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매니저. 막대한 돈을 공개적으로 굴리는 큰손이다. 지하자금시장에 사채업자가 있다면 공개자금시장에는 이들이 있다. 펀드매니저와 사채업자는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에 이르는 엄청난 돈을굴린다. 모두 자금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다.그들은 돈을 불리기 위해 밤낮없이 뛴다. 둘 다 돈을 미끼로 돈사냥에 나선다는 면에선 마찬가지다. 이들을 「돈사냥꾼」으로 비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그러나 펀드매니저는 개인들에게 재산을 증식해 주는 동시에 기업에는 장기적인 안정자금을 원활히 조달해 주는 중개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면에서 사채업자와 구분된다. 그래서 그들을 「증권시장의 꽃」으로 일컫는다.국내 30개 투신사에 근무하는 펀드매니저는 4백여명. 개인과 기관투자가들로부터 돈을 위탁받은 이들은 오늘도 「돈굴리기」에 여념이 없다. 이들이 굴리는 돈의 규모는 13조원. 큰손이라는 별명이무색지 않다.이들은 엄청난 돈을 무기로 자금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그에 비례해 책임도 따른다. 항상 고객의 돈을 부풀려 보답해야하는 중압감에 시달린다. 수익률을 한치라도 올리기 위해 피를 말리기도 한다. 그렇다고 편법이나 불법을 동원하면 펀드매니저로서의 생명은 끝장난다. 엄격한 게임룰에 따라 공정하고 정당하게 운용해야 한다. 위탁받은 공공자금을 운용하는만큼 상당수준의 윤리성도 아울러 요구된다.이같은 조건을 충족시키는데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 하지만 일단 성공만 하면 막대한 부는 물론 사회적 명성도 주어진다. 많은젊은이들이 어려움을 알면서도 도전하려는 것도 펀드매니저라는 직업이 갖는 이같은 독특한 매력 때문이다.미국에서는 이미 펀드매니저가 최고갑부 자리를 차지한지 오래다.세계적인 펀드매니저 워렌 버펫은 지난해 2백32억달러의 재산을 보유,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국내에도 펀드매니저의 능력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달라지는 세상이도래할 것으로 보여 백만장자 펀드매니저가 탄생될 공산도 높다.그렇다고 모든 펀드매니저가 백만장자의 돈방석에 올라앉는 것은아니다. 먹고 먹히는 냉엄한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펀드매니저의 세계에서는 승자만이 이러한 특권을 누릴 수 있다.살아남기 위한 펀드매니저의 노력은 날이 갈수록 배가돼야 할 상황이다. 투신사들이 계속 신설되고 있는데다 내년이면 투자신탁시장개방으로 외국의 펀드매니저들이 국내에 대거 몰려올 기세다. 전문성과 직감력을 키우지 않으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음을 의미한다. 「야수적 감각」과 「과학적 분석」을 지닌 국제적인 펀드매니저로 탈바꿈하기 위한 열기가 한층 달아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