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주가는 내리는가? 싸게라도 팔려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주식시장을 예측하려면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투자 패턴에 영향력을 미치는 세 그룹 - 외국인, 국내 기관투자가, 일반 개인투자자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를 관찰해야 한다.최근 우리나라 주식가격의 폭락과 외국인 순매도는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환율 절하 때문에 외국인이 한국 증시를 떠난다는게 일반적 견해다. 그러나 10월30일 이후 정부의 강력한 외환시장 개입으로 환율이 9백50원대에서 안정을 유지하는 가운데서도 외국인 순매도는 지속되고 있다. 단순히 「환율 안정 = 외국인 매도세 진정」의 공식이 성립하는게 아니라는 뜻이다. 외국인의 순매수 또는 순매도 행동패턴을 이해하려면 외국인의 투자 방법을 이해하는 것이필요하다. 외국인 투자가는 모두가 기관투자가며 프로페셔널 투자집단이다. 이들은 전 세계 포트폴리오를 운영하면서 한국 시장만을찍어서 투자하는 법은 절대로 없다. 아시아 지역에 대한 투자 한도를 먼저 정하고, 그 범위 내에서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비중을 정한다. 가장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지표가 모건 스탠리 세계지수(MSCI)다. 이들이 아시아에 대한 투자비율을 줄이기로 결정한다면 한국시장은 환율 안정이나 경상수지 개선 등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순매도를 담보하게 될 것이다.◆ 국내 기관투자가 향방도 중요특히 뉴욕 증시가 2년 넘게 상승을 계속하면서 내부 스트레스가 한계에 도달한 상태에서 홍콩 증시 폭락 같은 외부 충격에도 심하게흔들리는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포트폴리오에서 미국및 유럽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주력 시장이 흔들리는 상황에서는 아시아 시장에 신경을 분산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특히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운영하면서 미국이나 유럽시장에서 이익을 실현하면서 재고 처리 개념으로 그동안 손실을 기록한 아시아 주식 시장의 비중을 떨어낼 가능성도 있다. 아예 주식의 비중을 줄이고 선진국 채권시장 쪽으로 움직이는경향을 보인다면 한국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는 환율 안정에도 불구하고 순매도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환율이나 경상수지와함께 MSCI같은 대표적 외국인 포트폴리오에서 아시아 지역 투자비중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절대로 필요하다.여기에 또 한가지 변수는 국내 기관투자가이다. 기관투자가는 96년말 현재 은행 4조9천억, 보험 4조2천억, 증권 1조1백억, 투신 8천억 등 모두 11조에 육박하는 주식 평가손을 안고 있다. 올해 들어서 주가가 20% 정도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지금쯤은 주식 평가손이13조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이들이 순매수 결의를 하고정부가 이를 압박하는 것이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정부가 이들의 평가손을 특별 회계처리하도록 특단의 조치를 취하면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고객의 돈을 어떤 식으로든 굴려야만 하는 기관투자가 입장에선 주식말고 별달리 투자할만한 대상을 찾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투자 행동이 실제로 나타날지를 미리 알려주는 것은 금융기관 사장단의 주식매입 결의가 아니다. 은행 또는 보험회사를 비롯한 기관투자가의 현·예금 비중을면밀히 관찰해야 징조를 알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주식시장의 대세흐름은 기관투자가의 참여 정도를 보고 저울질할 일이다. 결국 주가가 언제 그만 떨어질지는 이들 기관투자가의 참여 정도를 보면가름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경제 펀더맨털이 뒷받침된다는 가정하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