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외길...관련사업만 집중농심그룹은 국내 재벌급 그룹 가운데 몇안되는 전문기업으로 꼽힌다. 지난 65년 창립 이후 지금껏 한번도 자기 분야를 벗어나본 적이 없다. 오직 라면과 스낵 등 식품사업 외길을 걸어왔다. 다른 대기업들이 어느 정도 규모가 커지면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문어발식확장에 골몰해온 것과는 근본적인 대조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물론 농심그룹에도 계열사는 있다. 주력기업인 농심을 포함해 율촌화학, 농심가, 태경농산, 농심데이터시스템, 농심기획, 농심엔지니어링 등이 한 식구다. 그러나 이는 다른 그룹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룹의 주력인 식품사업과 동떨어진 업체는 거의 없다. 라면과 스낵류를 만드는데 꼭 필요한 분야의 일을 하는 계열사로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어 율촌화학은 라면 등의 포장재를 전문적으로만들고, 태경농산은 농수산물 원료가공을 하는 식이다. 농심기획은농심의 대외적인 광고를 전담한다. 농심데이터시스템과 농심엔지니어링 정도가 겉보기에 약간 다른 성격의 회사로 보이지만 실은 이들 업체도 그룹 전산화와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많은 일을 하고 있다. 그룹 전체가 식품사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하나로 똘똘 뭉쳐 있다.◆ 승진 늦지만 직장 안정성 보장농심의 외곬 경영은 오너인 신춘호 회장의 경영철학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신회장은 늘 임직원들에게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가자고 강조한다. 다른 분야를 넘보기보다는 한가지라도 확실하게 해 최고가 되자는 의미다. 물론 일부에서는 이에 대해 지나치게보수적이지 않느냐는 의견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신회장은 자신의 경영방식에 확신을 갖고 밀어붙이고 있다. 신회장의 독특한 경영스타일은 인사문제에서도 엿볼 수 있다. 신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일을 일단 맡기면 특별한 일이 없는한 책임지고밀고 나가게 한다. 본인이 원하는한 계속해서 한 부서에서 근무하도록 배려한다. 신입사원들도 마찬가지다. 입사 때 한번 부서를 배치하면 좀처럼 이동시키지 않는다. 한우물을 파야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될수 있다는 판단에서다.농심은 다른 업체에 비해 승진이 다소 늦다. 과장이 되려면 적어도입사하고나서 10년은 기다려야 한다. 차장 직함도 15년차부터 단다. 다른 대기업에 비해 적어도 3~4년은 늦는 셈이다. 50대 부장들도 수두룩하다. 얼핏보면 직원들이 상당한 불만을 가질 수도 있는대목이다.그러나 직원들은 이 문제에 대해 전혀 불만을 드러내지 않는다. 승진이 느린 대신 고용의 안정성을 최대한 보장하기 때문이다. 이는이제까지 농심에서는 명예퇴직이나 정리해고 등이 단 한차례도 없었다는 사실이 입증한다. 신회장 역시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번 직장은 평생직장이 되어야 하고 그래야 기업의 생산성이 오른다고 강조한다.농심은 현재 라면시장에서 62%대의 시장점유율을 고수하며 독주하고 있다. 또 해마다 흑자를 내 자금면에서 내부유보율만도6백86%에 이른다. 경제가 최악의 상황을 연출하는 상황에서 다른기업들이 극심한 적자에 허덕이는 상황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의 차이를 실감케 한다. 물론 이런 성공의 비결은 탁월한 제품개발력과전국에 거미줄처럼 엮여있는 영업망 등 한두가지가 아니다. 제품의특성을 최대한 살린 광고도 한몫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힘도 결국은 식품 외길에 전념해온데서 비롯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농심의 무서운 저력이 어려운 상황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