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샐러리맨들이 봉급을 탈 때마다 세금을 여지없이 떼어내는 현실을 빗대어 「유리알 봉투」라고 한다면 세무행정이 공평하다고 세계적으로 평가받는 뉴질랜드에서는 「유리알 행정」이라는 정반대의 개념이 통용되고 있다. 이는 세무당국이 납세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손바닥 보듯이 들여다 볼수 있을 뿐 아니라 반대로납세자들도 세무공무원의 행동을 빤히 지켜 볼수 있기 때문에 부정이나 「봐주기행정」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이같은 배경에는 우선 뉴질랜드의 세무서에는 「담당」이라는 말이없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마치 우리가 은행창구에서 예금을 할 때창구 앞에 앉아있는 어느 누구에게나 가서 예금을 할수 있듯이 뉴질랜드에서는 납세자가 어느 지역의 세무서나 어떤 세무공무원과도세무행정을 처리할 수 있도록 모든 시스템이 전산화되어 있고 세무행정이 정형화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담당공무원이 「눈감아주기 식」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 어떤 사람이 키보드를 두들겨자신이 처리한 일을 들여다 볼지 알수 없기 때문이다. 은행에서 우리가 한 예금이 잘못 처리되었다면 어느 곳에서나 문제점이 파악되고 수정이 가능한 것처럼 뉴질랜드의 세무행정은 은행시스템처럼운영되고 있는 것이다.이에 따라 세무공무원들은 원칙에 입각해 자신들의 업무를 공평정당하게 처리하고 있다. 반면 납세자 입장에서도 세금을 떼어먹거나 세무공무원을 「구워 삶는다」는 의식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물론 서구식의 합리적인 사고방식으로 절세하려는 노력은 그 어느나라 사람들보다도 강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법을 어기면서까지 세금을 내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보편적인 사고방식들이 아니기때문이다.◆ 지하경제·개인간 돈거래 전무이런 배경으로 뉴질랜드에서는 영세업자건 개인이건 모두 세무에관련된 사항들을 자진 신고하도록 되어 있다. 일년 소득이 한 푼없다고 신고해도 그대로 믿어주고 이에 따른 실업수당 자녀양육수당 학생수당등 각종 복지혜택을 준다. 그러다가 만일 신고사실이허위로 드러날 경우 허위신고자에게 내려지는 불이익은 엄청나다.작은 것을 탐하다가 큰 것을 잃어버리는 우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는 생각으로 납세자들은 소득을 정직하게 신고하는편이고 공무원들도 신고금액들을 그대로 믿어 준다. 돈을 벌면 세금을 내고 불의의 사고나 급작스러운 환경의 변화로 돈을 벌지 못할 경우 국가가 다른 사람들이 낸 세금으로 자신을 도와주는 사례를 직접 경험하고 나면 평상시에 제대로 세금을 내야한다는 논리에크게 반기를 들지 않는 것이다.또한 뉴질랜드에서는 현금거래보다는 전자화폐로 일컬어지는 EFTPOS와 수표의 사용비율이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소득이 거의 노출될 뿐 아니라 지하경제나 개인간의 돈거래 등이 거의 전무하다보니 탈세가 조장될 수 있는 바탕이 적은 것도 깨끗한 세무행정을 구현할 수 있는 길이 되고 있다.이밖에도 이 나라의 정치가 안정돼 있다 보니 정권을 잡은 계층들이 「돈을 해먹을 이유」가 없다는 점도 청렴한 공직사회를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 윗물이 맑으니 아랫물도 맑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또 한편으로는 보통시민들에 퍼져 있는 투철한 고발정신도 탈법이나 불법보다는 준법정신을 강조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이같은 배경으로 사업거래에서 누군가가 탈세를 한 것으로 밝혀지면 어디에선가 고발이 들어오는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식사고방식으로는 웬만큼 법을 어기는 것을 행정당국에 일일이 알렸다가는 오히려 고발자가 고자질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배경과 전혀 다른 것이다. 물론 이 나라에도 간혹 탈세를 하다 적발되기도 하지만 그러한 경우들이 매스컴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사례가 극히 적은 것을 보아도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세무행정에서투명성이 보장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부패한 세무공무원」이라는 용어자체를 써본 일이 없다는 뉴질랜드국민들은 그래서 세금에 부담을 느낀다고 투덜대면서도 과세의공평성에서는 대부분 고개를 끄떡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