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을 관리하는 기관들은 업무량 증가와는 무관하게 매년 조직과인력을 늘리고 있다. 불필요한 조직을 신설하는 등 조직관리를 방만하게 운영함으로써 본래의 목적보다는 관리조직원들의 이해에 따라 기금을 운용하는 사례도 상당수 이르고 있다. 그러다보니 고유업무인 사업비 규모에 비해 기금관리비가 상대적으로 많이 지출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는 사업비규모보다 기금관리비가 더크게 지출되는 기금도 나타나고 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감사원이 최근 발표한 「기금관련실태 감사결과」에 따르면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은 신용보증제도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경비만 축내는 것으로 드러났다. 주택신용보증기금은 이 기금이 설치된 이후 작년말까지 9년간 대위변제액이 64억원에 불과했다. 이는 총보증취급액 15조2천2백64억원에 대해 0.04%에 지나지않는 수준이다. 반면 기금관리를 위탁받은 한국주택은행에서는3백72명의 기금전담요원을 두고 인건비등 각종 경비로 7백39억원을지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보증수수료로 대출금의 0.3~0.5%를받는 등 7백90억원을 징수해 국민부담만 가중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 기금은 주택을 취득 임차하는 영세근로자 및 주택건설사업자에게 신용보증을 해 줄 목적으로 근로자의 주거안정과 목돈 마련에 관한 법률 제12조의 규정에 의하여 1988년1월1일에 설치되었다.재원은 평화은행등 32개금융기관이 9년간 출연한 1천8백40억원. 경비과다지출은 기금운용면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이 기금의 지출내역을 보면 사업비가 지난 95년과 96년에 각각 70억원과 95억원이었던 반면 기금관리비는 2백9억원과 1백70억원에 달했다. 올해사업비와 기금관리비 규모도 각각 1백2억원과 2백40억원으로 계획하고 있다.부당한 인력채용 및 인건비 인상 등으로 기금이 부당하게 낭비되는사례도 빈번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는 국민연금기금을 관리 운용하면서 지난 95년2월2일 국민연금연구센터를 설치, 직제를 제정한 뒤에도 보건복지부장관의 정원승인을 받지않은 채 연구위원 등 9명의 연구원을 임용하고 인건비로 3억6천만원을 지급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한국수출보험공사에서는 수출보험기금을 관리하면서 정원으로 관리되지 않고 있는 별정직26명을 예산승인만으로 임용한 후 기금에서 인건비로 작년 한해동안만도 4억5천7백34만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에서도 지난해 직급별 임금을 인상하면서 결원으로 발생한 인건비 예산집행을 이용하여 최고 20.6%까지 인상했다.◆ 동일성격 기금 중복설치로 예산낭비 커동일성격의 기금들이 경쟁적으로 조직을 늘려 기금을 축내는 경우도 허다하다. 감사원은 그 대표적인 사례로 신용보증 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을 지적했다. 이 두 기금은 총액 1조7천3백47억원의정부출연금을 주된 재원으로 담보능력이 부족한 기업에 대한 신용보증을 목적으로 설치된 동일성격의 기금들로 기금을 관리하는 기관이 서로 달라 관리기관마다 지점을 경쟁적으로 따로 설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작년 9월말 현재 지점수는 신용보증기금이84개, 기술신용보증기금이 50개에 이르고 있다. 두 기금은 지점이신설될 지역의 기업체수 등 보증수요에 대한 조사도 없이 지점을신설해왔다. 그결과 작년 9월말 현재 전국 시 군 구에 48개 지점이 중복설치되어 있는 상태다. 그중 평택 등 14개 지역에 설치된 두 기금의 2개지점을 합한 월평균 보증건수가 특별시와 광역시의 1개지점 실적에도 미달하고 있다. 중복보증업체도 평균 33%에 달하는 등 지점의중복설치로 인한 예산낭비는 연간 66억원에 이르고 있다. 또한 위탁보증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합리적인 보증수요가 극히 적은 지역까지도 지점을 신설하였다. 이로 인한 예산낭비도 연간 33억원에이르고 있는 실정이다.이 모두 기금의 고유목적과는 달리 관리자들의 이해에 따라 기금이크게 남용되고 있다는 증거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