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을 받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조퇴 명퇴 황태」란 유행어가 생길 정도로 퇴직하는 사람들이 갑자기 늘어서가 아니다. 올들어 퇴직금 중간정산제도가 도입되면서 직장을 다니는 샐러리맨들사이에 퇴직금을 중도에 받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기때문이다. 퇴직금이 마지막 생계수단인 만큼 직장을 그만둘 때 받아야 한다는 기존의 생각과는 대조적이다. 목돈을 만져보기 어려운이들 샐러리맨들은 퇴직금이란 목돈을 활용할 경우 보다 큰 이득을얻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퇴직금 중간정산제를 적극 활용하는 직장인들이 주로 증권 은행 등 금융계인 점도 재테크에 대한 이들의 자신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초기와는 달리상당한 인기를 모으면서 신청자가 몰리고 업체마다 수십억원에서수백억원의 퇴직금을 지급하고 있다.근로기준법의 개정으로 지난 3월부터 퇴직금 중간정산제가 실시되자 맨 먼저 증권업계가 이의 활용에 적극 나섰다. 동원증권은 지난4월 전체직원 1천1백명 가운데 희망직원 3백57명에게 모두 1백88억원의 퇴직금을 중간 정산해 지급했다. 희망자 1인당 평균지급액은5천2백66만원 정도였고 최고 지급액은 2억8백만원에 달했다. 그후대우 쌍용투자 LG 현대 한화 동양증권 등도 퇴직금 중간정산을 실시했다.◆ 퇴직금 중간정산제 확산 일로신한은행을 비롯한 7개 시중 은행들도 이 제도를 실시했거나 실시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6월 직원들의 신청을 받았으며 한일은행 등 다른 은행들도 하반기에 퇴직금 중간정산을 실시할 예정이다. 은행직원들은 증권계에 비해 호응도가 다소 낮은 편이지만 점차 이 제도에 관심을 보이는 직원들이 늘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취업규칙을 변경하면서까지 이 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업체들중에는 제조업체들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전산업에 걸쳐 급속히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특이한 점은 최근들어 퇴직금 중간정산제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있다는 점이다. 초기의 실시단계에서는 회사가 약간 강제성을 보이면서 노사간 불협화음을 낳기도 했으나 점차 이에 대한 호응도가높아지고 있다.동양증권은 지난 6월말 퇴직금 중간정산 신청자를 접수한 결과 예상보다 그 수가 많아 대상을 영업직 직원들에 국한시켰다. 그러자관리직 직원들 사이에 이 제도를 확대 적용해 달라는 요구가 높아졌고, 결국 오는 10월에 한번 더 퇴직금 중간정산제를 실시하기로결정했다. 앞으로는 1년에 1회 정도 일정한 시기를 설정해 지속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근무경력 7년 이상 과장급 이상 간부들의 신청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입사한지 6년부터 퇴직금 누진제가 적용되는 이들 중간간부들 사이에 퇴직금 중간정산을 신청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직장을그만둘 때 받는 평면적인 퇴직금액수는 은행의 이자율보다 다소 높으나 재테크를 잘 할 경우 큰 금액을 거머쥘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또한 사회경험과 재테크에 대한 감각이 어느 정도 풍부한 데다개인의 금융신용도도 높일 수 있어 보이지 않는 이득도 상당하다는생각인 것 같습니다.』 지난 7월초 퇴직금 중간정산제를 실시한 동양증권의 실무주역 김정규씨의 말이다.퇴직금 중간정산제가 크게 확산되는 것은 기업과 근로자간의 이해가 어느 정도 일치하기 때문이다. 기업으로서는 일시금 부담에서벗어날 수 있고, 근로자는 긴급을 요하는 자금을 조달하거나 안정자금으로 운용할 수 있다.퇴직금 누진제를 채택한 기업의 경우 근속연수가 길어질수록 평균임금에 곱해지는 퇴직금 산정비율이 점점 높아지는데 중간정산을해버리면 근속연수가 제로에서 재출발하기 때문에 액수가 줄어들수 있다. 근로자도 주택마련 등 목돈이 필요할 경우 퇴직금을 미리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고용불안으로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높아지면서 샐러리맨들이 목돈을 재테크에 적극 활용하면 더 큰 이익을 볼수도 있는데다 퇴직금 신청시기를 잘 선택할 경우 퇴직금도높아진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퇴직금 중간정산 신청자가 보통 7~15년간 근무한 간부들인 것도 퇴직금이 누진되는 연수를 치밀하게 계산한 결과다. 이자를 감안할때 중간에 정산한 퇴직금이나 누진된 퇴직금이나 별로 차이가 없다는 계산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동양증권의 경우 퇴직금은 6년차부터 1개월치가 가산되고 8년차되면 2개월치가 추가되며, 15년차부터 3개월치가 추가되는 누진제를실시하고 있다. 따라서 직원들은 개인의 형편에 따라 다소 다르지만 7년차 9년차 15년차에 해당하는 직원들이 대거 신청하고 있는것으로 분석됐다.◆ 개인 금융신용도·세제 등 혜택 다양게다가 세제상의 혜택을 부여하고 있는 것도 이 제도의 확산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세청은 그동안 퇴직전 퇴직금을지급할 경우 현실적인 퇴직이 아닌 것으로 보고 퇴직금에 근로소득에 따른 세금을 부과했으나 최근 신설된 소득세법 시행규칙 제17조를 근거로 중간정산 퇴직금에 대해 소득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10년 근무 후 중간정산 퇴직금으로 3천만원을 받은 4인가족 근로자의 경우 근로소득으로 과세하면 1백68만원의 세금을 내야 했으나이제는 55만원의 세금만 내면 된다. 최근에는 기업의 부도가 늘면서 퇴직금에 대한 지급불안이 가중되자 조기에 퇴직금을 받길 원하는 샐러리맨들도 늘고 있다.퇴직금은 그동안 회사를 그만두는 샐러리맨들의 마지막 생활자금으로 여겨져 왔다.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위한 사회보장제도가 미흡한우리로선 퇴직금이 생계수단의 마지막 보루의 성격이 짙었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연봉제 등 임금체계의 변동과 함께 퇴직금에 대한산정기준이 달라질 전망이고, 샐러리맨들의 직장에 대한 개념도 달라지면서 퇴직금을 자신의 사정에 따라 활용하려는 근로자들이 더욱 늘고 있다.노동부 임금복지과의 이정조 사무관은 『최근 퇴직금 중간정산제에대한 문의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면이 많다는 증거죠.이 제도는 사용자와 근로자가 상호 합의하에 실시하는만큼 그 취지를 알리고 활용법을 더욱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