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굴지의 대기업인 L사에 근무하는 김정규과장은 해마다 이맘때면 가슴이 설렌다. 곧 하얀 설원을 씽씽 달릴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김과장이 스키장을 처음 찾은 것은 2년전. 중학교 입학을 앞둔 아들이 스키장에 가보자고 보채면서 온 가족이 처음으로 스키장을 찾았다. 래프팅 산악자전거타기(MTB) 등산 수영 등 계절마다 다양한 레저와 여행을 즐기는 김과장가족이었으나 겨울만큼은 추위와야외레저의 부족으로 잔뜩 웅크려 지내야 했다. 간간이 스케이트장을 찾는 게 유일한 가족레포츠였다.그러나 스키를 타면서 이제는 겨울이 가장 기다려지는 철이 됐다.얼마 전에는 가족들의 스키장비와 스키복도 할인매장에서 마련했다.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 하얀 눈밭을 미끄러져 내려올 때의 쾌감이 최고』라는 게 스키의 매력에 흠뻑 빠진 김과장의 말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스키장이 실내수영장 눈썰매장 등 다양한 레포츠시설을 갖추고 있어 한번에 여러 가지를 즐길 수 있는 가족레포츠로스키가 최고라고 김과장은 「스키예찬」을 편다.김과장처럼 겨울만 되면 스키장을 찾는 인구가 급속히 늘고 있다.스키인구를 설명하는 한 지표로 인용되는 리프트탑승객은 89년 이후 매년 두자리수 이상의 증가율을 보였으며 지난해만도 3백60만명이상이 스키장을 찾아 리프트를 이용했다.◆ 겨울 대중스포츠로 정착 …‘특소세’ 걸림돌한때 「귀족스포츠」라는 말을 들었던 스키가 겨울철 최고의 대중레포츠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스키장을 한번도 찾지 않은 사람을 가리키는 「스키맹」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돌 정도다. 올해도 12개 스키장의 리프트탑승객은 4백만명에 육박하거나 넘어설 것으로 관련업계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한국스키장사업협회(회장 석두성)의 민병렬대리는 『리프트탑승객은 한번 이상 사용한 사람들까지 모두 포함된 숫자라 정확한 스키인구를 계산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지만 적어도 1백5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겨울철에 스키를 레포츠로 즐기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말했다.스키가 소비성향이 높은 10∼3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겨울철 최고의 스포츠로 자리잡으면서 각 기업들도 스키장건설에 속속 나서고있다. 지난 75년 용평스키장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이후 지금까지 개장한 스키장은 모두 12개. 10년 이내에 20여개의 스키장이 더 생길 예정이다.스키대중화에 맞물려 스키관련시장도 덩달아 급팽창하고 있다. 『스키장비 및 용품시장의 규모만도 2천억원대로 해마다 적어도 10%정도씩 성장하고 있다』는 게 국내최대의 스키장비·용품유통업체인 (주)대선 이양종기획실장의 말이다. 이를 확인하듯 백화점이나할인점의 할인행사 때마다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그러나 스키대중화의 발목을 잡는 덫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리프트사용료와 고가의 스키장비·용품. 지난해에 4인가족이 1박2일코스로 스키장을 다녀올 경우 숙식비 렌탈비 리프트비 등 모든 비용을 합치면 60만원 이상이 든다는 말이 나오면서스키대중화의 걸림돌로 비싼 비용이 지적되기도 했다. (주)대선의이양종기획실장은 『비싸다고 생각되는 것은 스키장비와 리프트사용료에 붙는 8∼16%의 특소세 때문이며 특소세문제만 해결되면 비용이 낮아져 더 많은 사람들이 스키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광휘닉스파크의 사업본부장 백운태전무도 『스키장 이용에특소세를 포함한 30.5%의 높은 세금이 스키 대중화를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