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여파로 기업부도가 연이어 터지면서 한국경제가 한꺼번에무너지지 않느냐는 회의가 감돌던 지난 9월 국내제약업계에서 한줄기 희망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한미약품공업이 선진국에 고액을 받고 제약기술을 수출하기로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이었다. 이전에도국내기업이 해외에 기술을 수출한 적은 있으나 수출대상국이 대부분 개발도상국이거나 그 기술료가 매우 적었다. 그러나 이번 한미약품의 기술수출은 대상이 제약산업이 가장 발달했다는 스위스기업인데다 기술료가 엄청나 불황에 허덕이는 기업들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다.한미약품이 수출한 기술은 지난 2년 동안 독자적으로 연구개발한「마이크로 에멀전」 제제기술. 면역억제제 생산에 꼭 필요한 핵심기술이다. 이 기술을 제약업계 세계 1, 2위를 다투는 스위스 노바티스사에 넘긴 것이다. 기술이전 조건은 계약금 1천1백만달러와 함께 내년부터 20년간 매년 매출액의 15%를 기술료로 받는 것. 지난4월에도 노바티스사에 동일한 기술의 해외판매권을 이전하는 대가로 계약금 3백만달러와 내년부터 10년간 모두 6천3백만달러의 기술료를 받기로 계약을 맺었다. 한개의 기술로 연간 1백억원 이상의순수익을 올리게 된 셈이다. 제약업계의 평균 매출마진이 3~4%인점을 감안할 때 엄청난 수입이 아닐 수 없다. 반면 이 기술개발에투자한 돈은 20억원 정도.◆ 전직원 10% 연구요원화한미약품은 이번 기술수출에 힘입어 올해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이확실하다. 올해 매출액은 작년의 8백8억4천만원보다 25% 증가한 1천15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경상이익은 원가가 없는 기술료의 수입으로 작년보다 무려 3백% 이상 늘어나 1백5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불황에 허덕이는 다른 제약업체의 경영실적과는 대조적이다.한미약품은 이전에도 기술을 해외에 수출한 경험을 갖고 있다. 지난 85년 세계 세번째로 합성에 성공한 「세포탁심」을 업계 최초로동구권에 수출하였으며, 89년에는 「세프트리악손」 제법기술을 6백만달러에 스위스 로슈사에 수출하기도 했다. 연구개발에 대한 수익효과가 매우 크다는 사실을 일찍이 인식하고 있었다고 할수 있다.한미약품의 이같은 기술수출은 연구개발에 대한 열성이 남다르기때문에 가능했다. 전임직원이 국내 제약산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연구개발만이 유일한 돌파구로 여기고있다. 연구개발비로 매출액의 5%선을 유지하는 동시에 전직원의 10% 이상을 연구요원화하려는 계획도 이러한 믿음 때문이다. 앞으로연구개발비 투자규모는 90년대말까지 선진국 수준인 매출액대비 10%까지 끌어올려 신약개발분야에 본격 투자할 계획이다.연구개발에 대한 이러한 열정은 회사가 설립된 73년부터 지속되고있다. 후발제약업체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연구개발 뿐이라고생각하고 수익성과 상관없이 제약기술 개발에 몰두해왔다.◆ 음료부문 매출액 1백50억원물론 연구개발의 중심은 중앙연구소. 86년에 설치된 중앙연구소에서는 그동안 세파계 항생제의 계열화를 통해 제3세대 항생제와 제2세대 항생제인 세포티암 등을 자체 개발, 세계적인 항생제 전문업체로 명성을 얻는데 기여했다. 2000년대초 세계적인 신약개발을 목표로 항암제 복합항생제 등의 분야와 21세기 꿈의 산업으로 기대되는 유전공학분야의 신약개발에도 나서고 있다.한미약품연구소의 연구개발과정은 매우 독특한 것으로 업계에서는잘 알려져 있다. 연구과제를 선정할 때부터 연구원은 물론 최고경영자까지 참여한다. 연구성과에 대해서는 철저한 보상을 실시, 연구에서 생산까지 걸리는 리드타임을 줄이고 있다.한미약품은 그동안 제약업계에서 축적한 기술과 경험을 토대로 94년부터 식품사업에도 나서고 있다. 최근 드링크 생산 설비를 갖추고 건강기능 드링크제인 「알로에 마인」과 패션과즙음료인 「미스틱」 등 다양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수출도 주요 매출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수출실적이 2천만달러에 달했으며 올해에는 2천8백만달러를 웃돌 전망이다. 동유럽과 중남미 그리고 일본 중국 등 전세계 20여개국에 수출하고있다. 특히 중국에는 현지공장을 건설, 12억인구의 제약시장을 개척한다는 전략을 짜놓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94년 중국 북경 제3제약창과 현지합작공장 설립계약을 체결한 뒤 지난 10월에는 많은임직원들이 현지에서 건너가 기공식을 가졌다.제약산업이란 오로지 한 분야에서 연구개발을 통해 불황을 극복한대표적인 기업이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