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업계는 구조조정이라는 홍역을 치르고 있다. 구조조정의 핵심은 기아자동차와 아시아자동차의 미래이다. 국내 자동차 내수규모나 세계 자동차시장 여건을 봐서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데 이견을 제기하는 곳은 없다. 그러나 각론에서는 이해가 엇갈리고 있다. 현대는 현대대로, 대우는 대우대로, 삼성은 삼성대로 각자의 이해관계에 맞게 구조조정을 이끌어 가려 한다. 현대 대우 삼성 등 3사가 각각 내부적으로 작성한 구조조정방향에 대한 보고서를 입수, 소개한다.◆ 삼성 보고서 / 기아·쌍용차 부실, ‘안정된 업체로 집중’을국내 자동차업체의 1인당 생산대수는 일본의 60%수준에 불과하다.노동비용증가율은 경쟁국보다 훨씬 높다. 일본의 경우 1991년 시간당 20.54달러에서 1994년 29.33달러로 12.6%증가했지만 한국은6.47달러에서 10.93달러로 19%나 증가했다. 연구개발투자도 선진외국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1995년 국내 자동차 5사의 연구개발비총액은 9천5백억원이었지만 세계 10위인 혼다 1개사의 연구개발비가 1천9백50억엔(약 1조4천5백억원)에 달한다.국산 자동차의 품질경쟁력 역시 취약하다. 초기만족도지수(신차구입후 3개월 이내 고장건수)가 1995년 일본 88, 미국 1백10인데 비해 한국은 2백16이나 된다.부품산업도 취약하긴 마찬가지다. 선진업체의 경우 납품불량률은25ppm이지만 국내에서는 일부업체만 100ppm을 달성했을 뿐이다. 이는 부품업체들이 영세하기 때문이다. 독자적인 기술력이 없고 자체적인 판매력도 없어 부품업체들의 영세화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부품산업이 취약한 원인의 하나는 완성차업체와 부품업체간 배타적계열관계다. 다수의 영세한 완성차메이커가 각각 다수의 부품메이커와 계열관계를 형성하고 있어 부품업체가 성장할수 없는 구조적요인이 되고 있다. 완성차업체간 부품공용화수준이 미흡한 것도 한원인이다.따라서 국내자동차업계는 현대자동차와 대우자동차를 제외하고는2000년대 성장에 한계를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현대자동차의 경우우월한 마케팅능력과 그룹의 강력한 뒷받침, 기민한 신제품 대응능력 등으로 국내에서의 독보적 지위를 유지하고 2000년에는 세계10대 메이커로 부상할 전망이다. 대우자동차 역시 GM과 결별이후「세계경영」의 기틀을 구축했다. 해외 생산연구체제 강화로 독자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했다. 국내외 2백만대생산체제를 구축해 국내 2위자리를 굳힌 상태다.그러나 기아자동차는 성장의 한계에 직면했다. 상대적으로 부채비율이 낮고 이익률은 증가추세에 있어 외견상 국내 다른 자동차 업체에 비해 건실한 경영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산규모에 비해 차입금이 과다해 금융비용의 부담이 과중하다.1996년 6월말 기준으로 자산은 현대자동차의 78%수준인데 차입금은1백8%나 된다. 게다가 기아는 자동차중심의 그룹구조로 그룹차원의자동차부문을 지원하는데 한계가 있다. 최고경영진에 대한 불신과경영진간의 갈등요인이 상존해 장기적인 발전가능성은 기대하기 힘든 상태다.쌍용자동차는 독자적으로 경영위기를 타개하기 힘든 상황이다. 무리한 시설확장 등으로 1996년말 현재 부채가 3조5천억원에 달한다.게다가 제품구조가 다른 업체에 비해 상당히 취약해 극단적인 자구노력이 없이는 회생이 어려울 전망이다.따라서 국내 자동차산업의 생존과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는 구조개편이 불가피하다. 현재와 같이 국내업체들끼리 소모적으로 과잉투자를 지속하면 국내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저하는 불을 보듯 명확하다. 이미 일부 자동차업체가 경영부실 상태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경영부실업체가 발생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즉 취약한기업의 경영자원을 성장가능성이 높고 그룹경영이 안정된 업체로집중화할 필요가 있다.◆ 대우의 시나리오 / 삼성, 자체 투자보다 기아·쌍용 인수 택할듯삼성그룹이 자동차부문에 대해 지속적으로 투자하기엔 부담이 크다. 부산 신호공장설립에 지나치게 많은 자금을 들였기 때문이다.1996년에 완공한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의 경우 총투자액이 6천억원,대우자동차의 군산공장은 1조원이었지만 삼성자동차의 신호공장은2001년까지 4조원이 들어간다. 그렇다고 지속적으로 증자를 할수도없는 상황이다. 1996년말까지 이미 3차례에 걸쳐 증자를 실시했기때문이다.제휴선인 일본 닛산자동차와의 관계도 불투명하다. 세피로 이후 개발차종에 대한 의견차가 더욱 벌어졌고 설비도입에서도 문제가 생겼다. 이로인해 후속 차종 결정이 미뤄졌고 신모델출시는 당초1999년에서 2000년으로 연기됐다. 또한 독일 폴크스바겐의미니밴(카라벨)을 도입하려 했지만 원가문제로 협상이 결렬됐다.부품개발생산업체가 부족한 것도 삼성자동차의 치명적인 약점이다.이 때문에 삼성자동차는 기아자동차나 쌍용자동차 등 국내메이커를인수하는데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만일 정부가 자동차산업구조조정에 대한 명분을 갖게 되면 삼성은 계열사를 통해 기아또는 쌍용을 인수하려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삼성이 기존메이커중하나를 인수하면 삼성자동차가 안고 있는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있기 때문이다.삼성자동차가 기아자동차를 인수하면 기존의 3사체제는 그대로 유지된다. 그러나 삼성자동차는 현대자동차에 이어 국내 2위의 자동차메이커로 급부상한다. 경쟁력을 상품력, 판매력, 기업이미지, 기술력, 해외진출력 등 5가지로 구분해 살펴보면 판매력과 기업이미지 등은 현대자동차나 대우자동차보다 우월한 능력을 갖추게 될 전망이다. 자동차의 성능, 가격, 신차의 수 등으로 나타낼수 있는 상품력의 경우 삼성자동차가 2위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트럭과RV분야의 경우 현대자동차와 대등한 수준에까지 올라갈 가능성도있다. 대우자동차의 입지는 그만큼 줄게 된다.판매력은 삼성자동차가 현대자동차를 능가하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있다. 삼성자동차의 자금력에 기아자동차의 영업기점, 인력, 서비스기점 등이 결합하면 판매력분야의 1위는 어렵지 않게 전망할 수있다. 제품개발력이나 연구개발능력 역시 기아와 삼성의 시너지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다. 기아자동차의 축적된 자동차기술과 삼성전자의 정보통신기술이 접목할 경우 빠른 성장이 예상된다.삼성물산조직을 수출거점으로 활용할 경우 해외진출력에서도 대우를 바짝 추격할 수 있다.장기적으로는 삼성자동차가 기아의 스포티지, 아시아자동차의 록스타 등을 기반으로 성장성이 높은 RV분야를 집중육성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해외수출과 현지생산을 확대하게 되면 중장기적으로는삼성자동차가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1위의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높다.만일 쌍용자동차를 인수할 경우 국내 자동차업계는 기존 3사체제에서 4사체제로 재편된다.◆ 현대의 견해 / 향후 5년내 2~3개업체 통합될 듯1996년 국내 완성차 7사의 자동차 생산능력은 모두 3백50만여대에달했다. 1997년에는 대우자동차의 군산공장의 본격 가동 등으로 생산능력이 4백16만5천여대로 전년대비 약 19%가 늘었다. 이런 증가추세는 1998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삼성자동차가 연산 8만대규모로 승용차생산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각 업체들도 생산량을늘릴 것이 분명하다. 각 업체들이 경쟁력확보차원에서 생산규모를지속적으로 확장할 계획이기 때문이다.1997년 내수규모는 경기부진등의 영향으로 3.6%증가한 1백70만대에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나머지 2백40만여대는 수출로 소화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해외시장도 각국의 통상압력뿐 아니라해외업체들간의 경쟁도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해외현지생산이 본격화하면 직접수출물량은 더욱 줄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자동차산업의 수출환경은 어려워짐에도 불구하고 수출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1994년에는 내수에 대한수출비율이 68:32였는데 1996년에 58:42가 됐다. 내수시장의 공급과잉현상은 심화되고 수출여건은 악화되고 있는데 자동차업계는 생산규모를 줄이려 하지 않는다.1996년은 국내 자동차업체들의 외형은 커졌으나 수익성은 악화된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1996년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은 0.8%로 전년대비 0.7% 떨어졌다. 기아자동차도 1995년의 0.2%에서 0.1%로 떨어졌고 쌍용자동차의 경우 적자폭이 1995년1천2백96억원에서 2천1백억원으로 크게 확대됐다.자동차업계의 수익성악화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내수규모에비해 완성차업체수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국내 자동차산업의 구조개편 가능성이 높다. 정부도 설비중복투자, 생산설비과잉등 국내 자동차산업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인수합병과 같은 구조조정을 중장기적으로 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국내 자동차 산업은 향후 5년내에 2~3개 업체로 통합될 가능성도배제할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