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한보, 삼미, 진로, 대농, 기아 등 대기업들이 부도에 휘말리면서 이들과 거래하던 종금사의 장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부쩍 높아지고 있다. 현재 영업중인 30개의 종금사 가운데 특히 단기금융 비중이 높은 일부 전환종금사가 더욱 그러한 듯하다.종금사들은 채권이나 어음의 발행, 기업어음(CP)의 매출, 어음관리계좌에의 예수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주로 어음을 할인하는 형식으로 단기자금을 기업에 공급한다. 돈을 빌리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담보가 필요 없는데다 기업어음을 신속히 할인받을 수 있어 종금사가 편리한 금융기관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어 왔다. 이에 따라기업어음 할인규모가 87년말 9조원대에 불과했으나 10년만인 97년9월말 현재 87조원을 상회할 정도로 괄목할 신장을 기록하였다. 서울 소재 종금사들의 영업규모도 웬만한 지방은행을 능가할 정도다.그러나 올 들어 대기업들의 자금사정 악화로 종금사를 비롯한 금융기관들의 경영환경이 전반적으로 나빠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기아에 대한 여신이 부실화하면 상대적으로 자기자본 규모가 작은 종금사는 보다 커다란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만의 하나기아가 파산할 경우에는 종금사를 비롯한 채권금융기관의 부실화문제로 이어질 것이므로 기아의 정상화를 위하여 지혜를 모으는 중이다.종금사들의 부실채권이 자기자본에 비해 지나치게 커서 위험성이높다는 지적이 있지만, 외국의 유수한 신용평가회사나<유러머니 designtimesp=5351>지 등의 금융전문지가 금융기관의 부실여신 정도를 측정하는 지표인 「총여신 대비 부실여신 비율」을 적용해 보면 크게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일부 대형종금사를 예로 들어보자. 기아에대한 여신이 사당 3천억원 내외로 자기자본 규모에 비해서는 과다하나 총여신 규모가 7∼10조원에 달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설혹 이들 여신이 일시적으로 부실화하여도 대부분의 잔여여신을 잘 관리해나가면 이로 인한 어려움은 충분히 극복 가능한 것이다.다만, 영업자금이 수시로 필요하고 단기차입금을 제때 갚아야 하는등 유동성 부족이 문제다. 종금사들로서는 더이상의 부실채권 발생을 방지하는 동시에 기존의 대출자산 및 부동산 매각 등으로 유동성 부족분을 메우려는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이미 종금사들은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포함한 경영정상화계획을 제출해 놓은 상태이며, 정부는 추진상황을 예의 주시할 계획이다. 나아가 종금사의 경영건전성을 제고시키기 위하여 각 단계별로 경영개선이나 시정을명할 수 있는 조기경보 내지 시정장치를 도입하여 내년부터 시행할방침이다.◆ 종금사 유동성 부족규모 1조원 상회가장 우려되는 점은 종금사들이 손쉬운 유동성 확보를 위하여 거래선에 대한 여신액을 급격히 회수하는 상황이다. 중견기업은 물론어지간한 대기업들도 급속히 부도 위기에 몰리게 되고 이는 결국금융기관 전반의 부실화라는 부메랑효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적지않다. 이런 점을 고려해 정부는 종금사들이 기업여신을 급격히 감축하는 것을 자제토록 협조를 요청하여 왔고 나아가 종금사들의 유동성 지원을 위하여 사상 처음으로 한국은행 특별융자까지 시행하게된 것이다. 현재까지 종금사들의 유동성 부족규모는 1조원을 약간상회하는 규모다. 이번 한국은행 특별융자로 유동성 부족이 상당부분 해소되고 이에 따라 자금시장이 안정화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을기대한다. 결론적으로 부실채권을 제외한 나머지 여신규모와 금융업계 최고인 수익성을 감안할 때, 대부분의 종금사들은 부실채권부담을 충분히 감내할 능력이 있다고 볼수 있다. 지금 당장 부도가날 종금사는 없다고 보지만, 종금사들이 경영상 큰 어려움에 부닥쳐 있는 것만은 사실이므로 보다 정확한 신용평가, 위험도를 감안한 적정한 규모의 대출, 내부경영의 합리화 등으로 경영기반을 탄탄히 다져나가야 할 때다.잇따른 대기업들의 부도 내지 자금악화가 금융기관이나 기업에 값비싼 교훈을 제공해 주고 있다. 금융기관들에 대해서는 설혹 대기업이나 재벌이라고 하여도 철저한 여신심사가 필수적임을 인식시켰고, 기업들에 대해서는 외부자금을 동원하여 사업을 벌이는 것이더 없이 위험한 일이며, 특히 단기자금을 빌려 장기시설투자에 쓰는 것은 자멸의 길임을 일깨워 주었다. 이제 「덩치를 키우기만 하면, 망하지 않는다」는 지난 시대의 환상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는것이다. 정부로서도 금융기관의 건전성 감독을 강화할 필요성을 깊이 인식하여 대대적으로 손질된 금융관련 법률개정안을 현재 국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