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는 부실기업을 회생시키는 「편작」인가.최근 정부가 자산기준으로 재계 8위인 기아그룹을 법정관리하겠다고 전격 발표하면서 부실기업 회생책으로서 법정관리의 중요성이새롭게 조명되고 있다.기아자동차 말고도 이미 법정관리를 통해 완전히 탈진된 몸을 추스르고 있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대법원 자료에 따르면 8월말 현재 법정관리를 받고 있는 기업은 1백90여개. 최근에는 경기불황과구조조정에 따른 부도로 법정관리 기업들이 증가하는 추세다.올해들어서만해도 한보 한보철강 한보건설 한보에너지 상아제약 등이 재산보전처분결정을 받은 상태다. 한보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삼미특수강 한신공영 삼립식품 등도 동일한 판정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우성건설 우성유통 우성관광 등이 법정관리대상기업 목록에 새롭게 올랐다.이들 법정관리기업들은 회생하기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기울인다.법원에 제출한 경영정상화계획안을 제대로 실행해야 기업으로서 계속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뼈를 깎는 자구책을 추진한다.우성건설은 올해 7천5백억원의 매출을 달성한후 매년 10%이상의 성장을 유지하는 정상화 방안을 추진중이다. 또한 임원(20%)과 부서장(10%)의 급여,전직원의 휴가비를 반납하는 등 원가절감에 앞장서고 있다. 이미 건설수주 등은 외부차입금 없이도 자체 자금만으로해결할 수 있다고 밝힌다. 중견 알루미늄 제작업체인 두레에어메탈도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자구책으로 2년이나 일찍 법정관리에서벗어났다. 일시적 자금난으로 위기에 몰렸지만 기술력을 인정받아매출과 순익이 늘면서 난경을 헤쳐나올 수 있었다.이보다 일반적인 경우가 제3자 인수를 통한 정상화 방안이다. 공영토건(동아그룹) 한진중공업(한진그룹) 한양(주택공사) 신한제분(삼양그룹) 등이 제3자에게 인수된 대표적인 예다. 법정관리기업을 인수한 그룹들은 조직과 인원을 대폭 감축하고 한계사업을 과감히 정리하면서 경영정상화를 추구한다.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는 기업을예전 방식대로 경영해서는 회생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기아자동차 경영진이나 노조가 법정관리를 반대하는 실질적인이유가 조직슬림화와 인원정리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이래서 나온다.법원의 보호에도 불구하고 끝내 회생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회생하는 기업들보다 많다. 대법원 자료에 따르면 7대3의 비율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에만 신양제지와 남선물산 대일산기 등의 중소업체와 올해 여성의류업체인 논노가 법정관리폐지결정을 받았다. 산소호흡기로 연명하던 환자에게서 이를 떼내는 것과 같은 조치였다.◆ 기존 경영진 참여 가능한 화의신청 증가 추세법정관리가 부실기업을 회생시키는 대표적인 장치이지만 유일한 것은 아니다. 화의신청과 부도유예협약 등도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고있다. 지금까지는 회사정리법에 의한 법정관리가 선호됐으나 최근에는 화의법에 의한 화의신청이 증가하는 추세다. 구사주측을 경영진에서 배제시키는 법정관리와는 달리 화의신청은 기존 경영진이독자적인 정상화를 추진할 수 있어 각광받고 있다. 김선홍 회장을비롯한 기아자동차 경영진이 법정관리보다 화의신청에 집착하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상장기업으로는 지난 7월 중견 건설업체인 동신이 처음으로 법원으로부터 화의신청을 받아냈다. 법원판결로 동신경영진은 채무상환을 유예받으면서 독자적인정상화계획을 추진할수 있게된다.부도유예협약도 일시적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의 도산을 방지하는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 부도유예협약은 법정관리나 화의신청과는 달리 법률적 근거는 없다. 그럼에도 진로 이후 대농 기아 태일정밀 등 부도도미노 현상을 막는데 기여했다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한편 기아자동차 사태가 법정관리로 일단락되면서 협조융자협약이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일시적 자금난으로 흑자기업들이 부도에 이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주거래은행을 중심으로 은행권에서 자금을 적극 지원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부도유예협약이 부도직전의기업을 지원하는 사후책이라면 이것은 예방적 성격이 강하다. 정부도 협조융자를 받은 기업이 부도가 나더라도 은행 임직원의 책임을묻지 않는 등 협조융자를 적극 유도할 방침이다.그러나 이런 방식의 기업지원은 은행권의 자금여력을 축소시키고부도기업으로부터 필요이상의 자금요청을 받음으로써 시장경제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대두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