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은 종신고용제와 평생직장으로 유명하다. 조직에 필요없는 직원이라도 최소한 정년은 보장해 준다. 별다른 업무없이 창가부근 책상에 자리잡고 정년때까지 버티는 직원을 지칭하는 「창가족(마도기와족)」이란 용어까지 있을 정도다. 그러나 이런 일본도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거품경제 붕괴후 일본 기업들도 잇달아구조조정과 경영혁신을 추진, 인건비 절감에 나섰다. 모든 직원을정사원으로 가족처럼 끌어 안고는 국제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는 현실에 눈뜨게 된 것이다. 일본 총무청 「노동력조사」(1996년)에 따르면 일본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수는 1천15만명이다. 이 수는 전체 고용자5천2백19만명 중 19.4%에 달한다. 노동자 5명 중에 거의 한명꼴로파트타이머인 셈이다.전체 파트타이머 중 70%가 여성이지만 주목할만한 사실은 남성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남성 고용자중 파트타이머의 비율은70년대의 3.9%에서 85년에 7.7%, 95년에는 다시 12%로 증가했다.남성의 경우에도 10명중 1명 이상이 파트타이머란 얘기다. 남성 파트타이머의 증가와 함께 눈에 띄는 변화는 파트타이머의 위치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기업들은 지금까지 주로 경기 조정기에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싸고 해고가 쉽다는 이유로 파트타이머를 고용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파트타이머가 보조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조직의 중심역할에까지 진출하기 시작했다. 일찍부터 파트타이머를 적극 활용해온 유통업에서는 관리직에까지 여성 파트타이머를진출시키고 있다.종신고용제도의 붕괴와 고용의 유동화에 따라 전문능력을 가진 남성은 파트타이머와 계약사원, 인재파견사원으로 여러개의 회사에서일을 하기도 한다. 계약직으로 다수의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주로 전문직종을 가진 사람들이다. 경영 컨설턴트라든가 소프트웨어 개발자 등은 그때 그때마다 회사와 계약을 맺어 일을 해주는데보통 프로젝트별이기 때문에 한번에 여러 회사의 직원으로 채용돼일을 진행시킨다.◆ 기존 정사원 계약직 전환 사례도인건비 절감을 위해 기존의 정사원을 계약직으로 전환시키는 사례도 있다. 가전제품과 자동차 관련 설계를 하고 있는 아쿠(오사카소재)라는 회사는 93년부터 기술직을 중심으로 「사내독립제도」를실시하고 있다. 사내독립제도란 직원을 일단 퇴사시킨 후 개인사업주로 다시 전속계약을 맺어 프로젝트별로 일을 맡기는 것이다. 퇴직 후 다시 개인사업주로 계약을 맺은 사원은 일하는 방법에서는정사원과 차이가 없다. 단지 급여가 근무연수에 관계없이 일한 양에 따라 차이가 난다는 점이 다르다.또다른 특징은 일의 대가로 받은 보수에서 회사 설비 사용료를 계산, 회사에 지불해야 한다는 점이다. 말 그대로 개인 하나 하나가사업주인 셈이다.이제 일본의 샐러리맨들은 회사의 경영 등 기간업무에 관여하는 중핵사원과 그 이외의 단순노동력 및 전문적인 일을 하는 비중핵사원으로 나눠지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점차 단순노동력과 전문적인비중핵사원은 정사원으로 뽑지 않으려고 한다. 필요할 때마다 계약직으로 일을 시키면 된다는 생각이다.파트타이머 노동력이 늘면서 능력과 임금에 대한 재평가도 이뤄지고 있다. 이 재평가는 정사원과 비정규사원의 임금관계를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지금까지는 같은 업무를 하더라도 정사원이냐 파트타이머냐에 따라 임금 차이가 많았던게 사실이다. 다시말해 정사원은 파트타이머의 희생을 통해 높은 급여를 보장받고 있었다고 말할수 있다.최근에는 기업이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이런 급여체계가깨져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동일한 노동에 동일한 임금」이라는 구호가 지지를 얻고 있는 것이다. 이런 추세에 맞춰 정사원과 비정규사원 사이의 임금격차가 줄어들고 있으며 어떤경우 비정규사원이 정사원보다 더 높은 급여를 받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도쿄의 웨스팅호텔은 올해부터 계약사원의 급여를 인상하려고 인건비를 재평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채용 시기에 따라 정규채용 때는 정사원으로, 그 외에는 1년 계약사원으로 직원을 뽑았다. 근무시간과 일의 내용은 똑같지만 계약사원은 정사원보다 보너스를 적게 받는 등의 차별을 받았다. 이 회사는 정사원이 받는 퇴직금과 각종 복리후생비를 줄여 계약사원의 급여를 올리는 방안을검토하고 있다.파트타이머의 증가는 현시점에서 대세다. 파트타이머의 증가가 노동환경을 악화시킨다는 주장도 있지만 일본의 전반적인 분위기는고용 유동화가 최근의 현상이므로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일단 받아들여야 한다는 쪽이다. 미국의 초우량 기업에 이기기 위해서라도일본 기업의 노동정책은 좀더 유동적으로 변화돼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