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뜨면 출근이고 눈감으면 퇴근이죠.』방송국이나 광고제작사의 영상물 연출을 하는 이주형(29)씨는 업무는 침대에서 눈을 뜨면서 시작된다.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그의 집이 곧 사무실이자 작업공간이기 때문이다. <연봉 1억! 지금은SOHO시대 designtimesp=5192>(씨앤씨미디어간)를 편역해 유명해진 곽동수(33)씨 역시서대문구 홍제동에 있는 그의 아파트가 일터다. 기업교육이 주업무인 김재술(49)·조춘택(42)씨 부부에게도 서초구 반포동의 주공아파트가 일터다. 이처럼 별도의 사무실을 마련하지 않고 가정이나소규모사업장을 사무실로 삼는 소호가 새로운 사업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인건비·임대료 등 고정비 지출 없어소호의 가장 큰 장점은 비용의 최소화이다. 집안의 남는 공간을 이용하기 때문에 사무실 임대료나 비서월급을 줄일 수 있다. 고객에게 상품이나 서류를 보낼 때는 용역 회사를 이용한다. 동업자와 일을 할 때도 주로 전화나 컴퓨터통신을 이용하거나 용역 회사에 의뢰한다.곽동수씨가 한글과컴퓨터 기획실장을 그만두고 독립할 때는 남들처럼 사무실을 마련하고 비서를 뒀다. 그러나 1년간 사무실 유지 경비가 4천만원을 넘자 사무실을 집으로 옮겼다. 곽씨는 홍제동에 있는 아파트에 랜(LAN,구역내 통신망)으로 연결된 PC 3대, 노트북PC1대, 전화기 2대, 디지털 카메라 등을 갖춰 놓고 모든 업무를 집에서 처리한다. 숭실대 박사과정(경제학과)에 재학중인 곽씨는 기업정보시스템 구축과 운영 및 그에 관련된 컨설팅을 하고 컴퓨터 잡지에 기술 칼럼을 연재하며, 교육방송 두산케이블네트워크 등에서컴퓨터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인터넷을 통해 각종 정보를 제공한다. 원고는 문자무선호출기나 전화로 청탁받은 뒤 컴퓨터통신이나 팩스로 전달한다.곽씨에겐 사무실도 없고 고용된 직원도 없지만 활용할 수 있는 인적 자원은 풍부하다. 자료통계처리는 부산에 있는 후배, 그래픽은광주에 있는 친구 등 전국 각지에 인적 네트워크가 구축돼 있다.곽씨는 맡은 일의 성격에 따라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가상조직(Virtual Team)을 만든다. 조직이 없어도 거리를 초월해함께 일할수 있는 전문가들을 활용할수 있는 것은 인터넷과 PC통신덕분이다.『전국에 각 분야의 전문가를 많이 알고 있는 것이 최대자산』이라는 곽씨는 『소호는 자기관리에 능하고 특기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번 맡은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다음번 일이 있을때 다시는 그 사람을 찾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이주형(29)씨는 연출가이다. 방송국이나 광고회사에 소속되지 않은개인사업가라는게 기존 연출가들과 다르다. 광고제작프로덕션에서일하다 방송국, 광고제작회사, 기업들이 영상물제작을 의뢰하면 이씨는 기획부터 최종완성까지 모든 과정을 전담한다. 이씨의 작업장은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그의 원룸주택이다. 영상작업을 할수 있는 컴퓨터와 비디오, 팩스, 전화가 이씨가 기획단계에서 활용하는장비다. 본격적인 촬영과 녹음·편집단계에 이르면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공동작업에 들어간다.이씨의 경우 처음에는 일감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개인이라 믿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비슷한 품질의 상품을 기존 사업체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할 수 있는 이씨에게 주문이 끊이지 않았다.이씨는 소호의 장점으로 『상사 눈치 볼일 없고 인간적인 갈등이없어 자유롭다』는 점이지만 『일한만큼 수입이 생기는 냉혹한게사업』이라고 말했다.기업으로부터 교육을 위탁받아 영업교육을 하는 김재술씨는 14년간영업부서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부인인 조춘택씨와 함께 기업 영업교육 강사로 나섰다. 88년 독립했을 때 김사장도 사무실을 차렸지만 불편한게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우선 강의 자료가 집과 사무실로 분산됐다. 사무실을 관리하고 일정관리와 고객상담을 담당한 여직원을 두는 일도 쉬운일이 아니었다. 고정비로 매달 꼬박꼬박 지출되는 사무실 임대료도 무시할 수 없었다.김씨 부부의 경우 집을 사무실로 사용하기 때문에 얻는 이익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사무실과 집 등으로 분산된 자료가 한군데로 집중돼 관리가 편리해졌다. 사무실을 둘 때 지출해야 하는 고정비를 절감하는 것은 물론 여직원을 고용해야 하는 부담도 없어서좋다. 업무조정이나 일정관리, 고객상담 등은 사무대행회사인 텔레콤의 비서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산업교육컨설팅 회사인 HRD컨설팅은 직원이 7명이나 되지만 사무실이 없다. 7명이 모두 집에서 업무를 처리한다. 일주일에 한번 모여회의하는게 함께 얼굴보는 것의 전부다. 만날 필요가 없는 일은 모두 전화를 통해 해결한다. 자료는 PC통신을 통해 주고 받는다. 각개인의 시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기업교육이라는 업무 특성상 개인의 전문성이 강조되기 때문이다. 회의나외부업체와 상담할 때는 비즈니스룸을 이용한다.◆ 인적 네트워크 형성 ‘큰 자산’93년부터 컴퓨터와 전화기 팩스만으로 사업을 시작한 이창희(34)씨역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상록마을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가 사무실이다. 이씨의 사업은 「렌트백 서비스」. 신혼부부와 해외여행객들에게 건당 4만원을 받고 대형 가방을 빌려주는 사업이다. 전화나인터넷으로 신청하면 가방을 집까지 배달해 주고 다 쓰고 나면 회수해온다. 예약업무는 사무대행회사의 전화 비서, 배달은 용역회사를 이용한다. 이 때문에 별도의 사무실이나 비서가 필요 없고, 이에 따라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같은 회사에서 10년 가까이 일해온 박원순(57)·이지연(55)·김수홍(55)씨는 「천하장군 브레인스위치」라는 여행컨설팅업체를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외국인은 언어 장벽때문에 우리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우리나라 학생들은 외국인과 생활할 기회가 없어 살아있는 영어를 배우지 못하는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여행 상품을 개발하면 잘 팔릴 것같다는 생각에서 최근 여행컨설팅사업을 시작했다.이들은 현재 외국인과 우리나라 학생들이 팀을 짜 함께 답사여행을하며, 외국인은 우리 문화를 배우고 학생들은 외국어를 배우게 하는 여행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박씨는 안양, 이씨는 서울 수유리, 김씨는 산본에 살다보니 한자리에 모이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모두 결혼한 자녀들이 있어 손자들을 돌봐줘야 할 처지였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재택근무로 모두해결됐다.이들은 컴퓨터통신 대신 전화와 팩스를 이용한다. 여행 답사지 정보 정리를 맡은 박씨가 여행에 필요한 내용을 준비해 팩스로 김씨에게 보내면, 김씨가 이를 영어로 번역해 홍보와 안내 업무를 맡은이씨에게 보낸다. 이런 방법으로 이들은 자녀들이 직장 나간 사이손자들을 돌봐주면서 사업체를 꾸려가고 있다.소호란 용어는 생소하지만 이미 국내에도 모든 업종에 걸쳐 폭넓게퍼지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명예 퇴직자와 부업을 하려는 주부들이 늘면서 소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노동력 절감을 꾀하는 기업들의 전략과 개성적인 근무를 선호하는 현대인들의 성향이맞아 떨어진 결과다.소호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컴퓨터등 정보기기에 능숙해야겠지만무엇보다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열정 그리고 인맥을 활용하는 네트워크 형성이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