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경제에 대한 위기논쟁 과정에서 클린턴과 김영삼 정부를곧잘 비교한다. 그만큼 취임시기도 비슷했고 취임시 국민들로부터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컸으며, 빈번한 정상외교로 세인들의 기억속에 특별한 관계로 인식됐기 때문이다.이제 두 대통령이 취임한 지도 벌써 5년이 다 가고 있다. 물론 클린턴 대통령은 재신임 과정을 거쳐 집권 2기를 맞고 있으나, 김영삼 대통령은 12월 대선을 거쳐 내년이면 새로운 대통령을 맞이해야한다. 그런데 새로운 임기가 시작됐거나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는 양국의 경제는 지금 어떠한 모습인가.대답은 간단하다. 클린턴 대통령은 막대한 규모의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를 안고 출범했으나 지금은 전후 최대 호황기였던 케네디·존슨시기와 비견할만한 장기호황 국면속에 집권 2기를 맞고 있다. 출범 이래 3% 이상의 높은 성장세를 지속하면서도 물가상승률은 2%대가 유지되고 있고 실업률은 4%대로 떨어졌다.◆ 경제각료 임기 보장돼야우리 경제는 어떤가. 미국과 마찬가지로 경기가 회복될 즈음에 출범한 김영삼 정부는 출범 초기에는 다행히 엔화 강세에 힘입어 8%대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했으나, 지난해부터 경기가 급락하고 있다. 특히 금년 들어서는 그동안 누적된 문제점들이 한꺼번에 노출되면서 총체적 위기국면에 빠져들고 있다. 물론 이러한 상황은 새로 태어날 신정부에는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다.그러면 새로 태어날 신정부는 건국 이래 최대의 위기국면을 맞고있는 우리 경제를 어떻게 회생시킬 수 있는가. 여러 방안이 제기될수 있으나, 여기서는 취임 당시 비슷한 경제여건에서 지금은 「미국 호황-한국 침체」의 정반대 상황을 맞고 있는 클린턴과 김영삼정부의 경제운영체계나 운영능력상의 차이에서 그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첫째, 경제각료의 임기를 보장해 줘야 한다. 클린턴 대통령은 각료임명시 청문회를 통해 정책성향과 주어진 경제현안 해결에 적임 여부를 철저히 검증하여 임명하고 일단 각료로 임명될 경우 특별한문제가 없는 한 대통령 임기가 다할 때까지 재임시킨다. 이것은 결국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구조조정과 관련된 정책실시를 가능케 했고, 국민들은 정책을 신뢰하고 예측가능한 경제행위를 영위할 수있게 된 것이다.김영삼 정부는 어떤가. 물론 미국과 각료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비교하기는 어려우나, 현 정부 출범 이후 경제각료의 재임기간이 평균 9개월에도 못미쳐 경제현실이나 제대로 파악했는지 의심이 간다. 결국 구조조정정책이나 정책의 일관성 문제는 고사하고, 각료 임명 때마다 수많은 대책을 발표하다 보니 경제정책에 대한 신뢰성은 크게 손상됐고 정작 필요한 시점에서는 참신한 대책이없었다.따라서 새로 태어날 신정부는 경제각료를 철저한 사전검증을 거쳐임명하되, 일단 임명되면 원칙적으로는 대통령이 임기를 다하는 날까지 임기를 보장해 줘야 한다. 더욱이 신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우리 경제의 체질개선을 위한 구조조정 등 장기성 과제임을 감안할 때 현 김영삼 정부처럼 잦은 경제각료의 교체는 부작용이 더많이 나타날 수 있다는데 유념해야 할 것이다.둘째, 대내적인 경제운용상의 우선순위가 조정돼야 한다. 클린턴대통령은 출범 초기부터 공무원들을 대대적으로 감축하고 공공지출을 줄여나감으로써 공공부문의 생산성을 재고시켰다. 이를 토대로기업들의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한편, 근로자들에게는 해고 등의 고통을 극복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구해 나갔다. 금융시장 개혁도 80년대 중반 이후 과도한 부실채권 문제로 시달리던 금융기관들에 과감한 대손충당금 적립과 대손상각 등 적자결산을 감행하고,인원삭감, 점포통폐합 등을 추진한 결과 금융상품의 효율성을 높여실물부문의 경제성장을 뒷받침했다.반면 김영삼 정부의 경우 경제현안인 고비용 과제는 경기가 좋을때에는 정치논리에 밀려 방치하다가 노동법 개정과 같은 민감한 문제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입을 겨냥하여 날치기로 통과시키다보니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보다는 파업에 따른 생산차질로 경제에 부담만 주는 꼴이 됐다. 금융개혁 문제도 효율성 증대보다는 정치적 외압에 따른 대출로 부실채권이 급증했고, 출범초기에 금융기관중 제일 건실했던 은행이 이제는 파산을 우려할 단계에 놓여 있다.따라서 신정부들어 최우선과제가 될 구조조정 문제는 정부의 조직축소와 생산성 향상을 전제로 민간기업의 구조조정을 유도해 나가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할 것으로 보이는 실업문제 등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금융개혁 문제도 더 이상 정치권이 관여해서는 안되며 부실채권을 우선적으로 처리하여 금융기관들의 건전성 유지와 자율적인 경영여건을마련해 줘야 한다. 이를 토대로 금융기관간의 경쟁을 유도해 나갈때 금융이 실물부문을 효과적으로 뒷받침해 줄 것이다.◆ 통상은 세일즈 외교중심으로셋째, 대외경제정책은 수출과 우리의 국익이 최우선적으로 중시돼야 한다. 클린턴 행정부는 WTO(세계무역기구) 등을 주도해 자국기업들의 수출과 해외시장 개척을 용이하게 하는 한편, 특히 주요국을 대상으로 쌍무차원의 통상압력을 강화하여 국익을 성취하는데주력했다. 물론 여기에는 산업계의 의견이 최대한 존중됐으며, 자국시장의 개방과 관련하여 반드시 관련 산업의 수용요건이 충분히검토된 상황에서 추진됐다.김영삼 정부도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대외경제정책에 주력했다. 출범 초기에는 세계화다, 국제화다 하여 애매모호한 정책이 추진되더니 OECD 가입문제는 국내산업의 수용능력과 국민들의 합의를 구하지 못한 채 많은 저항속에서 추진됐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개방에따른 긍정적인 효과가 극대화되면서 장기 호황국면을 지속시키는주요인이 된 반면 우리는 개방에 따른 부담으로 경상수지적자가 크게 확대됐다.우리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은 점을 감안하면 신정부도 김영삼 정부와 마찬가지로 대외경제정책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특히 수출을지속적으로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우리 경제의 성장과 안정이보장될 것이다. 따라서 클린턴 행정부처럼 수출을 최우선으로 하는대외정책을 추진하되, 이를 위해 대통령이 중심이된 세일즈 총수외교가 뒷받침되어야 하고, 통상정책도 우리의 국익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운영해야 한다. 지금처럼 막연히 우방외교나 WTO 등 다자채널에 기대를 거는 대외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넷째, 개혁을 추진하는 속도와 방법상의 보완이다. 공교롭게도 두행정부 모두가 출범 초기부터 개혁을 추진했다. 물론 급변하는 대외환경과 그동안 유지해온 경제전략의 구조적 문제점이 누적되어개혁을 단행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서 추진된 것으로 보이나,미국은 시장경제의 원리를 바탕으로 경제주체들의 관행이나 행태가존중되는 가운데 추진됐다.김영삼 정부도 출범초기부터 부정부패 척결이다, 금융실명제다, 부동산실명제다 하여 개혁을 요란하게 추진했으나 시장경제원리나 경제주체들의 관행이 무시된 단절의 개혁이었다. 결국 이러한 차이로미국은 경제성장 → 고용창출 → 국민후생증대라는 선순환을 맞고 있는 반면 우리는 경기침체 → 고용불안 → 경제위기라는 악순환을맞고 있다.새로 태어날 신정부도 정치든, 경제든, 사회분야이든 간에 우리나라가 새롭게 태어나도록 개혁과제는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기존의 제도나 국민들의 관행이 무시된 단절의 개혁은많은 저항과 부작용만 노출시켜 실패한다는 사실을 김영삼 정부의뼈아픈 경험을 통해 인식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기존의 관행이존중된 상황에서 개혁을 추진할 경우 효과가 있겠느냐는 의구심을가질 수 있겠으나, 최소한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합의를 구해나가야 한다. 특히 개혁에 따른 불안심리를 불식하기 위해서는 사회시스템의 안정에도 유념해야 할 것이다.결국 이런 점을 중시하여 신정부가 향후 5년간 경제를 운영해 나갈때 현재 클린턴 대통령이 집권 2기를 맞아 장기호황에 따른 과실을향유하듯 우리 경제도 호황국면을 맞을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신정부가 또다른 새로운 대통령을 뽑기 위한 대선을 앞두고 현 김영삼 정부처럼 좌불안석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