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 살고있는 35세의 샐러리맨 사라리이 토리오씨. 「 웨이크업(Wake up) 」을 외쳐대는 자명종 소리에 간신히 눈을 떴다. 아침 7시 정각이었다. 어젯밤 퇴근길에 동료들과 회사앞 이자카야(한국식선술집)에서 먹은 술이 제대로 깨지않은 상황에서 토스트 한쪽과커피한잔을 후다닥 해치우고 출근길에 나섰다.지하철역에 있는 편의점인 키오스크에서 조간신문과 담배한갑을 샀다. 콩나물시루같은 지하철이었지만 평소 실력을 발휘, 신문을 대충 훑터봤다. 9시 일을 시작하고 조금 지났을 무렵 월급명세서가전달됐다. 월급날까지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것이 왠지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그래서 회사앞 일식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런 다음몇달째 벼르고 별렀던 옷 한벌을 장만했다. 퇴근길에 고객들을 접대하기 위해 간부들을 모시고 클럽에 들렀다. 월급날 밤늦게 그냥집에 들어가기가 웬지 미안했다. 스시(초밥)집에 들러 가족들에게줄 선물을 샀다. 밤11시가 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사라리이씨는 이렇게해서 오늘 하루를 때웠다.지난10년동안 계속돼온 사라리이씨의 지극히 평범한 하루일과에서도 끊임없이 따라붙어다니는게 한가지 있다. 바로 움직이는 세금이다. 움직이는 순간순간마다 국가에 돈을 바치고 있는 것이다.사라리이씨는 하룻동안 어떤 세금을 물었는가. 키오스크에서 담배를 사면서 담배세를 물었다. 이달분 월급에서 소득세 주민세 사회보험료를 원천징수당했다.지급총액은 기본급 28만엔에 직무수당 3만엔, 통근수당 1만5천2백20엔을 합쳐 32만5천2백50엔, 여기서 고용보험 1천2백48엔, 건강보험 1만3천1백20엔, 후생연금 2만7천7백60엔등 사회보험료 4만2천1백28엔을 우선 떼였다. 소득세 1만4천60엔과 주민세 1만엔을 합쳐2만4천60엔의 세금을 냈다. 그결과 손에 쥔 월급은 25만9천62엔에불과했다. 월급 가운데 손에 쥐어보지도 못한채 사라져 버린 돈이20%를 넘어선 것이다.점심을 먹고도 세금을 냈다. 8백엔짜리 정식을 먹고 40엔의 소비세를 물었다. 올 4월1일부터 3%에서 5%로 2%포인트가 인상됐기 때문이다. 옷을 사고도 소비세를 물기는 마찬가지였다. 5만원짜리였지만 실제 지불한 돈은 소비세 5%를 더한 5만2천5백원이었다.◆ 붐비는 야채가게엔 영수증 없어클럽에서 손님을 접대하면서는 이보다 더많은 세금을 냈다. 술값(7만엔)과 서비스료(10%)를 합친 7만7천엔의 5%(3천8백50엔)를 소비세로 낸 것외에 특별지방소비세 2천3백10엔(3%)까지 냈다.7만엔어치의 술을 먹고 8만3천1백60엔을 지불했다.물론 이 돈은 자신이 내는 것은 아니다. 회사가 영수증 처리를 해주기 때문이다.밤늦게 집에 들어가면서 산 1천5백엔짜리 스시에도 소비세가 포함됐음은 물론이다.스시가게에서 계산을 쉽게 하기 위해 아예 소비세75엔(5%)을 포함한 가격으로 팔았다는 얘기이다.사라리이씨는 가게 경영자나 프리랜서 등 개인사업자와 비교하면울컥 화가 치민다. 개인사업자들은 소득세부과의 근거가 되는 소득신고를 스스로 한다. 교통비, 접대교제비, 자택의 사무실겸용 비용, 자산이나 비품구입비 등을 필요경비로 인정받을 수 있다. 책상이나 워드프로세서 등 20만엔 미만의 비품은 소모품비로, 데스크톱컴퓨터 등 20만엔 이상 비품은 감가상각자산으로 각각 계상할 수있다. 수입에서 필요경비를 빼고 남는 돈이 없을 때는 물론 세금도내지 않는다. 동네 야채가게를 생각하면 국세행정에 대한 믿음이싹 가신다. 매일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비는 야채가게로부터아직껏 영수증 한번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일본의 국세청이 가장 만만하게 다루고 있는 대상은 샐러리맨임에틀림없다. 그래서 일본에서도 샐러리맨은 봉으로 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