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방학동에 사는 한상동(76)씨. 일흔이 넘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한달전부터 지하철 2호선 신촌역으로 출근한다. 월요일에서 목요일까지 하루 서너시간씩 모두 14시간 근무한다. 지하철 부정승차를 방지하고 약도를 묻는 승객들의 문의에 답한다. 이렇게 해서 한달에 18만원 정도를 받는다.현재 한씨처럼 서울지하철공사 소속으로 근무하는 노인 파트타이머(Part Timer:시간제 근무자)는 7월말 현재 8백여명. 2호선이3백80여명으로 제일 많고 4호선(1백80여명), 그리고 3호선(1백50여명), 1호선(90여명)의 순이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60대 초반이고주당 14시간씩 근무한다. 시간당 2천9백50원씩 지급받는다. 서울지하철공사측은 고용기회제공이란 측면에서 신체건강한 55세이상의고령자중에서 해당역장이 선발한다고 설명한다. 이들을 채용한 결과 승객들의 부정승차 방지 그리고 지하철에서 잡상인 추방 등의효과가 나타났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서울지하철공사가 고령자를 파트타이머로 채용하는데 반해서 패스트푸드업계에서는 20세 미만의 젊은층을 인력풀로 활용하고 있다.두산식품이 직영하는 KFC매점중에서 최대매출을 올리는 서울시내한 매점. 이종례(18, 화곡여상 2학년)양은 지난 2월부터 이곳에서근무하고 있다. 이양과 함께 근무하는 파트타이머는 35명.학기중에는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 방학기간에는 오후 1시부터10시까지 일한다. 치킨과 버거류 그리고 음료 등을 서빙한다. 이렇게 해서 받는 수당은 시간당 2천50원. 요즘같은 방학중에는 55만원 정도를 벌며 주로 등록금과 옷을 사는데 지출한다.◆ 퇴직금·의료보험 부담 없어이양처럼 전국 1백14개의 KFC매점에서 일하는 파트타이머는 7월말현재 2천50명. 매점당 18명꼴로 근무한다. 대부분 20세 미만의 청소년이라고 한다. 이들의 시간당 급료는 최하 1천8백원에서 최고2천3백원까지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KFC를 포함한 국내 패스트푸드업계가 청소년들의 값싼 인건비로 운영된다고 할수 있다.백화점업계에서도 파트타이머는 주된 인력채용방식으로 자리잡았다. 롯데 신세계 미도파 그레이스 등 국내 유명백화점에서는 주부사원을 파트타이머로 채용하고 있다. 주로 의류와 식품매장에서 선호한다.경기도 의정부시에 사는 김윤미(32)씨는 지난 7월한달동안 그레이스 백화점내 LG패션 옴스크매장에서 근무했다. 여름 정기세일기간동안 오전 10시반에서 오후 8시까지 파트타이머로 일한 것. 김씨는여성의류 매장의 정식직원으로 근무하는 친언니의 소개로 세일행사때마다 근무한다. 하루 일당은 3만원으로 다른 백화점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말한다. 김씨는 자신처럼 의류코너에는 파트타이머로만근무하는 여성들이 상당수에 달한다고 들려준다. 이들은 매출전표도 쉽게 작성하고 의류판매의 노하우를 갖고 있어 백화점측이 선호한다.지난 94년9월 오픈한 미도파백화점 상계동 지점. 이곳에는 현재1백6명의 부녀 파트타이머가 근무하고 있다. 대부분 30대 초반으로주로 식품코너와 의류파트에서 일한다. 이들의 시간당 급료는2천3백원에서 2천4백원선. 하루 평균 5∼6시간씩 일한다. 미도파백화점측은 이들이 고객들과 비슷한 구매패턴을 갖고 있어 판매실적이 좋다고 평가한다. 게다가 정규직 5급 여직원의 월평균 급여55만원의 70%에 불과해 인건비 절약효과도 상당하다고 들려준다.이밖에도 눈높이 교사로 유명한 (주)대교는 파트타이머를 효율적으로 이용해서 성공한 대표적 기업으로 꼽힌다. 1만여명의 눈높이 교사중 70% 이상이 파트타이머다. 대교는 여성대졸자들에게 하루 6시간씩 주5일 근무와 월평균 1백50만원을 보장해 주면서 이들을 통해초등학생용 학습시장을 선도해 나갔다. 지난해 매출액은 4천1백억원.이처럼 파트타이머는 공공기관 외식업체 유통업체 학습지업체 등전산업에서 점차 보편적인 채용형태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특히여성인력과 고령인구를 활용할 수 있는 업종에서 선호된다.◆ 평생고용 중시 풍조 늘듯노동전문가들은 파트타이머의 증가원인을 네가지로 분석한다. 먼저기업입장에서는 고용구조조정을 손쉽게 할 수 있다. 정규직원의 경우 노동조합이나 근로기준법 때문에 정리하고 싶어도 현실적으로쉽지가 않다. 그러나 파트타이머 고용은 업무가 완료되는 즉시 고용계약을 해약할 수 있다. 또한 노인층이나 주부들의 저렴한 인건비를 활용할 수 있다는 측면도 크게 작용한다. 단순 반복작업의 경우 젊은인력을 구하기도 힘들고 인건비도 비싸 고령인구나 주부층에 대한 수요가 크다. 지하철이나 백화점에서 흔히 볼수 있다. 게다가 퇴직금이나 의료보험비 등에 대한 부담이 없는 것도 기업이선호하는 원인중 하나다. 물론 업무의 자동화 전산화로 정규직을비정규직과 비숙련노동자로 대체가능하게 된 것도 배경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면 바코드의 보급으로 편의점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 파트타이머의 채용이 급증했다.한국노동연구원 최경수 박사는 『노동경제학에서 파트타이머에 대한 정확한 정의는 없다. 다만 일반적으로 주당 36시간 미만의 근로자를 파트타이머로 부른다』며 『전산화 자동화로 정규 숙련직의중요성이 떨어지고 또한 고용조정의 용이함 때문에 기업측이 선호한다. 또 고령인구와 여성인구의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수요가 늘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이들이 정규직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며 따라서 평생직장에 집착하기 보다는 평생고용이 가능하도록 자기계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파트타이머의 급증으로 「평생직장」보다는 「평생고용」을 중시하게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인터뷰 / 황문자(26,대교 신림서부지점 파트타임 강사)수입·여가 많아 '전직 NO'▶ 언제 입사했는가.대학에서 축산학을 전공하고 축산기자재협회에서 1년간 근무하다가지난 2월에 입사했다. 전공을 살린다고 들어갔는데 업무가 적성에맞지 않고 경직된 직장 분위기가 싫어 그만뒀다. 시간여유도 있고보수도 괜찮다는 눈높이 교사 광고를 보고 지원했다.▶ 근무시간과 담당학생수는.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5일 근무한다. 근무시간은 학기중에는 오후 2시30분부터 7시30분까지, 방학중에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근무지역은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일대로 현재 1백70여명의 학생을 담당하고 있다. 이중 초등학생이 70%를 차지한다. 1주일에 한번 방문해서 학생들의 학습진행상태를 체크해 주고 있다.▶ 보수는 얼마나 되고 여가시간은 어떻게 활용하는가.학생들이 대교측에 내는 수수료중 일부를 지급받는데 월평균 수입은 1백50여만원 정도다. 종전 직장보다는 많이 받는 편이다. 여가시간에는 주로 영어회화나 수영을 배운다.▶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고 싶은 생각은 없는가.현재 급여수준이나 근무시간에는 만족한다. 능력껏 학생들을 확보할수록 수수료를 더 많이 가져가는 것도 좋다. 다만 퇴직금과 의료보험혜택이 없는 것이 아쉽다. 사실 이것 때문에 전직하는 동료들도 많다. 개인적으로 결혼후 제과점을 차리는 것이 목표기 때문에특별히 전직을 고려하지 않는다. 오히려 여기서 근무하면서 제과기술이나 운영노하우를 체계적으로 배울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