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금융위기 이후 현재 전세계적으로 겪고 있는 주가 대폭락사태에 따라 일부 성급한 비관론자들은 조만간 금융공황이 밀어닥쳐 세계경제는 일대 대공황을 겪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그 중에서도 특히 우리나라는 정치적 불안정, 긴장된 남북관계, 급속한 개방화라는 특수요인까지 겹쳐 혹독한 시련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연일 환율이 상승제한폭까지 급등하는가 하면, 외국투자가들의 자금이 이탈되면서 주가가 대폭락하고 있다.그러면 최근에 겪고 있는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우리 경제가 다시한번 도약할 수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가능성은 시간이지나면 지날수록 적어 보이기 때문에 걱정이 앞선다. 여기서는 우리 경제가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하는차원에서 앞으로 닥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본다.첫째, 최근에 형성되고 있는 대외환경이 심상치 않다. 현재 국제간자금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투기자금이 실물경제의 성장속도보다 빠르게 증가함에 따라 전세계적인 자산의 거품화 현상을 초래했고,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이후 우리나라를 비롯한 개도국들의 국제수지적자가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자산의 거품화 정도가 해소되고, 개도국의 국제수지문제가 해결되지 않는한 금융위기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고보아야 할 것이다.둘째, 대내 정치적인 문제이다. 사실 이번에 우리가 금융위기를 겪게 된 것은 어떻게 보면 정치적인 요인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가뜩이나 정경유착과 부패문제가 마치 한국경제의 표상인양 인식된상태에서 금년들어 한보, 기아그룹이 정치적인 이유로 쓰러졌고,이 문제 처리에 있어서도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함에 따라 이번 금융위기의 단초를 제공한 것이다. 물론 부패방지를 위한 국제규범이정립된다든가 기업 스스로의 자각으로 많은 개선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나, 현재 우리 경제의 여건상 정치적인 문제에 따른 금융위기 악화가능성은 여전히 높다.셋째, 우리 경제가 가까운 시일내에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물론 그동안 원화 가치하락에 따라 수출이 다소 늘어나고 있으나, 「고비용-저효율」등 이미 고전이 되어 버린 현안들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금년에 겪은 금융위기로 추가적으로 경기가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과거 금융위기를 겪은 국가들이 위기후성장률이 0.8% 포인트 떨어지고 소비자물가가 5% 포인트 이상 상승된 점을 감안하면 내년에 우리 경제는 더욱 침체될 가능성이 없지않다.◆ 정책당국의 위기극복 능력도 한계넷째, 정책당국의 위기극복 능력상의 한계이다.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최근에 우리 경제가 이렇게 된 데에는 정책당국의 낙관적인 현실진단과 안이한 정책대응, 시장원리 운운하는 경제운용능력의 부족, 스스도 파놓은 함정에 빠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방관자적 태도 등에 큰 문제가 있다. 이 상황에서 아무리 좋은 정책을 발표한다 하더라도 정부가 기대하는 정책효과는 공염불에 불과하다.마지막으로 대내외 투자가들의 투자심리가 안정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본래 투자가들의 심리상 한번 실망을 느끼면 그곳에 다시 관심을 갖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과거의 상념들이 괴롭히는 데다,전세계적으로 새로운 상품들의 개발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매력적인대체투자수단들이 생겨나기 때문이다.따라서 우리 경제에 대해 실망을 느끼고 떠나는 외국투자가들이 우리나라에 다시 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주가 대폭락 사태이후 자본유입이 빠른 미국과 유럽채권시장이라는 커다란 대체투자수단이 형성되고 있는 것도 상당기간 동안 장애가 될 소지가 있다.결국 앞서 지적한 대내외 요인을 감안할 때 현재 우리 경제가 겪고있는 금융위가가 단시일내에 쉽게 개선될 것으로 접근하는 정책당국, 기업, 투자가들의 시각은 경계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