엇인가.역시 국민들의 인식부족이다. 기상정보는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머리 속에 너무 뿌리 깊이 박혀 있는 것 같다. 아울러 기상정보는 모두 같은 것이라고 잘못 생각하는 점도 지적하고싶다. 이제는 기상정보도 특화시대다.◆ 기술적인 면에서 외국과의 수준차는 없는가.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장비나 인력 모두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뒤질 것이 없다. 다만 예산부족 등의 이유로 장비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세밀한 예보를 못하는 것은 우리가 개선해야 할점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