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쉽고 빨리 배우기로는 가정교사 이상 가는 방법이 없다.늘 옆에 두고 물어봐 익히는 것이다. 아이들이 컴퓨터를 잘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컴퓨터를 잘하는 동료가 항상 주변에 대기하고있다는데 있다.LG전자의 컴맹 임원에게는 사내 「컴퓨터 헬퍼」가 있다. 아무에게나 물어보는게 아니라 아예 누구에게는 누구 식으로 전담제로 운영된다. PC 사용방법에서부터 인터넷, E-메일, 네트워크를 통한 학습, 사무자동화 도구 활용방법 등에 이르기까지 거의 훈련에 가까운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컴퓨터 학습의 왕도」를 충실히 따르고 있는 셈이다. 어떻게 보면 단순하고 별 것 아닌 아이디어라고 할수도 있겠지만 LG전자가 기업 정보화순위조사에서 영예의1위를 차지하게 된 한 배경이라고 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LG전자에서는 과장 승진 때부터 정보화 수준을 평가한다. 평가 과목은 IT(Information Technology·정보기술) 개념과 윈도 95, E-메일 시스템의 필기, 엑셀 7.0과 파워포인트 7.0의 실기 시험 등 모두 5과목이다. 정보화 수준이 진급 심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LG전자가 이처럼 전 임직원에게 PC를 알도록 한 것은, 현재 부분시행중이거나 곧 완료될 IT 시스템 아래에서는 모든 임직원이 컴퓨터로 업무를 봐야하는 앤드유저 컴퓨팅(End-user Computing·최종사용자)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LG전자가 정보시스템을 구축하기로 결정한 것은 지난 95년 5월. 종래에도 단순 업무나 업무 절차의 측면에서 자동화가 이뤄지지 않은것은 아니었으나 전체적인 측면에서는 많은 문제점과 비효율을 지니고 있었다. 대부분의 국내기업들이 안고 있는 문제, 즉 표준화되지 않은 고객정보, 고객 욕구와 상품 개발 부서간의 불일치, 해외주문시의 결품 및 고객불만족 현상, 영업과 생산 회계 등 부서간의의사전달 체계 미흡 등을 LG전자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컴맹 임원엔 전담 ‘컴퓨터 헬퍼’ 운영이에 따라 LG전자의 CEO와 CIO는 업무 전반에 걸친 일대 혁신이 필요하다고 보고 「WIN 프로젝트」라는 이름 아래 IT 마스터 플랜을수립, 이들 문제점의 해결에 나섰다. 추진 방향은 글로벌 네트워크구축, 비즈니스 프로세스 혁신, 매니지먼트의 변화 등 크게 3부분으로 구분, 추진하기로 했다.우선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의 필요성. 해외법인 60개, 해외지사 50개 등 모두 1백10개소의 해외 네트워크를 두고 있는 LG전자는 무엇보다 통신 인프라 구축과 업무 프로세스의 표준화가 시급했다. IBM, NCR, SUN 등 각 지사마다 사용 시스템이 다르다보니 호환이 안됐을 것은 당연했고 이를 하나의 양식으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시간과 인력이 비효율적으로 투입되어야 했다. LG는 따라서 사내 E-메일을 구축하면서 동시에 해외 지사·법인까지 연결될 수 있는 인트라넷을 완벽하게 깔았다. 「WinDAMOA」라고 명명된 이 인트라넷은지난 96년 완료돼 지금 LG에서는 번호를 누르지 않고도 바로 해외지사와 연결된다. 또 네트워크와 하드웨어, O/S 등도 모두 표준화됐음은 물론이다.비즈니스 프로세스 혁신 부분은 영업(Order Fulfillment), 생산(Supply Chain Management), 회계(Financial Manage-ment), 고객(Customer Management), 연구 및 개발(Product Development) 등 5개 핵심 프로세스에 대해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이에 덧붙여협력업체와 대리점 관리, 수출/수입 시스템 등에까지 일괄 혁신시스템을 도입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LG측은 프로세스를 혁신하는데에는 시행착오가 수반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일단 특정 사업장을 대상으로 시험가동한 뒤 단계별로 전사업장에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고객부문은 지난 7월 시행되기 시작했으며 회계는 내년 1월,영업과 생산 R&D 부문은 각각 99년 상반기에 완료, 가동될 예정이다.이들 프로세스 혁신이 실제 가동되면 상당한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LG측은 기대하고 있다. 현재 운영중인 고객관리 시스템을 한 예로들어보자.가령 1백만원대 가전 제품에 대한 구매계층을 찾기 위해 고객 서비스(A/S) 부문, 영업 부문, 팩토링(할부금융), LG카드가 갖고 있는고객을 대상으로 일정한 조건을 주입, 검색한다. 즉 자사 제품에호의를 갖고 있고, 일정 수준의 소득과 할부금융 이용실적이 있으며, 서울 강남에 살고 있다는 등의 조건을 입력한다. 이 조건을 충족시키는 고객 명단이 나오면 이들을 대상으로 상품 카탈로그를 발송, 구매를 권유하게 되는 것이다.그러나 이러한 작업이 가능하려면 각 부문이 갖고 있는 시스템이호환체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출력물을 일일이 대조하고 동일인을 제외하는 등의 원시적 수작업을 거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오라클 ERP채택, 영업 생산 회계 관리아직 시스템 구축 단계에 있는 다른 부문도 마찬가지다. 영업 부문의 프로세스 혁신 같은 경우 신속한 주문 처리, 효율적 판매 예측,생산 원자재가 국내에 편중되었던 현상의 시정, 결품률 극소화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회계시스템은 현금 흐름을 리얼타임으로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종래 한달 가까이 소요되던 연말 결산도 하루나 이틀이면 완료할 수 있다. R&D 부문 또한 마찬가지다. 가령수정된 설계도면을 외국 공장에 전송할 때(LG의 외국공장에는 R&D기능이 없다) 종래에는 팩스 등의 수단을 쓸 수밖에 없어 각종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으나 앞으로는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한다.LG는 영업과 생산, 회계부문의 시스템으로는 패키지 프로그램인 오라클사의 ERP(전사적 지원관리)애플리케이션을 채택했다. 가격은자체 개발하는 것보다 비싸지만 전사 통합이 쉽고 유지관리비용이상대적으로 적으며 업그레이드가 용이하다는 등의 장점이 있다.특히 외국 ERP에는 선진 기업 비즈니스의 노하우가 용해되어 있다는 사실도 결코 간과할 수 없다는게 LG전자측의 설명이다.이같은 IT 구축을 위해 LG가 투자하는 금액은 1천3백억원에 이른다. 비용을 제외한 순수투자액만 7백억~8백억원. 전체 매출액 대비1.5% 수준으로서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도 중상위권에 속하는비율이다. 또한 IT를 위한 마스터 플랜을 기획한 시점도 국내기업가운데에서는 상당히 앞선 것이라고 IT 기획팀의 박계현 수석부장은 설명했다.LG전자가 정보화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게된 또 하나의 배경으로는CEO(구자홍 사장)가 IT의 중요성에 대해 이해를 하고CIO(정병철 부사장·CFO 겸임)에 전폭적인 지원을 한 것을 들수 있다. 구사장은평소 경영혁신의 모범으로 알려진 GE나 오라클의 최고 경영자들과자주 만남을 갖고 이 방면에 대해 깊은 의견 교환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임원회의나 조회 때마다 IT가 잘된 기업의 사례를전하는 등 IT마인드 확립을 강조했다고 한다.LG전자에서는 1백50여명에 이르는 임원들 전원이 출근하자마자 전원을 올려 E-메일을 확인하고 웬만한 사안은 모두 PC 게시판을 통해 주고 받는다. 심지어 사원이 익명으로 임원에게 글을 올릴 수도있다. 박수석부장은 『LG에서는 요즘 팩시밀리가 할 일이 없다』며『멀티미디어가 완전 궤도에 올라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책상 위의 개인용컴퓨터(PC)로 업무결재는 물론 원격영상회의를 하고 CNN 등 세계 각국의 방송을 마음대로 볼수 있는 사무실. 컴퓨터가 사무실 안과 밖의 밝기를 균일하게 조절해 주고 햇빛의 변화에따라 커튼이 자동으로 여닫히는 건물.서울 삼성동에 있는 포스코센터를 한번이라도 방문해본 사람이라면최첨단 인텔리전트 빌딩(IBS)의 진수를 경험할 수 있다. 그래서 지난 95년7월 준공된 이 빌딩이야말로 포철의 정보화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으로 통한다. 포철 정보화의 알파에서부터 오메가까지라고도 할수 있다.이 포스코센터는 포철의 사무관리부문 혁신 프로젝트인 전략정보시스템(SIS)구축이란 커다란 틀안에서 건설됐다. 「하이 스피드(HI SPEED)」로 이름 붙여진 이 프로젝트는 △업무프로세스의 슬림화 △시스템 표준화를 통한 정보공유체제 확립이 기본 골격. 이러한 계획 추진은 세계 2위의 철강 생산규모를 자랑하는 거대한 포철을 굴러가게 하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그 밑바닥엔 경쟁력 향상과 고객서비스 극대화라는 가치가 깔려 있다. 공기업적 성격의철강회사이면서도 국내 어느 회사보다 무서운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포철의 숨은 비결이기도 하다.◆ 1인 1PC, 종이 없이 일 처리포철 정보화의 산실인 포스코센터는 크게 두갈래로 나눠 설명할 수있다. 사무자동화(OA)와 사내 정보통신(TC)이 그 것. 포스코센터는여기에 빌딩자동화(BA)의 개념을 덧붙인 3세대 인텔리전트 빌딩으로 잘 알려져 있다.우선 사무자동화. 포철은 포스코센터의 사무자동화를 위해 마이포스(MIPOS)라는 자체 시스템을 개발했다. 직원 한사람당 한 대씩 지급된 펜티엄급 PC에 깔린 멀티미디어 기능의 소프트웨어인 MIPOS를통해 포철의 업무 OA화는 60% 이상으로 높아졌다. 실제로 직원들이구매 생산 판매 재무 인사 관리 등 대부분의 업무를 MIPOS로 처리한다. 문서를 작성하고 보관하며 전자결재를 하고 팩스송신도 자유롭게 할수 있다. 계열회사간이나 부서 개인간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밖에 포항공대나 포스코경영연구소에 있는 각종 자료와 도서 등을 검색해 업무에 그때 그때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그래서 포스코센터에선 종이 없이도 일을 할수 있다.그 다음은 정보통신 부문. 포철의 경우 사내 근거리통신망(LAN)을기본으로 서울 포항 및 광양제철소와 해외 지사간 원격영상회의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특히 포스코센터의 전자교환기 시스템은 디지털 전화기를 통한 개인별 음성사서함(1인 1사서함) 서비스를 제공해 개인의 업무활동 범위를 극대화시켜주고 있다. 또 부장급 이상간부들의 PC엔 영상전화시설이 갖춰져 있어 수시로 포항 및 광양제철소 현지와 영상회의가 가능토록 돼 있다. 여기에 외부에서 근무중인 임직원이 개인 휴대용 PC를 이용해 사내 LAN망에 접속, 사내의 각종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원격 LAN도 구축돼 있다.이밖에 국내 유선방송은 물론 CNN NHK 등 외국의 위성채널 프로그램과 사내에서 제작된 뉴스 교양 어학프로그램 등을 개인 PC에 직접 제공하고 있는 것도 포철의 자랑이다.최근엔 이같은 사내 정보망을 고객사에까지 확대한 전자문서거래(EDI)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통해 고객사의 주문과 결제등 그동안팩스나 우편으로 처리하던 업무를 전자화해 업무속도를 크게 향상시켰다.포철의 정보화 체계 구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오는 2000년대본격적인 글로벌 경영환경에 대비해 인터넷을 이용한 전자문서 거래 확대를 통해 고객만족 경영수준을 한단계 높인다는 계획이다.이를 위한 1단계 작업은 이미 지난 9월 시작됐으며 오는 2002년까지 설비 정비부문과 계열사의 엔지니어링 에너지 부문에도 확대 적용한다는 방침이다.또 해외 현지경영에 필요한 자원 및 관리시스템을 2000년까지 19개국 52개 지역으로 확대 연결해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 철강기업으로서의 위상을 정립한다는게 포철의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