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명분보다는 실리를 택했다. 국가이미지 추락과 대량해고,긴축재정에 따른 내핍, 정부의 정책자율성 침해 등의 부작용을 감내하고 정부는 IMF 구제금융을 받기로 결정했다. 금융시장 안정과외자유입 촉진, 그리고 국가신용도 회복이라는 실리를 선택한 것.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외환보유고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며 경제체질이 금융위기를 이겨낼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며 IMF구제금융 요청설을 부인하던 정부당국자도 마침내 이를 번복하고말았다. 자력으로는 더 이상 외화자금난을 극복하기 힘들 정도로상황이 악화됐기 때문이다.정부의 1백80도 태도변화는 외국에서는 일찍부터 예견됐다. 지난 11월하순 미국의 유력한 일간지인 <워싱턴포스트 designtimesp=7410>와 <뉴욕타임즈 designtimesp=7411>는『한국경제가 혼수상태며 자존심 강한 한국인들에게 치욕이지만 IMF의 구제금융이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국제금융전문가인 미국 국제경제연구소 프레드 버그스텐소장도 『한국이 금융위기를 수습하려면 5백억달러의 IMF자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경제에는 공짜점심이 없는 법. IMF는 한국에 구제금융을 제공하면서 경제주권을 침해하는 요구조건을 내건다. 성장 물가 통화 재정등 거시경제운영에 자신의 의견을 반영한다. 특히 부실금융기관 정리와 산업구조조정을 강력히 요청해올 전망이다. 태국이나 인도네시아처럼 부실금융기관의 통폐합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이같은 요구조건은 가계나 기업 정부에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고통을 안겨준다. 벌써부터 부실채권이 많은 일부시중은행이나 종금사의 직원들이 동요하고 있다. 정부의 IMF 구제금융 요청 직후,서울은행 경영진들이 사내방송을 통해 직원들에게 동요하지 말라고당부할 정도다. 앞으로 IMF 구제금융이 몰고몰 파장이 심상치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때늦었지만 합리적 선택그럼에도 이번 조치는 외국인들에게 「때늦었지만 합당한 선택」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한국정부가 IMF구제금융을 요청하고 나서자미국의 메릴린치 증권, JP모건증권, 체이스맨해턴은행 등이 잇따라대한투자를 늘리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태국이나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주가도 일제히 상승하는 등 한국정부의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금융전문가들은 『성장 물가 수출 등 한국경제의 기초여건이 양호하기 때문에 금융개혁을 조금더 일찍 추진했더라면 지금같은 국제적 망신은 안당했을 것』이라며 재경원의 대응부족을 지적했다. 특히 금융개혁법 통과에서 나타났듯이 재경원의 과도한 부처이기주의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지적한다. IMF의 요구에 대대적인 공공부문 정리를 담아야 한다는 주장도 이래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