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합맞는 고객을 찾아 승부를 걸어라」.최근 목표 고객을 설정, 집중 공략하는 PR대행사들이 늘고 있다. PR시장 중에서도 틈새시장을 노려 「전문화」를 꾀하고 있는 셈. 전문분야로 PR대행사들의 인기를 끌고 있는 대표적인 업종으로는 영화 중소기업 정보통신 등을 꼽을 수 있다. 아직까지 국내에 한개업체씩밖에 없긴 하지만 여행과 미용산업도 PR대행사의 전문분야로부상하고 있다. 업종이 특수하거나 자체 홍보인력을 갖기 힘든 분야가 PR대행사들의 틈새시장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PR대행사란 PR활동을 대신 수행해주는 일종의 서비스업체를 말한다. 국내에는 외국 기업의 진출이 늘어나기 시작한 80년대 중반부터 하나 둘씩 생겨나 현재는 50여개로 늘어났다. 종합 PR대행사가13개, 영화 전문이 20여개, 중소기업 전문이 5개, 정보통신 전문이3개, 그 외 업종을 전문으로 내세우는 PR대행사가 4개 정도로 추정된다. 지난해에 비해 2개 이상 늘어난 숫자다.PR대행사의 숫자가 증가하고 있는 첫번째 이유는 PR의 역할에 대한인식 변화 때문으로 풀이된다. 메리트 커뮤니케이션즈의 정윤영 부장은 『기업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잘 관리하는 것, 즉 PR를 잘하는 것이 무형의 재산이라는 사실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한다. PR에 별다른 필요성을 못 느끼던 중소기업들의 PR대행사 이용이 늘어나면서 중소기업 전문 PR대행사가 최근 급증한 것도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기업의 경영합리화 전략도 PR대행사의 증가에 한몫을 하고 있다.인컴기획의 손용석 사장은 『기업들이 경비 절감 차원에서 PR업무를 아웃소싱(Out-Sourcing:외부조달), PR대행사에 위임하는 경우가늘고 있다』고 말한다. PR 인력을 사내에 따로 두는 것보다 PR대행사의 전문인력에 맡기는 편이 비용 차원에서도 유리하고 업무 효과면에서도 크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PR대행사, 업종 전문화로 틈새시장 공략전문 PR대행사의 등장은 PR대행사의 역할 증가에 따른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기존의 PR대행사가 주로 외국 기업을 대상으로 모든업종을 다 포괄했던데 비해 최근 신설되는 PR대행사들은 업종을 전문화, PR시장의 틈새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올 1월에 생긴 패션 미용산업 전문 PR대행사인 시소 커뮤니케이션즈의 김기욱 사장은 『지금까지는 국내 대부분의 PR대행사들이 업종을 가리지 않고PR라면 모두 담당해 전문성이 부족했던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전문 PR대행사의 등장에 맞서 기존 종합 PR대행사들은 회사 내에업종별로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한편 전문 PR대행사들이 쉽게 수행하기 어려운 고부가가치 업무로 눈을 돌리고 있다. 메리트커뮤니케이션즈나 에델만코리아 커뮤니케이션코리아 KPR 등 규모가 큰 종합PR대행사의 경우 사내에 전문 팀을 구성하는 한편 새로운 PR노하우를 개발함으로써 전문 PR대행사들의 도전에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메리트 커뮤니케이션즈는 정보통신팀을 따로 운영하고 있으며 금융부문의 경우도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국내 유일의 외국 PR대행사 국내법인인 에델만코리아의 경우 단순한 대언론 홍보보다는 쟁점관리나 위기관리, PR업무 시스템 구축,위기관리, 인터넷과 PC통신 등을 통한 쌍방향(Interactive) 마케팅등 고난도 PR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언론을 상대로한 단순 홍보대행의 차원을 넘어서 PR컨설팅회사를 지향하고 있는 셈이다.국내 PR산업이 발전할수록 PR대행업의 전문화 경향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에델만 코리아의 이태하 사장은 『미국의 경우PR대행업이 전문분야별로 세분화돼 있다』며 『은행과 단자회사 등금융기관의 시스템이 다운됐을 때 이 위기를 관리해주는 전문 PR대행사까지 활동하고 있을 정도』라고 소개했다. 이사장은 또 『PR산업의 세분화와 함께 종합 PR대행사들은 위기관리나 이슈관리 등 PR를 컨설팅 차원에서 접근하는 고부가가치 업무를 개발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50여개 PR대행사 연 매출액 2백억원선PR대행사의 전문화와 업무의 고도화가 진전되면서 업계의 가장 큰문제점으로 등장한 것이 전문 인력의 부족이다. PR업무에 대한 노하우와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을 함께 갖춘 인력이 부족해 PR산업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외국 기업의 경우 국내사정에 어두운 탓에 PR대행사를 찾기는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PR대행사에 맡길 업무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물론 자체 홍보인력을 갖추지 못한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PR대행사 이용은 늘고 있지만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의 경우 언론홍보는 자체 홍보실에서, PR 컨설팅은 세계적인 외국 PR대행사를 통해 해결하고 있다.메리트 커뮤니케이션즈의 정윤영부장은 『국내 기업에 새로운 PR노하우를 소개하고 컨설팅을 해줄만한 전문가 양성이 시급하다』며『미국의 경우 PR전문가들이 경영 컨설턴트나 변호사와 같은 취급을 받는데 국내에서는 아직 그 정도의 전문가를 찾기가 힘들다』고밝혔다.현재 국내 50여개 PR대행사의 매출액을 모두 합한 PR시장의 규모는대략 2백여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메리트 커뮤니케이션즈와 커뮤니케이션코리아가 각각 매년 30억원이상씩의 매출액을 올리며 업계수위를 달리고 있고 KPR이 15억원, 에델만코리아가 8억원 정도의매출액을 기록하고 있다. 링크인터내셔널과 인컴기획 등 정보통신전문 PR대행사는 정보통신 한 분야만으로도 일년 매출액이 30억원이 넘어 이들 종합 PR대행사를 따라잡고 있다. 나머지 업체들은 연간 3억∼6억원 정도의 매출액을 올리고 있다.광고대행사인 코래드의 박종선 PR본부 부국장은 『PR대행사들의 매출액에 광고대행사들의 PR부서 매출액을 합하면 국내 PR시장 규모는 대략 1천억∼1천1백억원 가량 될 것』이라고 말했다. 2년전 6백억원에 비하면 비약적으로 성장한 셈이다. 박부국장은 『국내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PR가 필수적』이라며 『PR의 위상을 높이고 전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업계 차원의 단합된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