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25일 새벽에 발표된 IMF와 주요 선진국들의 조기자금지원 결정으로 외채상환중단상태에 빠질 뻔한 한국경제가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1백억달러의 조기자금으로 외환위기가 종결될 것이라는 환상은 버려야 한다. 현재의 외환보유고 수준으로는 언제든지 이러한사태가 재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말 3백5억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고가 불과 한달여만에 1백억달러 이하 수준으로 감소한 것을 보면 현재의 외환보유고는 시장상황에 따라 보름만에 바닥이 날수 있기 때문이다.그러면 우리 경제가 또다시 지급불능사태의 위험에 빠지지 않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먼저 정부가 취해야할 조치들을 살펴보자. 가장 시급한 문제는 대외신인도의 회복이다. 물리적으로 외화지원금을 받아 외환수급을 맞추어 나가는데는 분명 한계가 있을 수 밖에없다. 대외신인도 회복을 통해 외화자금이 자연적으로 유입될 수있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대외신인도 회복을 위해서는 첫째 IMF협상안을 충실히 지켜나가야 한다.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자금을 지원해준 채권자들도 이 협상안의 준수 여부를 가장 중요한 사안으로여기고 있다. 둘째는 차기 국정을 운영해나갈 대통령 당선자가 경제에 대한 확고한 비전을 제시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이 비전의내용에는 물론 IMF협상안의 준수도 포함되어야 한다. 결국 한국에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일에 대통령 당선자의 확고한 비전 제시는 대외신인도 회복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다.또다른 조치로서는 한국에 대한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한국경제의기초여건이 튼튼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현재의 위기는 금융시스템의불안에 따른 단기문제라는 인식의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 그렇게해서 과거 외환위기를 맞았던 멕시코나 다른 남미국가와는 다르다는 것을 해외금융기관이나 해외투자자에게 홍보할 필요가 있다. 금융위기 직전의 한국의 기초경제변수를 살펴보면 경제성장률 7%, 물가 4.5%, 금리 11.5% 등으로 80년대 초반 당시의 남미 외채위기와는 분명 다르다.또한 한국의 경제규모는 세계 11위 수준으로 동남아국가들인 태국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들의 경제규모를 합쳐놓은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동남아국가들과 단순비교를 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결국한국경제의 침체는 미국과 일본경제의 침체는 물론 세계경제의 전반적 침체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해외에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장기적인 경제회생대책도 동시추구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외환수급 불균형을 해소하여야 한다. 국내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기상환연장을 최대화하고 우방국을 중심으로 한 조기자금지원 협상도 충분한 외화유동성을 확보하기까지 지속되어야 한다. 그리고 신용평가 상향조정을 위해 최대한 힘을 쏟아야 한다. 정크본드 수준으로 떨어진 한국의 신용도로는 외화자금조달이 어렵기 때문이다.주식시장과 채권시장 개방 등 자본시장 개방을 통해 외화자본유입을 꾀하여야 한다. 물론 자본유입을 활성화하기 위한 전제조건은환율의 안정이다. 현재 한국의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은 외국자본들에게 상당히 매력적인 투자대상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변동이심한 현재의 환율로서는 외국투자자들이 쉽게 국내시장에 들어올수 없다. 먼저 대외신인도 회복을 통해 환율을 안정시키고 외국자본의 유입 촉진을 도모해야 자본시장 개방의 효과를 볼 것이다. 과거 환율은 주가와 금리에 의해 영향을 받았지만 현재는 환율이 지배적인 변수가 된만큼 환율을 적정 수준으로 끌어내려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우선과제인 것이다.이러한 단기대책 이외에도 다음과 같은 근본적인 위기해소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우선 금융시스템의 개혁이다. 금융기관의 역할은자본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의 금융기관은 효율적이지 못한 자본배분을 해왔고, 이는 현재 금융위기의 커다란요인이 되었다. 그러므로 과감한 금융기관 정리와 함께 금융기관의주인을 찾아주어 관치금융의 폐단과 방만한 경영을 없애야 한다.금융기관의 M&A를 활성화하고 부실금융기관을 조기에 정리하는 것이 금융기관의 효율적 운영을 앞당기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다음으로 무역수지 흑자기조의 정착이다. 환율의 상승으로 인해 무역수지가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금융기관들이 기업에대한 신용공여를 줄여나감에 따라 수출에 큰 타격을 주어 환율상승에 따른 수출증대효과가 억제되고 있다. 이와 같은 무역시스템의장애로 경제회생의 유일한 탈출구인 무역수지 흑자기조의 정착이무산돼서는 안된다는 것을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다. 단기적인 외환위기의 극복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경제회생에 대한 틀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임을 정책당국자는 잊지 말아야 한다.