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나 감원의 무풍지대로 알려진 공직사회에도 감원의 한파가 몰아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업 등 민간부문에서 뼈를 깎고 살을도려내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공무원 사회에도 감원을단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생산현장에서 몸을 바쳐 함께 일해온 임직원들을 대폭 감원하고 있는데도 부가가치가 낮은 공무원들은 오히려 늘려왔다며 정부에 대해 볼멘 소리를 터뜨리고 있다.게다가 한국경제의 위기를 몰고온 장본인인 고위 공무원들이 문책을 당하기는 커녕 높은 자리로 오르거나 산하기관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은 바람직한 공직사회의 구현을 위해서도 개선되어야 한다는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공직사회에 대한 대대적인 감원내지개혁은 정부가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 국제사회에 스스로 「경제신탁통치」를 부탁하는 상태에 이르면서 더욱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재정긴축과 자유시장확대를 원칙으로 삼는 IMF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라도 이에 상응하는 정부기구의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보이기 때문이다.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국가경쟁력의최대걸림돌로 작용해온 정부기구의 축소와 공무원의 감원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정부도 11월 28일 경제난 극복을 위해 정부기구와 인원을 전면 재검토, 2000년까지 행정지원 인력 1만명을 감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사 경찰 등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 전반적인 조직진단을통해 정부기구와 인력 감축분야를 발굴,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는것이다.그동안 역대정권은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정권이 바뀔 때마다 소리높여 외쳐왔지만 구호에 그치기 일쑤였다. 개혁을 기치로 내세운김영삼 정부도 작은 정부를 내세웠지만 작은 정부의 핵심인 공무원숫자는 오히려 크게 증가했다. 보직없이 떠도는 이른바 「위성공무원」의 수 역시 50%나 급증했다. 이들 중에는 막대한 국가예산을낭비하며 해외연수란 명목으로 해외를 떠돌고 있는 사람도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이들은 적은 경비로 달러를 벌기 위해 해외 오지를 누비는 상사원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기 일쑤였다. 김영삼정부가들어선 90년대초부터 명퇴 조퇴 황태란 유행어를 만들어 내며 경영혁신을 실천한 기업과는 대조적이다.자유기업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김영삼 정부 들어 공무원 수는 모두5만8천6백83명이 늘어났다. 92년 87만 2천9백32명이었던 공무원수는 97년5월말 현재 93만 1천 6백15명을 기록했다. 특히 이 기간동안 납세자의 의식이나 언론 감시기능이 미흡한 틈을 타 지방공무원수는 6만 7천9백16명이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의 증가로 공무원 1인당 서비스하는 인구수는 5공화국의 60.4명, 6공화국의 52.1명, 그리고 문민정부의 49.4명으로 떨어졌다.◆ 문민정부 5만여명 증가이는 생산활동을 통해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기업과는 달리 남이 만든 부가가치를 배분하는 공무원 수의 증가가 높아지고 있다는점에 그 심각성이 있다. 게다가 인원이 늘다보니 공무원의 생리상경제활동을 돕기는 커녕 일일이 간섭을 늘리는 규제만 양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수가 급증하고 있는 지방공무원의 비효율성은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한국경제연구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방공무원의 해당업무에 대한 전문성에 대해 공무원 자신은 45.4%가 「전문성이 부족하다」고응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는 공무원의 답변은 16.6%에 불과했다. 기업인들은 응답자의 75.7%가 「전문성이부족하다」고 대답했다. 전문성이 있다고 대답한 기업인은 한명도없었다. 한마디로 국민이나 기업들로서는 하는 일에 비해 턱없이높은 임금의 상전만 늘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정부조직의 축소를 위한 조직개편을 여러번 단행하기는 했다. 지난 90년 2월 중앙행정기관을 2원 16부 12청 3외국에서 97년 현재 2원 14부 5처 13청1외국으로 줄였다. 그러나 공무원수는 줄지 않았다. 단순히 명칭만을 바꾸거나 정부기능을 확대, 비대한 정부 조직을 그대로 남겨 두었다. 특히 「공룡」으로 불리는 재경원은 예산 세제 금융 등 돈줄을 꽉 쥐고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함에 따라 현재의 금융위기를 몰고온 장본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막대한 권력이 한곳에 집중됨으로써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올바른 정책을 적절한 시기에 실천에 옮길 수 없었다는 얘기다.재계와 컨설팅업체들은 정부조직과 공무원수를 대폭 줄여야만 국가경쟁력이 회복될 수 있다고 말한다. 비대한 정부조직을 안고서는국민과 기업들이 아무리 발버둥쳐도 지금의 위기를 벗어날 수 없다는 원성마저 나오고 있다. 일부 연구소들은 21개 중앙부처 가운데7,8개는 통폐합이 가능하고 공무원 수도 적게는 3분의1, 많게는 절반 정도 줄여야 한다고 분석한다.정부투자기관이나 정부출연기관 그리고 산하단체도 국가경쟁력을가로막기는 마찬가지다. 비슷한 산하기관과 자회사가 난립하고 중복투자도 다반사다. 불필요한 예산지출과 편법적인 경비지출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틈만 나면 기구를 확대해 쓸데없는 인원만 늘려 왔다. 최근 특별법을 만들어가면서까지 정부투자기관을 줄이고는 있지만 여전히 인원은 일반 기업에 비해 현저히 많은 편이다.◆ ‘공무원 절반으로 줄여라’97년초 현재 정부투자기관 수는 18개에 정원 14만6천명, 정부출자기관 9개에 정원 5만5천명, 정부투자기관 출자회사 93개에 정원 10만1천명으로 공기업에 몸담고 있는 인원은 모두 30만2천명에 이르고 있다. 정부투자기관 수는 11월29일부터 담배인삼공사 가스공사등이 특별법에 의해 출자기관으로 전환, 13개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인원은 그대로다. 오히려 정부의 간섭이 줄어드는 형태의 공기업으로 전환함으로써 그 수를 더 늘릴 여지를 확대했다. 재계는 올해 인원을 대폭 감축할 계획이다. 30대그룹만 하더라도 올해 한해동안 무려 3~4만명을 감원할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추세를 감안할때 정부의 2000년까지의 1만명 공무원 감축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이를 인식한 탓인지 최근 대선후보들 사이에 조심스럽게 공무원 감원 정책을 선거공약으로 내놓고 있다. 국민신당은최근 공무원 수를 현재의 3분의1로 대폭 축소하겠다고 공약했다.어쨌든 온나라가 허리띠를 졸라매는 요즘 정부도 마냥 불황의 무풍지대로 남을 수는 없다는 얘기다. 표도 좋고 인기도 좋지만 공무원수에 비해 엄청나게 많은 국민의 소리에 신정부가 귀를 기울이지않으면 안될 상황이라는 것이다.자유주의 경제학자인 밀턴 프리드만은 「현상유지의 폭군(Tyrannyof the Status Quo)」이란 책에서 다음과 같이 역설했다. 『새로운정권이 눈부신 개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고작 6~9개월의 여유밖에없다. 그 기간에 단호한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기회는 두 번 다시오지 않는다. 그 후의 개혁은 지지부진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당초의 개혁에 대한 반발이 강화된다.일시적으로 패배를 맛본 정치세력은 조직을 개편하여 새로운 개혁으로 불리한 영향을 받는 사람들의 단결을 꾀하기 때문이다. 반면개혁을 지지하는 측은 당초의 승리에 도취해 그만 정신이 해이해지고 만다』 국가경제를 살기기 위해선 모든 종류의 개혁이 집권 초기에 이루어져야 함을 가리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