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7년 3월 뉴욕의 한 화랑에 충격적인 작품 한점이 출품되었다.그것은 메샘Foun-tain?이라고 명명된 하얀 변기였다. 일상생활에서 보면 단순한 변기에 불과했지만 전시장에 뒤집힌 형태로 놓임으로써(조명까지 받으면서) 전혀 다른 피사체가 되어, 보는 이들에게그 대상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사고를 가능케 했던 매우 흥미로운사건이었다.이후 20세기 중반에 들어서면서 소비가 미덕인 자본주의의 심화와더불어 버려진 폐품들, 쓰레기들이 예술 작품에 등장하기 시작한다. 일명 앗상블라주(Assemblage)라고 불리는 이 기법은 잡다한 물건이나 폐품따위를 조립해서 작품을 만드는데, 1950년대 미국과 유럽에서 일어난 정크 아트(Junk Art)가 바로 이런 기법의 대표적인예술경향이다.앗상블라주의 대표적 화가라 할 수 있는 아르망(Arman)의 작품을보면 버려진 폐차를 쌓아올려 거대한 탑을 형성하고 있다. 그의 다른 작품 속엔 모든 버려진 것들(찢어진 종이, 각종 포장용기, 그릇, 기계부속품)이 재료로 등장한다. 그야말로 작품의 재료로 부적합한 것이 무엇일까 궁금할 정도다.국내에서도 95년 공평아트센터에서 Meta-Vox라는 그룹의 전시회가있었다. 김찬동 안원찬 오상길 홍승일로 이루어진 이들의 작품을보면 갖가지 형태의 나무토막과 철판, 기계 부품들이 재료로 등장한다.단순한 쓰레기더미는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그것들이작가의 손에서 분류되고 선택되어, 재조립되고 혼이 불어넣어지게되면 단순한 쓰레기더미 이상의 충격을 던져주며 관람자의 시선을고정시킨다.현대의 화가들은 더이상 2차원 캔버스에 구속되어 있지 않다. 형식의 파괴, 재료의 파괴는 날로 그 극치를 더해간다. 2차원에서 3차원으로 넘나들며, 드로잉 조각 공예 건축 심지어는 빛 소리 멀티미디어까지 모두가 혼합되어 관람자를 혼란에 빠뜨리기도 한다.설치미술, 행위예술 등으로 표현되는 다양한 현대 예술가들의 작업은 관객들과 함께 상호 커뮤니케이션하기를 원하며, 그들의 오감전체에 대고 호소한다. 어떤 것은 일회성으로 끝나기도 하고, 어떤 것은 언제까지나 미완성인 채로다. 끊임없이 변화하며 움직이게만들기도 하니까 ….현대가 그만큼 혼돈과 불확실성 속에 있다는 것을 그들은 앞서서외치고 있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