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없는 돈」.정부기금을 일컫는다.예산보다 큰 거대자금이 돌아가도 이에 걸맞는 통제장치나 감독체제가 없어 붙여진 오명이다. 객관적인 감독통제장치가 없다보니 정부기금은 관리조직의 사금고화된지 오래지만 누구하나 고치려 드는사람은 없다. 기금의 규모가 워낙 큰데다 기금을 기대고 살아가는사람이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행정부는 물론 정치권도 정부기금과 관련된 먹이사슬의 연결고리가워낙 커 손을 댈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작은 정부」를 외쳐대지만 선거 때만의 구호일 뿐 기금은오히려 비대해지고 있다. 기금관리의 주무부서인 각 행정부서는 기금조성액의 규모가 그 부처의 영향력을 나타내는 지표가 되고 있다. 국장이나 과장 등 각 부처의 고위직의 진급도 산하기금의 수와규모를 얼마나 늘리고 어떻게 운용하느냐가 진급여부를 좌우한다는세평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정부가 올해 긴축예산을 표방하면서도 기금을 둘러싼 관변단체에 대한 예산을 대폭 늘린 대목도 이와궤를 같이하고 있다.「파킨슨 법칙」.영국의 저명한 사회학자 파킨슨씨가 발표한 사회법칙이다. 공무원수나 정부예산은 업무에 무관하게 증가한다는 것이 그 골자다. 관료사회가 지속적으로 팽창하는 현상을 설명하는 고전적 이론으로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적용됨을 알 수 있다.지난해말 현재 정부기금은 자산규모로 1백6조8천억원. GNP(국민총생산) 3백86조의 3분의1을 넘는 수준이다. 지난해 기금조성규모도66조8천억원을 넘어 그해의 일반회계예산 규모인 60조1천억원을6조이상이나 웃돌고 있다. 예산에 의한 일인당 세금규모가 2백23만원 정도임을 감안할 때 보이지 않는 세금인 기금을 포함하면 이의2배 수준을 족히 넘는 셈이다.◆ ‘눈먼 돈’ 팽창일로기금의 규모가 이처럼 막대하지만 이를 감독하고 통제하는 시스템은 전무한 상태다. 재정경제원이 전체적으로 통괄하고 있다지만 각부처 장관의 승인만으로 운영되는 사업이 대부분인데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는 사후적으로 심사할 수 있는 권한만이 부여된 상태다.막대한 규모의 기금이 국회의 사전 심의 없이 집행됨으로써 기금이각종 부조리의 온상이 된지 오래다. 엄격한 사전심사와 감시없이추진되는 각종 기금들은 이미 야합과 부정을 제공할 소지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기금의 방만한 운영에 대한 개선을 누구나 인정하면서도 감히 손을댈 엄두를 내지 못하자 국민과 기업들의 혈세로 조성된 기금이 마치 주인없는 「눈먼 돈」으로 인식되고 있다. 먼저 본 자가 임자인양 돼가고 있다. 기금은 원칙도 없이 조성되기 일쑤고 기금의 운용내역도 명확히 공개되지 않는다. 기금의 집행도 투명성 면에선 먹구름에 가려져 있다. 싼이자의 기금지원은 기금을 받아 은행에 저축하는 것만으로도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어 기금지원 자체가막대한 이권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기금의 조성과 집행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팽창일로에 있는 기금의 현황과 실태를 점검하고 바람직한 개선방향을 제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