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고임금-저성장체제로 전환되면서 기업들의 인력채용패턴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 구체적인 징후는 정규직사원채용을 기피하고 계약직채용을 늘려가고 있는데서 찾을 수 있다.계약직을 기업 등이 선호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인건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90년대 중반이후 경제가 불황에 접어들고 고임금으로 인한 경영압박이 가중되자 계약직채용을늘려나가고 있다. 계약직의 경우 정규직에 지급되는 보너스 등 각종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돼 이에따른 인건비절감효과는 크다.이와함께 정보화가 가속화되면서 정규직보다는 계약직사원을 채용,몇시간의 교육으로 필요한 일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도 계약직채용선호를 부추기는 요인이다.계약직사원채용은 아무래도 기업쪽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기업들은 그동안 우리 경제가 저임금-고도성장을 구가할 때는 인력의양적확대에 주력해왔다. 그러나 지난해이후 불황의 그림자가 짙게드리우면서 인력관리의 질적전환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핵심사무분야는 정규직사원의 정예화를 기하고 나머지 사무보조등 주변업무는 계약직사원채용 등을 통해 인력관리의 아웃소싱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핵심사무만 정규직으로자금난으로 그룹전체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쌍용그룹은 정규직사원은 소수정예화하는 대신 주변 사무보조업무 등은 계약직사원을채용, 경영합리화를 모색하고 있다. (주)쌍용의 경우 컴퓨터수리등 사무보조분야에 모두 90여명의 계약직사원을 쓰고 있다. 또 쌍용자동차는 청소, 경비, 조립라인 등 단순 업무보조분야에 계약직사원 4백여명을 채용, 인건비를 절감하고 있다.현대, 삼성, LG, 대우그룹 등 다른 그룹들 역시 노조와의 관계 등을 고려, 현황 등은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으나 쌍용그룹처럼 사무보조분야에 계약직을 활용하고 있다. 경쟁력의 최대 걸림돌인 고임금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21세기 초일류기업으로 성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에서는 비록 핵심업무라 하더라도 전문성이요구되는 분야는 과감히 계약직을 채용, 활용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어 계약직채용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기업 뿐만 아니라 은행권에서도 계약직활용은 폭넓게 이뤄지고 있다. 은행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전체 직원중에서 계약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5~7% 정도 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계약직의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신한은행. 이 은행의 경우 계약직사원은 모두 5백50여명으로 전체직원의 11.4%를 차지하고 있다. 계약직사원들은 일선 창구에 배치되지 않고 시장 등지를 돌아다니며상인들을 상대로 한 수납업무를 수행하고 있다.신한은행은 경력이 전혀 없는 고졸출신 계약직사무보조원에게 시간당 2천5백원과 점심식대 2천5백원을 주고 있다. 이를 월급으로 환산할 경우 약 60만원 수준이다. 보너스 및 의료보험, 퇴직금 등은지급되지 않는다. 고졸 신입사원의 연봉이 1천4백만원 수준인점을감안할 때 계약직의 인건비는 절반에 불과하다.이에따라 은행들은 계약직채용을 늘리고 있다. 한일은행은 지난95년 2백69명이었던 계약직사원을 올해 7월말 현재 4백90명으로 늘렸다. 특히 신설은행으로 차별화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하나은행은 현재 8%(1백21명)인 전체직원대비 계약직사원의 비중을 오는 99년 14%대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정부부처도 직무의 효율적인 수행을 위해 일부 특수분야에 계약직을 채용, 활용하고 있다. 산림청은 소방헬기 조종 및 정비분야에계약직을 쓰고 있으며 건설교통부도 비행기점검 등 항공운수국 산하 특수분야에 전문인력을 계약직으로 채용, 업무의 전문화를 꾀하고 있다.현재 14개 부처에서 2백28명의 계약직 공무원이 활동하고 있다. 정부는 세계화추세에 발맞춰 국제통상분야 등 일반행정분야에도 계약직으로 공무원 채용을 늘려나갈 방침이며 국장등 고위행정직에도계약직을 쓸수 있도록 법개정을 추진중이다. 앞으로 국가경쟁력을회복하기 위해서는 고임금을 해소하는 것밖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점을 놓고 볼때 계약직채용은 새로운 인력채용방식으로 더욱 각광을 받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