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사람들은 매우 알뜰하다. 평소 자기 가족들이 쓰던 물건들을주말을 이용해 이웃에게 판다. 보통 금요일부터 일요일 사이에 자기집 차고(개러지)주변에 물건들을 늘어놓고 하루 종일 손님들과흥정을 벌인다. 여기에 등장하는 물건들은 어린아이들이 쓰던 장난감부터 동화책, 주부의 손때가 묻은 주방용품, 적어서 못입는 옷가지, 할아버지가 쓰시던 고물카메라까지 별별 물건들이 총동원된다.값은 흥정하기 나름이다. 보통 책은 25~50센트, 머그 컵은 1달러,아이들이 쓰던 야구글러브 등은 5달러라는 식이다. 주인이 기분좋으면 물건값을 데꺽 깎아주거나 다른 물건을 끼워주기도 한다.헌 잠바, 원피스, 투피스, 구두, 모자 등이 깨끗한 상태에서 손님들을 맞는다. 어떤 개러지세일에서는 어른은 안보이고 어린애들이자기들이 쓰던 장난감이나 게임기 등을 내놓고 직접 손님들에게 장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어려서부터 그런 알뜰한 태도를 실천하는셈이다.◆ 고인의 유품도 세일 품목이사하는 이웃이 벌이는 무빙세일에는 좀더 값나가는 물건들이 등장한다. 예를들어 뉴욕에 살던 사람이 로스앤젤레스로 이사가면 이동거리가 멀어 이사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아에 웬만한 물건은팔고 떠난다. 또 외롭게 살던 노인네가 죽었을 경우에 유산을 정리하는 에스테이트세일에는 집을 포함해서 가재도구 일체가 전부 세일에 붙여진다. 우리처럼 죽은 사람이 쓰던 것이라 기분나쁘다고버리는 일은 있을 수가 없다. 몇년전 단기유학으로 갓 미국생활을시작했던 우리가족의 경우 같은 동네에 사시던 어느 노인의 유품인식탁, 안락의자 등을 샀는데 너무 실용적이고 편안해서 귀국한 지금까지 쓰고 있다. 미국인들이 이런 세일을 좋아하는 것은 몇가지이유가 있다. 먼저 물건을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이나 양쪽이 세금을 안낸다는 점이다. 또 그렇게 물건을 팔아 다만 얼마라도 돈을만지는게 기쁜 모양이다.그러나 그런 생활자세의 밑바탕에는 『물건이란 깨끗하게 쓰고 남에게 넘겨주어야 한다』는 개척시대의 검소한 정신이 흐르고 있는것이다. 이웃의 어떤 사람들은 이런 세일보다는 자기에게 필요없어진 물건이나 옷을 깨끗하게 손질하거나 세탁해서 교회같은 곳에 기증한다. 이런 물건을 받은 교회는 일년에 몇차례 벼룩시장(플리마켓)을 열어 그 수익금으로 주변의 불우한 이웃들(주로 역주변에 사는 흑인들이나 중남미계통인 히스페닉)을 돕거나 쿠바등을 비롯한어려운 나라의 선교헌금으로 사용한다.우리가 아는 어느 한국인 가족은 한국으로 돌아올 때 개러지세일을 해서 다만 얼마라도 이사비용에 보탰고 안팔린 옷들은 그 지역구세군에 전달하고 왔다고 한다. 미국에서 살면 이처럼 그곳 사람들처럼 검소해질 수밖에 없기 마련이다.미국인들의 이런 검약정신은 초등학교부터 시작된다. 대부분 교과서는 공동소유로 자신이 쓰다가 1년후 후배에게 물려진다. 따라서교과서는 깨끗하게 써야한다. 체육복도 1년간 잘 입고 깨끗이 세탁해 후배들에게 물려준다. 미국서 생활하다가 한국에 돌아온 애들이한국학교는 낭비가 심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도 바로 이런 생활태도의 차이 때문이다.이들은 자원재활용도 우리보다 훨씬 잘 실천한다. 뉴욕주 롱아일랜드 헌팅턴지역의 우리가 살던 마을에는 일주일에 두번 쓰레기 차가 오는데 이 차는 화요일에는 종이류, 목요일은 병 플라스틱류 캔등을 분리수거해 간다. 이런 쓰레기가 다시 재활용되어 미국영화에서 흔히 보는 슈퍼마켓에서 사용되는 누런 종이봉투로 변한다. 병이나 캔등도 다시 세척돼 재활용되는 것은 물론이다. 그들은 자신이 배웠거나 알고있는 것을 남의 눈을 의식않고 직접 실천에 옮기는 것이 우리와 다른 면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