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금고 기획실의 이은주씨(27). 이씨의 지갑에는 국민카드와 롯데 신세계 미도파 등 백화점카드 3장이 들어 있다. 친구나 선배의부탁으로 마지못해 발급받은 신용카드가 10개나 되지만 은행에서대출을 받기위해 국민카드만 집중적으로 사용한다. 나머지는만일(!)을 대비해서 집에다 보관하고 있다. 그러나 수시로 쇼핑을하기 때문에 5% 할인혜택을 주는 백화점카드는 늘 갖고 다닌다. 이씨는 10개 이상의 카드를 갖고 있는 동료들이 적지 않다고 들려준다.이씨처럼 직장인이라면 최소한 한두개 이상 갖고 있는 신용카드는지난 6월말 현재 4천2백20만장이 발급됐다. 비씨 국민 외환 장은등 은행계카드사와 삼성 LG 다이너스 동양 등 비은행계카드사가 발급한 숫자다. 지난 6월 재경원 발표에 따르면 업계에서 추산하는카드사용자는 1천5백만명. 이중 최소 4개사로부터 신용카드를 발급받은 이용자는 2백65만명. 이들은 1천4백만개의 카드를 소유함으로써 1인당 5.3개를 지갑에 들고 다니는 셈이다.◆ 2000년 1백조원 시장여기다 백화점 정유업체 의류업체 등이 자체 신용으로 발행하는 카드까지 합칠 경우 최소 6천만개로 늘어난다. 올 6월말 현재 롯데백화점(1백70만명) 신세계백화점(1백만명) 현대백화점(83만명) 등 백화점의 회원은 1천만명 가까이 된다. 또한 2백만명을 확보한 신원의 「에벤에셀카드」를 포함한 코오롱(70만명) 대현(67만명) 등 여성의류업체들의 카드가입자도 5백만명으로 집계됐다. 1인당 4개의신용카드를 갖고 있다는 말이다. 가히 「카드공화국」이란 말이 무색하지 않다.제공되는 서비스도 천차만별이다. 이용금액의 일정액수를 모교발전기금으로 내놓은 카드, 북한 동포나 아프리카 기아아동을 돕는 카드 등 다양한 카드가 나와 있다. 마일리지 서비스나 자동차카드 등이 대중화된지 오래다. 또한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패스카드의기능을 첨가한 카드나 보험 증권 카드 등 계열사 금융기관의 서비스를 동시에 받을 수 있는 카드도 나왔다. 예를 들면 국민카드에서는 서울시내 버스표 기능을 첨가한 신용카드를 발급하고 있다.신용카드 사용은 국내에 한정되지 않는다. 해외여행객의 급증으로해외에서의 카드사용도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해 3백28만4천명이16억 5백만달러를 사용했다. 95년에 비해 금액상으로는 26.1%, 사용자수로는 52.9%가 증가했다.이같은 추세는 지속될 것이란게 업계의 중론이다. 카드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시장규모도 팽창했다. 85년 4천6백억원에 불과하던 이용금액도 불과 10년만인 95년에 45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에는 63조원을 넘었고 올해는 70조원을 예상한다. 환은경제연구소 홍헌표 연구원은 『이같은 성장속도라면 2000년에는 1백1조원. 2005년에는1백93조원 규모로 성장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물론 단기간의 초고속성장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다. 친구나 동료 부탁으로 마지못해 발급받은 카드가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체카드의 26.1%인 1천76만개가 한번도 사용되지 않고 폐기처분 된다. 또한 개인신용을무시한채 회원들을 받아들임으로써 부실채권 문제가 발생한다. 고객의 신용능력을 무시한 신용카드 남발은 과소비와 이용대금 연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이는 또다시 수수료율을 높이는 악순환을 이룬다. 이용자도 자신의 지불능력을 초과해서 카드를 사용함으로써 개인파산 위험성에 노출되고 있다. 심할 경우 가정파탄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단기간에 고속성장한 국내 신용카드업계는 새로운 전환기에 놓여있다. 하나의 카드에 다양한 기능을 담아내길 원하는 소비자들의요구충족과 시장개방과 여신전문금융업법의 제정으로 새롭게 형성되는 시장환경에 적응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미 동남은행의 「하나로카드」, 조흥은행의「조흥IC카드」등 다양한 부대서비스를 통합해서 제공하는 카드가 선보였지만 통합화 경향은 가속화될 것으로보인다. 궁극적으로는 전자화폐나 전자주민증으로까지 발전할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리스 할부금융 신기술금융 등을 통합한 전문여신기관의 출현으로기존 신용카드업체는 바싹 긴장하고 있다. 신용카드업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는데다 다양해진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겸업주의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할부금융과 리스업등을 계열사로 거느린 재벌계 신용카드사와는 달리 은행계카드사는전문화 대형화에 한계가 있다. 일부에서 신용카드업의 순위가 재계순위로 결정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것도 이같은 사정에서 기인하는 것이다.이밖에도 시티은행이나 홍콩은행 등 외국계 은행이나 미국의 GE캐피털 등 소비자금융기관의 진출도 국내업체에는 큰 위협으로 다가온다.이같은 변화에 신속히 대처한다면 국내 카드시장의 전망은 양호한편이다. 일부에서는 성숙단계에 도달했다고 주장하지만 성장여력은충분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홍연구위원은 『민간소비지출중에서 신용카드가 차지하는 비율의 추이를 놓고 볼 때 신용카드시장은2000년까지는 16.1%, 2005년까지는 12.8% 정도의 성장할것』이라고전망했다.★ 신용카드란?일반적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신용(credit)을 제공받은증표는 모두 신용카드라고 할 수 있다. 즉 물건이나 상품을 구입하는 시점과 대금을 결제하는 시점에 일정한 시차를 두고 사용허가를받은 카드는 모두 신용카드의 범주에 든다. 이런 점에서 예금구좌에서 사용액수만큼 현금이 빠져 나가는 직불카드와 미리 지불한 금액에서 사용액수만큼 결제하는 선불카드는 신용카드라고 할수 없다.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는 대표적인 신용카드로는 은행계 및 비은행계 카드, 정유업체 백화점이나 여성의류업체가 자체적으로 발행한 카드 등이 있다.신용카드 사용이 급증하는데 이는 △신용수단 △지급수단으로서 이점이 경제주체들에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신용수단으로서의 장점은 수중에 현금이 없어도 자동차나 가전제품을 사고 일정시간후결제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현금보다 경제활동을 더욱 원활하게 굴러가게끔 한다.사용범주도 넓어지고 있다. 신용카드사에 가맹한 음식점이나 호텔병원 백화점 등의 증가로 언제 어디서나 신용카드로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신용카드가 지급수단으로 보편적으로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말이다. 오히려 많은 현금을 들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을 극복하는 이점을 제공한다. 이밖에도 신용카드는 고객에 대한 각종 정보를 발판삼아 통신판매나 각종 부대사업을 할 수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또한 신용카드는 거래실적을 전산으로 기록하기 때문에 비자금이나 탈세를 방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경제의투명성을 높여준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