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국내 재활용유통은 영세한 중고상점이 담당해 왔다. 수십년간 「사람만 빼고 없는게 없다」는 명성을 유지해온 청계천 중고상가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중고상가는 본격적인 재활용품 유통망 역할을 해내지는 못했다. 대부분 영세한 「구멍가게」수준이라 구매력이 약하고 전국적인 판매망이 없기 때문이다.재활용유통은 YMCA와 같은 사회단체에서 사회운동차원에서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기도 하다. YMCA는 서초구와 은평구에 녹색가게를운영하고 있다. 24일엔 동대문구에도 녹색가게를 열 예정이다. 과천에는 자원봉사회원들이 개장한 알뜰매장도 있다. 이들 매장의 특징은 비상업성이다. 의류 잡화 가방 유아용품 도서 등 생활에 필요한 물건은 모두 취급하지만 돈만 지불하면 구매할 수 있는 일반상점과는 큰 차이가 있다. 이곳에서 물건을 제대로 구입하려면 기증할 물건을 갖고 가야 한다. 기증한 물건의 가격을 매겨 녹색가게가보유하고 있는 물건과 교환해 준다. 현금만 달랑 들고 갈 경우 살수 있는 품목은 한개로 제한돼 있다. 하루 평균 50명이 다녀가고가격대는 1백원부터 3천원까지다. 운영시간은 오후 4시까지다.◆ 재고를 떠안을 수 있는 자금력 필수전국단위의 재활용조직을 갖춘 곳은 환경부 산하 사단법인인 「전국가전가구재활용센터」다. 전국에 1백3개의 지회가 활동중이다.냉장고 세탁기 등 버릴 때 비용부담이 큰 물건을 무료로 수거해와약간의 수리를 거쳐 기존 중고상점보다 20% 정도 싼가격에 판매한다. 전화로 재활용센터에 문의하면 기사가 직접 가정을 방문해 수거해 온다. 다른 사람이 사용할 수 있을 만큼 기본적인 형태는 갖추고 있어야 수거한다.그러나 재활용센터는 전국조직이긴 하지만 재활용품 수집망과 판매망이 전국에 걸쳐 유기적으로 엮어진 조직은 아니다.재활용이 산업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전국적인 수집망과 판매망이필수적이다. 사는 사람의 입장에서 원하는 물건이 늘 있어야 계속찾게 되는 것이고 파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쉽게 팔수 있어야 한다.특히 중고품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국적인 수집망과 일정기간 재고를 떠안을 수 있는 자금력이 필수적이다. YMCA의 녹색가게가 물물교환을 거래의 기본원칙으로 삼고 있는 것도 실은 재활용품 물량확보를 위해서다.재활용유통이 가장 활발한 분야는 중고컴퓨터다. 우선 중고품 물량이 많고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전국에 용산전자상가 등 1백여곳에서 중고컴퓨터를 취급하고 있다. 중고컴퓨터유통으로 대표적인 업체는 CC마트(대표 이병승)다. 중고컴퓨터 유통으로 급성장한 CC마트가 재활용품 유통에서 눈에 띄는 이유는 중고품 유통업체로는 드물게 전국조직과 자금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지난 10월 속기사협회가 속기학원에서 사용할 교육용데스크톱컴퓨터로 중고 386컴퓨터를 CC마트를 통해 구매했다. 구매물량은 1천8백대였다. CC마트가 386데스크톱컴퓨터 1천8백대를 수거해 공급할수 있는 조직력과 자금력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거래였다.지난 7월 한국가스공사가 검침용노트북컴퓨터로 중고노트북컴퓨터2백대를 구매한 것도 비슷한 사례다. 흑백모니터에 메모리는 1MB,286급 컴퓨터를 올리베티사의 제품으로 대당 10만원에 구매했다.가스검침에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를 돌리기 위해 최신기종이 필요한게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단종된 모델을 2백대나 확보하는데 있었다.94년 처음으로 중고컴퓨터유통업을 시작한 CC마트는 현재 전국 1백50개 지역에 총판 및 체인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60억원이고 올 매출목표는 1백50억원이다. 매입하는 컴퓨터는 월 3천~5천대 정도다.CC마트가 중고품 유통업체로 급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은 품목선정과 조직력에 있다. 우선 품목선정을 컴퓨터로 한게 가장 큰 성공요인이다. 컴퓨터는 중고물량이 다른 상품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지난해 65만대가 폐컴퓨터로 배출됐고 올해는 물량이 1백50만대나 될전망이다.특히 컴퓨터의 제품수명은 다른 상품에 비해 유난히 짧다. 급격한기술발전으로 1년이 멀다하고 신제품을 쏟아내는 정보통신산업의특성 때문이다. 웬만한 제품은 1년도 안돼 노후화되기 십상이다.하드웨어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의 개발속도 또한 컴퓨터의 노후화를 재촉하는 주된 요인이다.컴퓨터자체는 사용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는데도 새로 나오는 소프트웨어 때문에 교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도스용 프로그램의 경우 286이나 386이면 충분했지만 윈도3.1이 나오면서 486으로 급속하게 교체됐고 윈도95가 나오면서 486은 펜티엄으로 교체됐다. 최근엔 펜티엄MMX가 나왔고 펜티엄MMX시장이 형성되기도 전에 펜티엄2가 나왔다.컴퓨터의 제품수명이 짧다보니 제조업체들이 떠안는 재고부담도 다른 제품에 비해 큰편이다. 실제로 CC마트가 확보하는 물량중에는포장도 뜯지 않고 들어오는 재고품도 상당량에 달한다.◆ CC마트, 일본사례 벤치마킹CC마트는 94년 7월 국내에선 처음으로 중고컴퓨터유통업을 시작했다. 다른 중고업자들과 달리 이 회사의 이병승사장은 일본의 선진사례를 철저하게 벤치마킹했다. 일본에는 중고컴퓨터유통이 대규모업체에 의해 주도되고 있었는데 대표적인게 소프맵이다. 소프맵은일본 전자유통중심지인 아키하바라에만 대형점포를 6개나 둘 정도였다. 이사장은 일본에 건너가 소프맵의 매장을 하나 하나 사진에담으며 매장레이아웃부터 구매방법까지 노하우를 벤치마킹했다.CC마트의 최대장점은 전국 수거망과 정보망을 확보했다는데 있다.우선 CC마트가 확보하고 있는 물량정보는 CUG(회원들만 볼수 있는폐쇄적인 통신망)를 통해 전국 1백50개 점포에서 공유할 수 있다.부산 대구 인천 광주 등 전국에 산재한 CC마트의 체인에서 확보하고 있는 물량은 모두 CUG에 올라간다.전국조직을 프랜차이즈방식으로 구축한 것도 성공의 주요인중 하나다. 당초 직영점을 통해 조직을 확충, 50여개까지 늘렸지만 직영점이 늘면 늘수록 관리비용 때문에 조직확대에 문제가 생겼다. 직영점은 8개로 줄이고 모두 프랜차이즈방식으로 전환한후 전국에 1백50군데가 CC마트의 간판을 걸고 정보와 물량을 공유하고 있다.CC마트는 앞으로 무점포방식의 체인점으로 조직을 확대할 예정이다. 직접 영업 및 구매사원을 고용해봐야 조직만 비대해져 관리비용만 늘고 효율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신 사업에 뜻이 있으면 매장을 갖지 않더라고 체인으로 등록하도록 해 이들을 실질적인 영업사원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가맹비 5백만원을 내면 CC마트의 무점포체인으로 등록되고 컴퓨터교육, 경영 및 영업교육, 재고컴퓨터물량 지원, 수거컴퓨터 매입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판매이익은본사와 일정비율로 나눠 갖는다. CC마트측은 내년까지 1천명을 무점포 체인으로 확보하고 궁극적으로 2만명까지 모집할 예정이다.『중고컴퓨터 시장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많이 모집하는게 아니냐』는 질문에 CC마트의 이사장은 『CC마트는 현재 개인용컴퓨터에 국한된 품목을 워크스테이션 네트워크 장비등으로 늘릴 예정』이라며『가정 뿐 아니라 기업단위로 중고정보통신장비의 매매가 이뤄질것이기 때문에 무점포 체인이 2만명까지 늘어도 시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