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구제금융이후 외국인의 주식투자한도가 50%로 확대되어 외국인이 국내기업의 경영권을 가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더욱이 공개매수제도가 완화됨으로써 적대적 M&A가 가능해져 IMF경제 하에서M&A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IMF가 보는 현재 한국 금융위기의 원인중 하나는 기업이 과대한 차입으로 비효율적인 투자를 감행, 자동차 반도체 석유화학업종 등에서 공급과잉 현상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업종의 수요가 감소되면서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들이 쓰러지고 있으며 그 기업에 자금을 공급한 금융기관들도 부실화 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게다가 부실화된 기업과 금융기관의 시장퇴출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대외 신인도가 추락했고 이는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부른 것으로IMF는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IMF는 달러자금을 제공하는 것과 더불어 M&A를 통한 기업과 금융기관의 퇴출을 유도하는 방법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그렇다면 미국이나 일본등 선진국에선 기업과 금융기관이 어떤 M&A과정을 거쳤으며 산업구조조정은 어떻게 진행 됐을까. 먼저 미국의예를 살펴보자.미국 기업의 구조 조정에 있어서 주요한 역할을 한 것은 잘 발달된자본시장을 바탕으로 한 M&A시장이었다. 미국은 독점금지법을 운용하는데 있어서 과거와 같이 일률적인 법규를 적용하기 보다는 각산업의 특성에 따라 차별적인 정책을 펼쳤다. 예컨대 소비자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대형 소비업과 의료 서비스업의 합병과 국제카르텔에 대해선 규제를 강화한 반면 고정 비용이 큰 대형 제조업은 합병을 통해 생산원가를 낮추고, 경영 효율화를 기할 수 있다는점에서 관련 법규를 완화했다. 즉 과잉공급으로 말미암아 생산효율이 떨어진 산업에 대해 산업구조조정 차원의 M&A를 적극 유도했던것이다.이같은 미국 정부의 신축적인 정책 운용으로 M&A가 크게 활성화됐다. 80년대 초반 평균 1천8백건, 5백20억달러의 규모에 머물던 미국의 M&A시장은 95년 한해 동안만 5천8백87건, 3천8백82억달러 규모로 커졌다. 특히 세계 금융 환경이 급변하고 경쟁이 촉진되면서미국 금융기관간 M&A가 활발하게 진행됐다. 90년 말 1만2천개이던은행이 95년 6월에는 1만개로 줄었다. 은행 직원은 같은 기간 1백50만명에서 45만명으로 크게 감소했다. 결국 M&A를 통해 경쟁력이없는 분야의 자원과 인력은 경쟁력 있는 분야로 옮겨갔고 이로인해경제 전반의 효율성이 높아지는 성과를 거뒀다.이처럼 M&A를 통해 산업구조조정이 가능했던 것은 미국의 노동시장이 유연했기 때문이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미국 기업은 다운 사이징, 아웃 소싱 등을 적극 활용해 합리적인 기업 경영의 틀을 완성할 수 있었다. 특히 90년대 들어 불필요한 기구축소 및 인원 감축을 진행시키고 한편으로는 발달된 기술과 자동화 네트워크를 이용해 새로운 경영기법을 적용했다. 이 과정에서 AT&T IBM 제너럴모터스 보잉 등 주요 기업들은 종업원을 대량 해고해 90년대에 들어 감원율이 30∼37%에 달했다. 이처럼 인원을 과감히 줄여 미국기업들은 노동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는 감량 경영을통한 기업 경영 효율화는 신축적인 노동시장이 전제되지 않고서는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노동시장의 탄력성 여부야 말로 구조조정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얘기다.그러나 일본의 경우는 미국과 조금 달랐다. 일본은 M&A 여건 등이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구조조정이 다소 지연된 케이스다.일본 경제는 80년대 중반 주가 지가 상승과 함께 거품 경기를 겪으면서 90년대 초반까지 연평균 4∼5%대의 높은 성장을 유지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경기 과열을 막기 위한 정부의 부동산관련 대출규제, 재할인율 인상 등 긴축정책으로 경기가 하락했다. 경제 여건이 악화되는 가운데 일본은 80년대 후반부터 사회 각 부문에서 규제를 철폐하고 경쟁체제를 보다 적극 도입해 경제 효율을 높이려는노력을 해 오고 있다. 특히 버블 붕괴 이후 일본은 기업의 부실 채권을 떠안은 은행의 경영 안정화와 이를 대비할 수 있는 시스템을마련하고 있다. 최근 일본 경제는 부실채권 해소를 위한 지속적인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약 40조엔 상당의 부실 채권이 남아 있어금융기관을 괴롭히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정부는 금융기관의 파산처리제도를 확충해 경영 악화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중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선 기업간 M&A시장이 발달하지 못해 구조조정이 늦춰지고 있다. 이는 일본 자본시장이 상대적으로 발달하지못했고 기업들도 상호출자를 통해 얽혀 있어 M&A자체가 쉽지 않기때문이다. 또 일본기업들이 단시일내에 성장산업에 진출하거나 또는 쇠퇴산업에서 철수하기 위해 M&A를 시도하기보다는 내부성장방식과 사업축소전략을 채택하고 있어서다. 사회적으로도 M&A에 대한부정적인 시각이 많아 적대적인 M&A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사회 분위기도 성패 갈라대신 기업간 전략적 제휴를 통해 상호 비교우위에 있는 분야를 최대로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거둔 사례는 있다. 마쓰다가 포드와 전략적 제휴를 맺은 게 그것이다. 급격한 매출감소로 경영난을 겪던마쓰다의 요청으로 지난 79년 포드사가 마쓰다 지분 25%(1천3백만달러)를 인수함으로써 전략적 제휴가 성사된 것. 당시 포드사는 마쓰다의 기술력과 80년대 이후 일본 자동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보고 제휴에 응했다. 이에 따라 포드사는 마쓰다 지분의 25% 참여뿐 아니라 포드사의 해외담당 임원 3명을 마쓰다에 합류시켰다. 약25%의 포드 직원이 마쓰다로 옮겨가 중진급 매니저로 활동했다.이러한 제휴 후에 마쓰다 생산공정에서의 아이디어를 포드의 공장경영에 도입해 좋은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포드사는 마쓰다와 함께 일본 내 수입차 딜러인 오토라마를 공동 매수했고 포드사는 마쓰다의 기술과 포드의 자금을 이용해 에스코트 라는 소형차를 생산했다. 이러한 성공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전략적 제휴로 두회사간에 시너지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쓰다와 포드의 전략적 제휴 성공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경우 구조조정의 성과가확실히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이는 일본이 미국에 비해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늦게 자각했고 또 추진속도도 늦었던 탓으로 볼 수 있다.미국과 일본의 구조조정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한 나라의 구조조정은 그 나라의 가치관과 사회적 분위기에 의해 그 속도와 성패가달라진다. 바로 이 점은 IMF 경제체제하에서 외국인의 손에 의해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는 한국경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이야 말로 산업구조조정이 신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주체들의 노력이 절실하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