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목동에 사는 전업주부 임사임씨(31). 동네에서 알뜰하기로소문난 임씨는 화장품이나 세제류 등은 반드시 재활용하는 것을 수칙으로 삼고 있다. 용기를 그냥 버리는 것이 아니라 내용물만 채워다시 사용하는 것이다.물가는 오르고 「경제가 어렵다」는 잇단 보도에 한푼이라도 아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또한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으로 가급적 합성수지 쓰레기를 줄여야겠다는 생각도 크게 작용한다.임씨같은 주부들의 재활용품에 대한 관심고조로 리필(Refill·재보충)제품이 급증하고 있다. 93년 5월 정부가 화장품과 세제류 생산량의 5/100 이상을 리필제품으로 생산하도록 권고한후 매년 꾸준히증가하는 추세다.지난해 색조화장품중에서 리필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11.8%였다.95년의 7.1%에 비해 4.7%가 증가했다. 색조화장품류에는 눈화장제품류 메이크업제품류 등이 포함된다. 이중에서도 「트윈케익」이대표적이다. 내용물만 교체하면 케이스는 계속 사용할 수 있어 리필제품의 비중이 높다.화장품업계에서 리필제품의 비중이 제일 높은 업체는 대전에 본사를 두고 있는 한생화장품. 연간 3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이 회사는리필제품이 전체 생산량의 42.9%를 차지한다. 「리필제품 메이커」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생산량 비중을 높인다는게 회사측의 설명이다.국내최대의 화장품업체인 태평양화장품의 리필제품비율은 눈화장제품류(13%) 메이크업제품류(4.1%) 샴푸·린스류(6%)등이다. 95년도의 눈화장제품류(14.5%) 메이크업제품류(4%) 두발용제품류(6.2%)와비슷한 수준을 보인다.◆ 저렴한 가격도 선택 요인화장품업계는 리필제품이 기존 제품보다 20∼30% 정도 싸지만 소비자들이 가격보다 개인적 취향이나 장식 목적으로 구매하고 있어 리필제품의 증가 속도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분석한다.액체·분말세제류는 특히 리필제품의 비중이 높다. 지난해 전체 제품중 58.8%가 리필제품이다. 95년도의 52.6%에 비해 6.2%가 증가한수치다. 이들 제품은 가정주부들이 주된 소비자라 가격반응도가 높기 때문이란게 업체의 일반적 분석이다. LG화학의 「자연퐁」만 하더라도 리필제품이 20%나 저렴하다. 「피존」도 20% 정도 싼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또한 쓰레기 분리수거가 정착되고 있는 것도리필제품에 대한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소비자들의 리필제품에 대한 선호는 시장판도에 변화를 가져왔다.LG화학의 섬유유연제인 「샤프란」은 리필제품으로 시판된지 1년만에 시장점유율이 무려 6%나 증가했다. 19%에서 25%로 급증한 것.다양한 광고에도 불구하고 1%를 따라잡기 힘들었는데 리필제품으로한순간에 선두와의 격차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고 LG화학측은 설명한다.리필제품에 대한 소비와 생산이 늘고 있지만 문제점도 적지 않다.무엇보다 정부 정책이 재활용보다는 쓰레기량을 줄이는데만 초점을맞추고 있다는 지적이다.리필제품의 속내용물을 담고 있는 「비닐봉지」의 경우 재활용이거의 불가능하다. 즉 용제를 담고 있는 비닐파우치의 주원료가 PE(폴리에틸렌)와 PVC 그리고 나일론으로 돼 있어 재활용이 불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또한 페트(PET)로 만든 용기는 회사명이나 상호를 나타내는 라벨을 분리하는 인건비가 높아 재활용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이같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환경부는 2001년까지 리필제품의 생산권고율을 20% 이상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적용대상도 샴푸류, 린스류 그리고 액체와 분말식품류까지 확대할 계획. 이에 따라 생활용품과 화장품 등에서는 리필제품이 주력으로 자리를 잡아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