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학교재시장의 경우 카세트를 이용하는 오디오교재와 비디오테이프, 서적류 등이 대부분을 차지했으나 최근 컴퓨터 보급이 대중화되면서 CD롬을 이용한 멀티미디어 어학교재가 대학생들과 직장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서울시내 중심인 종각지하철역에서 17년째 외국어교재 전문점으로영업중인 「종각회화의 집」 이근식씨의 말이다. 이씨의 말처럼 지금 어학상품시장은 서적 오디오 비디오 등 기존의 잘 나가던 교재에서 멀티미디어교재인 CD롬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지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러한 흐름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게 오디오어학기자재의 퇴조다.◆ 전자사전, 하루 40~50개 불티문장반복청취, 속도조절, 말하기, 발음비교 등 어학실습실의 기능을 기계 하나에 모은 어학교재로 개인은 물론 기관·단체 등에서인기를 끌었던 「닥터위콤」의 경우 최근 들어 점차 판매량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는게 용산전자상가쪽 상인들의 말이다. 전자랜드내 (주)종로전자의 조한상과장은 『전에는 학생 직장인과 같은 개인고객은 물론 학교 등 단체구입을 문의하는 고객들이 많았으나 요즘은 한달에 10여대나 팔릴까 말까 할 정도로 줄어들었다』고 말했다.휴대가 간편한 미니카세트의 액정화면에 영어자막이 표시돼 개인용어학기자재로 관심을 끌었던 캡션용 카세트도 관심권에서 멀어지기는 마찬가지다. LG전자의 캡션미니카세트를 판매하는 삼일전자유통의 신정헌과장은 『캡션용 카세트가 처음 소개됐을 때는 상당히 인기를 끌었으나 요즘은 거의 찾는 사람도 없을 뿐더러 그나마 제품도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사용할만한 캡션용 오디오테이프가 많이 개발되지 않은 것이 원인』이라는게 신과장의 설명이다.어학상품시장에서 오디오기자재가 학생 직장인들로부터 차츰 인기를 잃고 있는데 반해 전자수첩기능에 어학기능을 합친 전자사전과멀티미디어 CD롬이 인기품목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들 제품을 판매하는 용산전자상가내 매장들의 경우 평일에도 중고등학생들과 직장인들로 항상 북적거린다.특히 전자사전의 경우 휴대가 편리한데다 최근 발음기능까지 덧붙여지면서 더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전자랜드내 전자수첩 전문매장인 (주)샤프비전의 김영철대리는 『전자수첩을 찾는 거의 모든사람들이 단순한 수첩기능만을 가진 저가형보다는 영어 일어 중국어 등 외국어사전기능과 발음기능까지 갖춘 고급형을 찾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러한 다기능 전자사전은 대개 15만원 안팎으로 단순한 전자사전·수첩류에 비해 다소 비싼 편이지만 하루에 40∼50개가 팔릴 정도로 인기라고 김대리는 덧붙였다.비단 국내고객들뿐만이 아니다. 사전기능을 가진 전자수첩의 경우유학생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어 방학을 맞아 귀국한 학생들이몇개씩 구입해 가는 일도 있고 아니면 외국에서 소포로 보내달라고요구하는 일도 많다는게 전자사전판매상들의 귀띔이다. 전자랜드내전자수첩매장에서 만난 김남근씨(63, 서울 종로구 평창동)도 『미국에 유학가 있는 손자가 휴대가 간편하고 발음기능이 포함된 전자사전을 보내달라고 해서 구입하러 나왔다』며 『요모조모 쓰임새가많고 수첩대용으로도 편리할 것 같아 2개를 더 샀다』고 말했다.◆ 국산 캡션자막 재생기도 선보여최근에 어학상품으로 가장 각광을 받는 CD롬의 경우 어학용으로만현재 5백여종이 나와 있으며 1만원 내외에 단품으로 팔리는 번들용제품과 10만원 안팎의 세트류들이 있다. 컴퓨터 CD롬 전문점인 미디어파크의 김명휘씨는 『매장에 진열된 약 2백여종의 어학용CD롬가운데 인터넷붐에 힘입어 「윈딕」 「피씨딕」 「프라임영한사전」 「사이버딕」 등과 같은 사전류와 토플·토익교재가 꾸준히 팔리고 있으며, 「오성식 SOS생활영어」 「NHK일본어」 「토크투미」「트레이시 토크」 등과 같은 회화교재들이 최근 가장 인기를 끌고있다』고 말했다. 이들 제품의 가격대는 4만4천∼8만8천원선.CD롬외에 4년전 첫선을 보였던 CD-i도 최근에 단체어학실습용으로각광을 받고 있다. LG전자 CD-i 한국영업팀의 한 관계자는 『조작이 쉽고 가격이 40∼50만원대로 저렴해 유치원과 각 학교에서 어학실습기자재로 인기가 높아 현재 약 10여만대이상이 팔렸다』고 말했다.최근에는 캡션이 실린 방송·비디오시청시 영어대사를 TV화면에 보여주는 캡션자막기가 입에서 입으로 소문이 나면서 대학생과 직장인들로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예전에는 두인전자에서 판매하는비디오테이프전용의 캡션재생기만이 있었으나 요즘 선보인 제품들은 AFKN방송까지 TV화면에 영어자막을 띄워준다.특히 이들 캡션자막재생기들은 이제껏 몇몇 수입업체가 일본산을들여와 국내대형서점과 용산전자상가 등을 통해 판매했으나 얼마전(주)제트컴시스템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미국출장중 호텔객실의 TV에 설치된 자막재생기를 보고 관심을 가졌다가수입품이 국내시장에 들어온 사실을 알고 국산품제작을 결심했다』는 (주)제트컴시스템의 송동섭(40)사장은 『가격이 8만원대로 수입산보다 저렴한데다 품질도 우수해 대학생과 직장인들로부터 많은문의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