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평가절하」.요즈음 한국금융산업에 대한 국제자금시장의 시각을 가장 잘 대변하는 구절이다. 국제자금시장에서는 「한국」하면 「위험」을 연상한다고 한다. 한보를 시발로 대기업들이 연달아 부도를 내면서 제일은행이 부실해지자 한국의 전체 금융계가 곧 무너질 것처럼 비쳐지고 있다. 한국경제가 실상보다 지나치게 평가절하되면서 한국금융계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국제자금시장에서는 최근 한국기업이나 은행들이 자본을 차입할 때예전보다 금리를 0.5~1%포인트까지 추가로 불러야 한다고 한다. 그나마 금리를 높여주겠다고 하더라도 아예 돈을 꿔주지 않겠다는 은행들이 늘고 있다. 그렇다면 국제금융시장에서 차입을 거부할 정도로 한국의 경제와 금융산업이 정말로 최악의 상태인가. 대답은 「그정도는 아니다」이다.최근 일부 외국은행들이 한국의 은행들에 대해 자금을 대출해주거나 해외채권 기채시 주간사를 맡는 것은 결코 한국금융업계가 파산하지 않을 만큼 건전성이 유지되고 있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으로분석된다. 이들 외국은행들은 국제자금시장에서의 전반적인 시각과는 달리 한국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측면을 높이 평가한 결과랄 수있다.지난달 홍콩은행은 외환은행에 대해 2억달러를 1년간 대출해주기로합의했으며, 한일은행이 발행하는 1억달러 규모의 FRN(변동금리부채권)에 대해서도 주간사를 맡기로 결정했다. 또한 레먼 브라더스은행도 한일은행이 9월7일 발행하는 FRN의 주간사로 자임하고 나섰다.실제로 세계경제예측기관과 국제기구들은 잇따라 국내금융시장과국가신인도에 이상이 없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세계경제예측기관인 미국 DRI는 최근 아시아 주요국을 대상으로 한 국가위험도 분석을 통해 한국 금융부문의 위험도를 단기 5점, 중기 4점으로 매겨통화위기의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했다. 일본보다는 다소 높지만 말레이시아 태국 중국 보다는 훨씬 낮았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와 IMF(국제통화기금)의 국제금융전문가들도 한국의 금융시장불안을 그리 심각하게 볼 필요가 없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이런 점에서 볼 때 아무리 한국의 신인도가 낮아지고 국내은행들에대한 신용평가가 낮아지는 상황이라 할지라도 건전한 금융기관들까지 국제자금시장에서 기채조차 할수 없는 것은 한국경제에 대한홍보가 절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래서 최근은행장들이 해외로 직접 나가 한국경제와 금융업계의 실상을 알리고 대외신인도 하락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은 다소 때늦은감은 있지만 당연한 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