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종금(1천4백억원) 중앙종금(1천2백억원) 신한종금(1천2백억원)제일종금(1천40억원) 나라종금(1천40억원) .지난 10월중순 1조원의 한은특융을 지원받은 대표적인 전환종금사들이다. 이들 업체들은 한국은행으로부터 이자율 8.5%에서 9%의 자금을 지원받았다. 경영권 포기각서를 제출할 정도로 1천억원의 현금이 아쉬웠다. 그만큼 종금사의 유동성 위기가 심각하다는 얘기다. 한보를 시작으로 삼미 진로 대농 기아로 이어지는 대그룹의 연속부도로 거액의 여신이 묶이면서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일부 종금사는 실물경제에 혈액(자금)을 공급하는 심장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는 분석도 나온다.종금업계의 이같은 위기는 업무성격상 당연하다는 분석이다. 은행처럼 주인없이 방만하게 경영돼 온 결과물이 아니라 기업들의 부도에 따른 구조적인 측면이 강하다는 입장이다. 이태봉 종금협회 경제연구소장은 『담보없이 신용만으로 신속하게 기업에 자금을 제공하는 종금사로서는 기업이 쓰러지면 덩달아 어려워지게 된다』며『종금사의 부실은 진로 대농 기아 등 부도유예협약적용 기업들로부터 원리금을 회수하지 못해 발생했다』고 지적한다. 이들 그룹에만 3조5천2백억원이 묶여있으니 이자수익은 고사하고 새로운 기업어음 할인은 엄두도 못낸다는 설명이다. 또한 부동산 등을 담보로여신을 제공한 은행은 원금을 전부 또는 일부라도 회수할 수 있지만 담보없이 신용으로 제공하는 종금사로서는 기업들과 운명을 함께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쌍방울그룹만 보더라도 5백20억원의 여신을 제공한 산업은행은 8백85억원의 담보를 확보했다. 반면 종금업계는 5백50억원의 여신을제공한 새한종금이 7백억원의 담보를 확보한 것 말고는 4천9백억원의 총여신에도 불구하고 1천1백억원만을 확보했을 뿐이다. 부도의후유증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8월말현재 30개종금사가 안고 있는 부실여신은 1조6천4백억원이다. 전체여신1백32조5천6백억원의 1.24%를 차지한다.◆ 30대 그룹에 대한 여신 1백조원 넘어신용만으로 자금을 제공하다보니 대그룹 편중현상이 두드러진다.부실을 우려해서이다. 97년 8월말현재 종금사의 중소기업에 대한여신(대출+어음할인+리스)은 27조2백억원에 불과하다. 반면 30대그룹에 대한 여신은 1백조5천5백억원에 달한다. 한국종금의 경우지난 97년 2월말현재 회사채 지급보증이 7천6백40억원. 대그룹에대한 지급보증이 7천2백억원인 반면 중소기업은 4백18억원에 불과하다.그나마 최근에는 현대 삼성 대우 LG 등 4대그룹 이외의 기업어음은유통시키기가 힘든 실정이다. 「30대그룹은 망하지 않는다」는 신화가 깨지면서 자금난에 시달린다는 소문이 도는 그룹의 기업어음은 매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화종금의 한 관계자는 『현대 삼성 대우 LG 등을 제외하면 나머지 그룹의 어음은 이면계약을체결,판매하거나 종금사들이 소화해야 한다』고 밝혔다.종금업계는 고육지책으로 기업어음이 부도가 나면 대신 지급하겠다는 이면계약을 맺고있다. 대구종금은 지난 10월초 만기가 도래한50억원 어치의 기업어음을 제일은행에 대위변제해 줬다. 이는 대구종금이 기아자동차의 무담보 기업어음을 제일은행에 판매하면서 지급보증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한솔종금도 지난해 20억원어치의 기업어음을 대위변제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외화자금 조달의 어려움과 만기기간의 불일치 그리고 외화자산 운용의 미숙함도 종금사의 경영난을 가속화시키는 요인들이다. 이런어려움은 특히 자산운용의 다각화를 추진하는 전환종금사들에서 두드러진다.한보사태 이후 외화조달금리가 상승했다. 평균 「 Libor+0.73%」로 들여오고 있다. 지난해 평균 조달금리인 「Libor+0.67%」보다0.08%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6.20∼7.42%의 금리로 들여오는 셈이다.이렇게 들여온 외화자금이 8월말까지 17조5천4백억원. 단기차입금이 10조8천억원이고 중장기차입금이 6조7천3백억원이다. 단기가 압도적으로 많음을 알수 있다. 그러나 운용면에서는 중장기에 편중돼있다. 8월말현재 7조7천억원의 외화운용자산중 단기대출은 5천5백억원에 불과하고 중장기여신이 2조5천억원을 차지한다. 나머지 4조6천8백억원을 중남미나 러시아 등지의 장기채권에 투자된다. 단기로 조달해서 중장기로 운용하다 보니 만성적인 자금부족에 시달리는 것이다. 최근의 외환위기가 이같은 조달·운용의 불일치에 따른종금사의 단기자금부족에서 발생했다는 지적도 이래서 나온다.한길종금의 97년 2월말현재 외화 총자산은 4억 3천4백73만 달러.전부 3년미만의 만기로 조달했다. 그러나 운용자산의 42.2%(1억8천1백50만달러)는 3년미만이고 나머지 2억5천만 달러는 만기가 3년을넘는다. 비단 한길종금에 한정된 경우는 아니다. 대부분의 종금사가 이러한 실정이다.◆ 자기자본 대비 부실여신비율 40.7%전문가들은 종금사의 위기를 부채질 하는 근본적 원인중 하나로1천3백억원에 불과한 자기자본을 지적한다. 30개 종금사의 자기자본은 4조4백70억원으로 한 업체당 1천3백억원에 불과하다. 8월말현재 자기자본 대비 부실여신비율은 40.7%나 된다.금융산업 애널리스트인 동방페레그린 유동원 과장은 『종금사의 자기자본은 리스 해외영업 단자 투신 등 영업규모를 결정하는 기준이되며 적자 발생에 따른 영업한도의 축소를 방지하는 방패막이 된다』고 자기자본의 의의를 설명했다. 즉 자기자본이 많아야 종금사란상호에 걸맞는 다양한 분야에 투자할 수 있고 부실여신의 충격을완화시키는 완충장치로서 기능할 수 있다는 얘기다.이밖에도 종금사의 경영난은 금융업무영역이 허물어지고 해외의 값싼 자금이 대거 들어오면서 종금업계가 누렸던 비교우위가 축소되면서 발생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즉 기업들이 해외금융시장에서 직접 자본을 조달하거나 외국인 국내투자가 허용되면서 종금업계의수익원이 축소됐다는 분석이다. 또한 시장상황에 따라 리스 유가증권 해외영업 투자신탁 등 업종을 달리하면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종합금융사로서의 매력이 축소되는 것도 위기를 가속화시킨다.업무영역파괴로 금융기관의 신규진출이 잇따르면서 과거보다 수익률이 떨어진다. 당장 내년부터 여신전문금융기관의 출현으로 리스등에서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변신이 불가피하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기업어음에 대한 매출의존도를 줄이고 자산운용을 다각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차백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종금사의 재무건전성을제고하고 부실화된 종금사의 퇴출 및 종금업계의 구조조정에 대한기준과 방안을 시급히 마련하여 일정기간 자구노력을 통해 정상화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후 이를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